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
신은 슬픔에 빠졌다. 그리고, 환히 미소지었다.
海星 [해성] by 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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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눈물을 흘렸다.
차가운 세상 속 피어난 따스한 선의가 신을 무너뜨렸다. 탄생과 성장, 결실을 상징하는 세 계절의 주관자들과 한 인간이 그 앞에 섰다.
숭고한 희생을 치른 고결한 자가 말했다. 세상엔 악한 이들이 차고 넘치지만, 선함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악의 득과 선의 실이 끝없이 이어지는 고통의 수레바퀴는 반복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바꿀 수는 있노라고. 그리 한다면 언젠가는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겨울 신. 당신의 방식은 잘못되었어요.
아. 머리가 울렸다. 난 마지막까지도 인간을 아꼈다. 그렇기에 세상을 위해 스스로 희생할 인간이 나온다면 이 겨울을 끝내겠다고 맹세했다. 그렇기에, 마지막까지도 인간을 믿었다. 그들이 내 친우와 그의 손주를 앗아가고 나서도 희망을 놓지 못했다.
봄보다 상냥한 마음을 지닌 가장 차가운 계절의 주관자는, 냉랭한 계절 속에서 온기를 간직한 마음을 받아들였다. 인간들의 마음이 단단히 얼어붙은 것은 어쩌면 자신이 주관하고 있는 계절 탓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아주 조금은 후회스럽다. 내가 겨울이 아니었더라면.
한동안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나의 친우가 그립구나. 곧 다시 만나게 되겠지. 그 어린 손주도 잘 지내고 있을는지. 그들과 같은 선한 인간들이 다시는 추위와 배고픔에 떨지 않기를.
그대가 바꿔나갈 모든 것들이, 부디 지워진 저 눈보다 찬란하기를.
누군가의 돈독한 벗이었던 '각별'은 환히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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