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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3 이후 일상날조글

"하태성, 카페 가자."

"그럴까요?"

둘은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면 적당한 카페를 골라 들어가 잠시 노닥거리곤 했다.

카페는 몇몇 사람이 있었지만 대체로 아늑한 분위기였고 또 적당한 사람소리가 났다. 인사와 함께 주문받을 준비를 마친 종업원이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먼저 물었다.

"혹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아이스 초콜릿 라떼, 주문하실까요?"

"아, 네네. 하태성, 너는?"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확인 감사합니다. 나오면 갖다드릴게요."

결제를 마친 두 사람은 영수증을 받아들고 빈자리에 앉았다. 의자 옆에 장 본것들을 내려놓은 양시백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시켰던 메뉴를 기억하다니, 카페 단골이 되었다는 증거려나?"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늘 먹던 걸로 주세요. 이런 거."

양시백은 목소리를 낮게 깔다가 곧 제게 안 어울리는 걸 알았는지 킬킬거리며 웃었고, 하태성도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져서 감기 조심해야겠다, 새 겨울옷을 사러 가야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 얼굴도 보고 지내야지, 관원들 난방 대비로 도장도 점검해야겠다. 한 차례 이야기가 지나가고 목이 마를 때쯤 아메리카노와 초콜릿 라떼가 나왔다.

"쿠키는 서비스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초코칩이 아낌없이 박힌 쿠키는 꽤 달콤해보였고 늘 마시던대로 초콜릿 라떼를 시킨 양시백에게는 없이 달콤할 터였다.

"자요."

"왜? 한입 먹어보라고?"

"쿠키도 달고 음료도 단 거니까 제 거 한 입 먹고 드세요."

"난 상관없는데."

"그러다 이빨 썩으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나 이빨 잘 닦거든. 그렇게 말하면서도 양시백은 권하는 아메리카노를 한입 머금었다. 단 걸 좋아하니만큼 쓴 걸 좋아하지 않았으나 쌉싸름한 맛은 나쁘지 않았다. 쓴맛이 남아있을 때 쿠키를 베어무니 쓴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맛이 좋았다.

"맛있다. 너도 어서 먹어봐."

하태성도 말없이 쿠키를 먹었다. 맛있군요. 짧은 대답은 담백하다 못해 미적지근할 정도였다. 그래도 종종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이전보다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다가가기 힘든 사람에서 전형적인 차가운 도시 남자정도로 포장 가능할 만큼.

"벌써 1년 지났는데 안경은 안 바꿔?"

"바꿔도 그만 안 바꿔도 그만이죠."

"안경 쓰는 사람은 6개월마다 검사받아야한다던데."

"맞는 말이긴 한데...누가 그러던가요?"

"권혜연 씨가."

"아......"

그의 아버지 역시 안경을 쓴 사람이었다. 모를 리가 없지.

하태성은 손끝으로 안경을 만지작거리다 곧 딴청을 피웠다.

"혼자 가기 싫으면 나도 시력검사 받는 겸 같이 가면 되잖아. 왜?"

"6개월 마다 가기는 귀찮은 법이니까요."

"너도 귀찮아하는 게 있었구나.....늘 부지런하고 빠릿빠릿해서 게으름과는 담을 쌓은 줄 알았는데."

"양시백 씨한테 옮아서 그래요."

"나도 나름 빠릿빠릿한데 그 무슨 섭한 말씀을!"

***

카페를 나와 도장에 도착해 장본 것을 풀고, 말끔히 씻고 난 뒤 돌아온 것은 꽤나 열렬한 입맞춤이었다. 쫓는 사람도 없는 일상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양 다급해하는 얼굴은 보는 사람의 가슴이나 마음을 찔러대는 듯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가끔은, 당신이 날 동정해서 이렇게까지 허락해주는 건 아닌가 할 때가 있습니다."

"이봐, 나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랑 키스 같은 건 안 하는 주의니까 꿈 좀 깨."

온통 가죽 차림에 경찰이긴 했지만 하태성은 준수한 외모를 갖고 있었고 첫인상이 안 좋긴 했어도 됨됨이는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짧은 시간 내 그렇게 변모한 것에는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권혜연만큼이나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놀라워했던 양시백이었다. 그 눈이 유상일처럼 된 것이 가련하기도 하고, 손을 더럽히겠다고 나섰으나 그 끝이 파멸이라는 게 훤히 보였기 떄문에 붙잡았고 결과적으로 한 입은 다시 두 입이 되었다. 볼과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 양시백은 닿았다 떨어진 하태성의 머리카락이 간지러워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흠, 하태성, 이렇게 서툰 거 연애해 본 적 없어서 그러냐?"

"그렇게 말하는 양시백 씨는 있습니까?"

"나도 없지...만! 또 좋아해본 적은 있다는 거 아니겠어."

"그런 면에선 오십 보 백 보인 것 같은데요."

"너랑 내가 그렇게 좋은 일들로 만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말할게. 나는, 하태성 네가 좋아. 동정도 아니고 책임감도 의무 같은 것도 아니야. 못 믿겠으면 잘생겨서 좋아한다고 생각해도 돼."

"얼굴만 보고요?"

"아 정 못 믿겠거든 그렇다는 말이지! 너는 내 어디가 좋은데?"

"심성이요."

"이걸 즉답하네."

"당신이 늘 가리곤 하는 그 눈매도 웃을 때 부드러워지는 게 좋고요."

"...어우, 괜히 물어봤다. 대낮부터 낯부끄럽네."

"그럼 손이나 잡고 TV나 보죠."

"왜? 뭐 재밌는 거라도 해?"

"대낮부터 후끈한 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요. 저는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답지않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잡는 모습에 양시백은 이놈 이거 사실 선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불규칙적인 생활, 불면, 소식으로 인해 반듯한 모습은 조금 흐트러진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완연한 미소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돌아보게 할 법했다.

"에라, 모르겠다."

진짜로 연애를 해 본 적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도, 저 얼굴이 마음을 뒤흔든다는 것만큼은 잘 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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