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창가

오월이 가는 날 울었다

라일락 질 것이 아쉬웠다

꽃가지 휘둘릴 때 피던

연자색 구름이 그립겠지

일 년을 꼬박 지새우다

사월이 가는 날만

품 활짝 열고 기다리겠다

오월이 가는 날 울었다

유월이 오는 날 내렸다

물감 칠 덜 마른 정거장에

울타리 께 망울망울 진분홍

나팔꽃 입 모아 노래하고

꽃술 끝 잎 난 곳 별 모양에

꽃가루 포슬포슬 샛노랗게

새벽의 달콤한 별가루처럼

유월이 오는 날 내렸다

단풍이 오는 날 물었다

하늘은 봄까지 내내 흴 테고

햇살은 여름까지 내내 창백히

새 우는 소리는 천천히 줄고

붉고 밝은 숲은 찰나일 텐데

활짝 연 품에 흑백도 담담히

담아줄 수 있는지, 주저하며

단풍이 오는 날 물었다

미가 오는 날 알았다

나뒹구는 라일락 가여워 울고

별가루라 부르며 꽃가루 반기고

새빨간 산책길 예뻐할 줄 알았고

찬란히 바삭일 눈꽃을 그리며

팔 벌린 모든 때 안겨 들어온

순간은 영원히 귀하고 귀한 걸

미가 오는 날 알았다

이제는 잃는 것 아쉽지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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