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3

도세훈 생축글

"도 형사, 오늘 시간 있어?"

"예에 뭐..철야인가요?"

다른 팀원들이었다면 일찍 보내주려나 희망을 갖겠지만 도세훈은 달랐다. 팀에 몸담은 시간도, 권현석의 휘하로 보낸 시간도 적지 않았기에 시간 있냐는 말에 자동적으로 오늘도 제 시간에 집에 돌아가지 못하겠구나, 하고 빠르게 퇴근을 포기했다. 누군가는 짬 찼다고도 하는 빠른 체념이었다. 권현석은 쓴웃음을 살짝 짓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회식이야, 회식. 2차 3차 갈 필요 없이 저녁만 다 같이 먹을 거야."

"예약 잡아놓을까요?"

"응. 도 형사가 좋아하는 곳으로 부탁해. 카드는 미리 받았으니 돈 걱정은 말고."

"알겠습니다."

사실 회식도 피곤하지만 그것을 내보이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도세훈은 몇몇 음식점들을 떠올려보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

도세훈이 고심 끝에 고른 곳은 장어구이 집이었다. 고르긴 했지만 혹시 싶어 권현석에게 제 월급 감봉되거나 그러는 거 아니죠? 하고 물었으나 권현석은 웃기만 했다. 팀장인 박근태는 얼굴을 잠시 비추고는 다들 잘 먹고 가라며 먼저 귀가했기에 회식 분위기는 권현석이 주도했다.

"자,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마침 다같이 축하하고픈 날이 껴있어서 격려차 가질 예정이었던 회식날을 오늘로 잡았습니다."

무슨 특별한 날이었던가, 팀원들은 눈짓이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호응했다. 도세훈은 제가 잊어버린 건지 잠시 갸우뚱거렸으나 권현석의 손짓이 저를 향한 것에 잠시 멈칫했다.

"우리 도세훈 형사의 생일입니다!"

"축하드려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제 생일을 이렇게 거하게 챙겨주시다니, 부끄럽네요."

"에이, 도 형사님 생일도 챙겨드리고 장어도 먹고 일석이조죠!"

"나보다 장어가 먼저라 이거지?"

와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장어가 준비되기까지 밑반찬을 집어먹는 소리, 잔에 꼴꼴꼴 소주를 내리는 소리가 맞부딪쳤다. 다가올 근심도, 다음주면 쌓일 일감도 잊은 채 먹고 마시는 일은 즐겁기 그지없었다. 마침내 장어구이가 세팅되어 나오자 술 몇 잔 들어가 열 오르는 분위기가 더욱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한 테이블에 장어가 두 마리가 올라왔다.

"도 형사님은 소금이 좋아요, 양념이 좋아요?"

서재호가 입맛을 다시며 도세훈에게 물었다. 타오르는 눈빛으로는 이미 장어 두 마리를 모두 구울 기세였다.

"양념. 하지만 내 입에 들어가는 건 뭐든 좋지."

"그렇죠. 소금은 담백하고 양념은 달짝지근하고~"

"둘이서 장어를 선택하고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만."

"아쉽게도 아직 안 익었지만요."

상기한 얼굴의 권현석과 메인인 장어구이를 앞두고 술잔을 아끼는 오미정이 키들키들 웃었다. 분위기가 끊어질락 하면 술이 돌았고, 초벌한 구이가 익어가기 시작하자 집어먹느라 말이 훅 줄었다. 불 위의 장어가 반으로 줄었을 때쯤, 권현석이 잔을 높게 들었다.

"맛있는 장어와 우리 도세훈 형사의 생일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장어 먹는 스피드를 보아하니 장어집에서 2차 3차까지 달리겠네. 도세훈은 쫀득 꼬들한 장어를 맘껏 음미하며 생각했다.

***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매상을 거하게 올려준 팀원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왔다. 도세훈도 비슷하게 장어집을 나왔는데, 어찌나 속이 든든하고 따끈한지 밤공기가 차가운 줄 몰랐다. 박하사탕이나 커피를 마시며 느끼한 맛을 잡는 사람, 식후땡이라며 저 멀리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계산을 마친 권현석이 슥 다가왔다.

"잘 먹었어?"

"어유, 너무 잘 먹었죠."

"다행이네. 생일도 생일이지만 도 형사, 요즘 기운 없어 보였거든."

"에이, 경감님. 기우에요. 기우. 뭐, 덕분에 장어도 얻어먹고 감사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지만요."

권현석은 취기 섞인 웃음을 지었다.

"도 형사가 늘 그렇게 곁에 있어줘서 나나, 다른 팀원들이 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정말 고마워."

"비행기 그만 태우십쇼. 하하.."

"조심히 잘 들어가고, 주말 잘 쉬라고."

"옙, 경감님도요."

권현석은 흩어진 팀원들을 불러 모아 해산을 명했다. 서로 서로 인사를 나눈 뒤 택시, 버스 등을 골라잡아 길을 나섰다. 도세훈은 취기를 떨칠 겸 조금 걷기로 했다. 별은 총총하고 달은 밝았다. 생일이라서가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한 오늘이어서 무사하고 행복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다음주도, 앞으로도 자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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