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마리
신청 감사합니다! 어느 챔피언 S의 결심. 말은 무게를 가졌고, 행동 또한 마찬가지다. 해온 일들이 그 사람을 이루는 내용물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이는 눈부신 전적을 자랑하던 전직 챔피언인 단델 또한 강조하던 철칙이다. 요약하자면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니 그걸 인지해라’ 정도의 말이 되겠다. 박사의 조수답게 잘도 요약한 호브가 따뜻한 허브 티를 맑게
1 단언컨대 그-M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으므로 얼마든 거짓을 내뱉을 수 있었다. 그건 그녀-K도 마찬가지이리라. 그는 어떤 일면에선 자신과 닮은 그녀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았고, 이것은 평범히 그들을 동경하던 학생 사이에선 기묘한 신뢰의 표시로 내비쳐지기에 충분했다. “두 분, 잘 어울리지 않아?” M가 회랑을 지나던 때에 우연
0 탕! 세상 전부라도 된 것처럼 천지를 울리는 지긋지긋한 총소리. 딱딱한 바닥. 욕설 섞인 한탄과 흩어지는 피…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골치가 아픈 느지막한 오후. 더 컴퍼니를 뒤흔드는 소란 속 세루스 레니데오가 적의 손을 날려버리며 집무실에 등장했다. “라리, 조금만 더 버티게나…! 젠장, 공습이라니…!” “세루스, 알겠으니 목소릴 낮춰. 머리
짙은 안개가 드리우는 아침이면 탁 트인 목초지가 마치 거대한 호수처럼 습윤해지곤 했다. “파이, 시장으로 가자.” <크로. 지금은 조금….> “안 돼?” 크로가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다리를 보란 듯 절그럭거리며 고갤 기울였다. 언뜻 무구하게 보이는 천진난만한 낯이었으나 파이는 알았다. 아마, 고의일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크로는 똑똑한
熱帶夜 열대야 [천하제일 검과 승천하지 못한 검은 이무기] 1 밤이면 밤마다 담벼락 끝에서, 그 그늘에서 누군가 노래를 불러요! 분명 뭔가 있다고요! 총각 귀신 아닐까요? 나인들이 재잘거리며 떠들었다. 소란스러운 소리는 몇 번이고 같은 주제를 통해 이어졌고, 작은 소란을 불러일으켰다. 어차피 사람의 말일 뿐이다. 하여 담하는 구태여 확인할
올해의 여름은 작년에 비해 유독 덥고 메말라 마치 사막의 기후처럼 느껴졌다. 살갗을 스치는 따끔한 볕과 메마른 바람이 뺨을 쓸고 지나갔고, 습기는 메마른 탓에 찌는 듯한 더위가 조금도 없는 화창하다면 화창하다고 칭할 수 있는 날이 계속되었다. 홉은 이전 과수원의 영역이었던 사과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청하는 맥스웰을 바라보았다. 평소와는 달리 대외용 옷을
신청 감사합니다! 담레이 크로반은 언뜻 완벽해 보이는 사내였으나 사실은 틈이 많아 언제나 불안했고, 또 그래서 변하지 않는 것을 붙잡고자 하는 어두운 사내였다. 하지만 그랬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변하지 않는 것 또한 없다. 모든 건 시효가 있고, 조금씩 변해가기 마련이다. “마야. 날 사랑해?” 이 사실은 담레이 크로반 또한 알았다. 그는
경계선(境界線) “찾았어?” 그건 언제나처럼 거슬리는 목소리였다. 경계를 아득하게 흔드는, 듣그러운 음성은 너무 명료하여 신경을 긁어내는 듯한 잡음 같기도 했다. “아니.” “그래?” “그래.” 또랑또랑한 음성을 낸 정다현이 되묻는다. 하강현은 무정하게까지 들리는 성의 없는 대답을 돌려주며 책장을 뒤적였다. 차가운 말에 아랑곳한 정다현은 낡고 쿰쿰
<타오르는 눈동자> 2022년 12월 작업 1 조명이 꺼진 후, 대기실 구석. 가느다란 손가락이 대본을 넘긴다. 팔락거리는 소리가 얇고 빨랐다. 이윽고 손이 스치는 곳곳마다 밝은 줄이 검은 글자를 뒤덮었다. 제 입술을 툭툭 두드리던 젊은 여배우-시라사기 치사토는 몸을 일으켜 도움을 청했다. “저…이 감정선을 먼저 한번 봐두고 싶은데요.” “음,
보폭을 맞추는 사람들. (포켓몬스터-소드/실드 드림) 민. 라이벌. 챌린저. 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 열감이 녹아든 무수한 함성을 기억하고 있다. 어두운 수풀을 해치고 겨우 마주한 어스름한 달빛이 마치 섬광처럼 번뜩이듯이, 긴 터널을 빠져나와 세간의 모든 반짝임과 맞이하는 찰나를 안다. 다만 그 모든 것들이 ‘민’에겐
*이전 커미션 연동입니다. *창천의 이슈가르드 스포가 있습니다. *오르슈팡 if 드림입니다. <고백> 오르슈팡 그레이스톤이 영웅에 관한 상념에 잠긴 건 오늘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나 이번엔 유독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머리 아프도록 한참 생각하던 오르슈팡의 고민은 하나로 좁혀졌다. 고백할 것인가, 말 것인가. 마음은 오래되었으나 불씨가 된 사건은
*c타입 커미션 연동입니다. *창천의 이슈가르드 스포가 있습니다. *오르슈팡 if 드림입니다. 일전의 일을 떠올리자니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오르슈팡은 모험가-영웅의 강경한 주장으로 병동에 누웠다. 깊게 스쳤던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린다. 약초, 약 특유의 쓰고 알싸한 향이 온몸을 감싼 붕대에서 풍겼고, 후덥지근한 열에 익숙해지다가도 문
에피타이저 어느덧 봄이다. 곳곳에 움튼 푸른 싹이며 샛노랗고 희어 어여쁜 들꽃들이 고개를 드는 계절이란 말이다. 날은 흐리지도 않고, 매번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완연한 봄날이었다. 가족끼리 소풍 나들이하는 일도 많은 날씨. 그게 오늘 날씨였다. 그런 따뜻하고, 어쩌면 온화해서 기분마저 나른하게 풀어질 법한 완벽한 날. 평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