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ky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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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 https://glph.to/t1jjku 예정된 길을 따라가듯, 며칠 전 미리 표를 구해 뒀던 기차에 오른 그는 단촐하지만 필요한 것은 일체 빠짐 없이 챙긴 짐가방을 맞은편 좌석에 올려놓았다. 하얗게 일던 뿌연 입김이 기차 안 따스한 온도를 만나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로브에 가까운 형태인 긴 코트도 벗어 옆에 함께 내려놓고 자리에 편히 앉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에서 피부를 찌를 듯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었다. 그 빛이 어찌나 강렬하고 또 밝은지, 바로 눈앞에 있는 이의 얼굴마저 역광으로 드리운 어둠에 삼켜질 수준이었다. 그 풍경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묘하게 끝이 올라간 입술뿐. 벨져는 제 앞에 서서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 눈을 깜빡이는 동안 벨져
* 능력 없는 세계관 원래도 그런 편이긴 하지만 훨씬 더 진지한 태도로 티엔의 의사를 물어본 다이무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뒤 하인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만찬장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수천 번은 떠올려 이미 익숙해진 낯, 이제 인정해야 하는 이름, 벨져 홀든. 티엔의 옆에서 그가 무료하지 않게 가벼운 대화를 건네고 있던 다
* 능력 없는 세계관생각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니 색다름을 즐길 수 있는 타지의 것이 마음에 드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지. 티엔은 향긋한 홍차를 충분히 즐기고 잔을 소리 없이 내려놓았다."어제 보니 저택이 조금 소란스럽더군."고향의 차 한 잔은 마음을 조용하게 적셔 준다. 익숙한 만큼 더 좋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눈길
* 루드빅 생일 기념 * ㅊ모님 썰 기반 오늘은 루드빅에게 아주 이상한 날이었다. "뭐 해. 안 먹나?" 그 첫번째로, 벨져가 아침을 차려 놓고 식사하라고 부르는 일이 있었다. 그는 원래 일찍 일어난다. 의뢰인의 일을 처리하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 있을지 알 수 없는 루드빅과 정반대인 인물로, 그는 루드빅이 늦은 아침까지 잠을 청하고 있으면 깨우
* 정말 미완입니다 쓰려다 말았습니다. * 공부 한다고 정신머리 나가 있을 때 와! 하면서 '정신 놓고 쓰니까 진도 잘 나가고 재밌네.ㅋ'라고 재미있게 썼는데, 시험 치고 나서 글 하나 마저 쓰고 이어 쓰려고 했더니 글이... 문체가... 너무... 쪽팔려서... 차마 손을 못 대겠어서... 걍 나중에 다서 써야지. ㅎㅎ 하고 넘기려고 했습니다... 근데
* 현대 고1 벨져 * 담벨 살짝 있음 ** 현실에서 성인과 미성년자의 관계는 절대적으로 비윤리입니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범죄입니다! 소설은 소설로만. 치한남 1 : https://posty.pe/iibzij 치한남 2 : https://posty.pe/5kb792 까무룩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다시 눈을 떴더니 어둑한 새벽이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 ㅊ님 리퀘 * 연예인 * 허위매물주의보 수고하셨습니다-. 컷오프 싸인 이후로도 아주 약간 더 유지되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모든 카메라가 멈추자마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물론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부산하게 장비와 소품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감독은 흥분을 억누르고 헤드셋을 끼고 녹화한 부분을 들여다 본다. 그들의 목깃에 단 마이크를 빼내는 스탭들은 웃음
나는 화를 내는 방법을 몰랐다. 화를 낸다는 것은 기대가 있었다는 말이고, 나는 기대라는 것을 할 만큼 타인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욕심이라는 단어를 몰랐다. 내 앞으로 세워지는 계획들은 당연히 이뤄내야 하는 것이고, 주어지는 것들은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처음 느끼는 것들의 대상이 하필 사람이었을 때, 나는 무엇을 해야
커피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는 공간이어야 할 터. 그러나 문을 연 순간 날카롭게 찌르듯 후각을 자극해 온 것은 높이 치솟아 짧고 강하게 흩어지는 베르가못이었다. 귀하냐 하면 그렇기도 하고, 불편하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거북하다 할 만한 객의 방문이었다. 근래 자주 오는군. 그리 생각하며 시선으로 방 안을 훑자 마치 주인이라도 된 양 책상에 앉아
* ㅊ님 리퀘 크리스마스 이브에 조난당해서 오두막에 갇힌 룯벨도 조와요ㅋ 두 사람은 낡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삐걱거리는 소파에 마주앉았다. 이끼가 꼈던 흔적과 마른 장작 같은 덩쿨이 늘어져 뒤덮은 창문 밖으로 폭설이 내리고 있는 건 그들의 눈에 비치지도 않는다. 보이는 건 이 원수 같은 놈이 앞에 있다는 사실이다. 벨져가 먼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