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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신호등조

"이야, 으리으리한 저택이네."

"확실히, 죽은 이경환이네 임대 건물이나 고상만이네 공장보다는 훨씬 나아보이네."

"조용히 하십시오. 소란 피우다 상대가 알아채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하태성이 제지에 김주황은 쩝하며 입을 다물었고, 허건오는 그러거나 말거나 으쓱이면서 열린 대문으로 걸어들어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여-보-세-요."

"...혹시, 없는 걸까? 이 집구석, 전화도 없다고 들어서 용무가 있을 땐 사람 불러서 전하게 했다는데."

"뭐야, 헛걸음 했다는 거야?"

"...누구?"

"조용호 씨 되십니까?"

"그런데.."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

"아, 대장 나리! 무얼 또 간질간질하게 말을 붙이고 있어, 말을. 아저씨, 잠깐 실례할게!"

열린 틈으로 보이는 황갈색 머리카락의 중년 남자, 조용호의 얼굴이 보이자 하태성은 대화를 시도하려 했고, 허건오는 열린 문틈에 손을 뻗어 턱 잡더니 단숨에 밀고 들어갔다. 하태성은 정말 할 수 없다는 의미의 한숨을 내쉬었고, 김주황 역시 애송이, 일처리하고는. 하고 중얼거렸으나 상대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집안으로 비집고 들어가 의견을 타전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떼고 보면 썩 나쁜 수단도 아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긴. 침입하는 짓이지. 어유, 집도 넓네."

"...조용호 씨, 맞으시죠?"

"...너희들, 박근태 의원이 보냈나?"

"유상일이 이경환과 고상만을 죽였습니다. 이제 당신의 차례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형씨, 전할 말이 그것 뿐만은 아니잖아. 요는 몸을 피하고 싶다면 피하라는 것, 이제까지처럼 입을 다무는 게 좋다고 한 것도 전해야지."

"그건 내 자유지. 난 이제 무기를 얻었어. 더 이상 누군가에게 휘말리지도, 강제당하지도 않아!"

조용호의 눈에 맺히는 적의에 하태성은 조용호와 유상일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박근태에게 적잖은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김주황은 박근태로부터 조용호 역시 장기말이었다는 사실과 협박이 가미된 경고만을 전해들었다. 오랜 시간 박근태의 장기말로서 지내온 조용호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에 김주황과 하태성은 마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상일은 조용호를 찾아왔고 이미 다녀갔다!

성중 경찰서에서의 취조가 끝나자마자 바로 조용호의 집에 온 세 사람이었지만 이전 고상만의 공장에서 현장을 조작한 것까지 겹쳐져 많은 시간을 소비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조용호를 방문했고 또 떠나갔다면 느닷없이 등장한 '무기' 의 존재도 이상하지 않았다.

"오, 무기? 뭐, 폭탄이라도 주고 갔대? 끌리긴 한데 좀 거슬리는 말이네. 어디 한 번 까 봐봐. 아저씨."

허건오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빼면서 칼을 뽑아들었다. 사람이 우발적으로 뽑아도 흉흉한 날붙이였다.

하태성은 공장에서의 일이 생각나 인상을 찡그렸다.

"일 벌이지 마십시오. 방금 빠져나왔잖습니까."

"뭐, 그냥 꺼내기만 한 거지 아직 누굴 찌르거나 찌르려고 하지 않았다고. 저 아저씨의 태도 변화에 따라서 나도 내 태도가 변할지 모르지만."

"하..당장 날 찌를 준비라도 하는 걸 보니 앞의 둘을 죽인 게 박근태가 아닌지 의심되는데!"

"아닙니다...라고 해도 믿을 건가? 조용호 양반."

박근태의 장기말이었다면 자신처럼 그리 온건한 일을 떠맡았던 것은 아니리라. 하지만 하태성은 성중경찰서에서 빠져나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말을 흐렸고, 김주황은 말꼬리를 잡았다. 입을 다문 조용호는 한 걸음, 두 걸음 뒷걸음질 했다.

"잠깐, 당신을 해하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진정을..."

하태성은 그것이 공포를 짓누르기 위해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반응을 내보인 것이라고 생각하여 손을 뻗으며 한 발자국 다가갔으나, 조용호가 벽에 손을 뻗어 떼어내 움켜쥔 것을 자세히 보고는 낯빛을 바꾸어 얼른 물러섰다. 묵직한 날이 달린 살벌한 도끼였다.

"이야, 내 칼도 불법무기 소지죄로 잡혀가기 딱 좋은데 저 아저씨는 한술 더 뜨네. 아저씨, 소방 도끼라기엔 너무 크다!"

"애송이, 불 붙였으면서 헛소리나 픽픽 할 때냐?"

"아 죽어도 안 내놓을 기세인데 우린 뭐라도 단서가 필요하잖아!"

"...물러섭시다. 당장 여기서 싸움박질을 한다고 해서 유상일을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김주황은 조용호가 도끼를 당장 휘두르지 않을까 눈길을 떼지 않았고, 허건오는 또 삽질이냐며 칼 손잡이로 뒷목을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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