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츠키가 토도로키를 초대한 데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확실히 해 두겠는데, 토도로키 가에서 식사를 대접받은 데 대한 보답이 절대로 아니다. 애초에 놀러가겠다고 청한 적도 없었는데 그놈이 멋대로 불렀다. 눈곱만큼도, 발톱의 때만큼도 고맙지 않았다. 친구가 되어 준다고 언제 허락이나 했던가? 감히 저 좋을 대로 친하다고 정해 버리고 누나한테도 그렇게 못박질 않
공안의 할머니는 매주 용돈을 넉넉히 주었다. 구내 식당 메뉴도 구색이 제법 괜찮았지만 케이고는 돌아서면 곧 허기가 졌다. 그럴 나이기도 했거니와 그간 제대로 먹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훈련이 끝난 늦은 저녁, 케이고는 백화점처럼 모든 코너를 다 갖춘 대형마트에 들어갔다. 마감세일하는 닭꼬치 상자들 중에 먹음직스러운 것으로 심혈을 기울여서 야식을 고르고,
빌런 소굴은 호크스의 상상 이상으로 한심했다. 그들의 식생활이 특히 그랬다. 매번 바뀌는 아지트에 들를 때마다 호크스는 공안이 그래도 그럴듯한 보육을 제공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토가 히미코의 경우 호크스와 나이차가 아주 많이 나는 것은 아니어도 엄연한 미성년이었는데, 그녀의 영양은 내방쳐진 상태였다. 거점이었던 바가 습격당하고 나서 빌런 연합은 도주
*애니는 5기까지 봤고 원작은 거의 모르고 다비가 누군지만 아는 상태로 쓴 글… 글은 다비 정체 나오기 전의 시점입니다. 호크스의 발걸음은 가을 순풍 같이 가벼웠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아주 좋았다. 유난히 달게 밤잠을 잤기 때문이었다. 경계를 늦출 기미가 없는 다비를 애써서 안심시키고 온 다음날이었다. 이중 첩자 짓에 끌려들어간 뒤로 발 뻗고 잔 날이 없
*애니 3기까지 봤고 원작은 안 읽었음 천천히 계속 보는 중입니다 그라운드 베타에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다. 속으로만 쌓아왔던 앙금이 마침내 풀렸다고는 하지만 카츠키의 피에 한번 치솟은 열은 가라앉을 줄 몰랐다. 올마이트의 품에 안겼을 때는 그간의 고민이 일단락된 것만 같았는데 돌아나오니 변한 것은 없었다. 아직도 사지에는 그때의 체온이며 카츠키를 밧줄
카메라. 검은 화면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 화면을 꽉 채운 카미나리 얼굴. 화면이 돌아가고 천장이 나온다. 화면 구석에서 분홍색 곱슬머리가 등장한다. “뭐야, 그거?” “유튜브. 요즘 유행이잖아.” 움직이는 화면, 아시도를 잡는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화면 쪽으로 손을 뻗는다. “역시 이런 건 유명인 인터뷰지!” 화면에는 흔들리는
미도리야 인코는 유명한 주문 제작 케이크 집에 왔다. 예약해 놓았던 올마이트 케이크를 가지러 온 것이다. 7월 15일. 오늘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들, 미도리야 이즈쿠의 생일이었다. “미도리야 씨 맞으시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점원은 케이크를 가지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인코는 점원을 기다리며 공상에 빠진다. 이즈쿠는 언제나 올마이트를 동경했다. 항
그는 고백했다. 살인을 했다고 말하는 그 어조는 무척이나 차분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점심으로 찌개를 먹었다고 번역해 줘도 믿을 정도였다. “…차분하시네요.” “그런 편이죠.” 당신은 그를 바라본다. 담담히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그의 얼굴에선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당신은 어디까지나 인터뷰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저 끔찍한 살인마와의
나는 죽었다. 바닥에 떨어진 올마이트 피규어가 정확히 두 동강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차라리 내 것이었다면. 아니, 적어도 이 피규어만 아니면 됐다. 다른 건 나도 가지고 있으니 그걸 대신 주면 되니까. 물론 기분 나쁘다면서 폭파당하는 건 비슷하겠지만, AP 샷과 하우저 임펙트는 확실히 다르다. 이 처참한 몰골의 피규어는 다름 아닌 얼마 전
귓가를 가득 메우는 빗소리가 기어코 잠을 깨우고 말았다. 드물게 깨어난 그는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들어 올렸다. 다시 잠들고자 이리저리 뒤척여보지만, 어디 마음대로 될 리가. 결국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망할 비. 그가 커튼을 걷어낸 것은 순전히 습관에 의한 결과물이었다. 9시면 잠에 들어야 하고 등교 전에는 간단하게 조깅이라도 해야 하는, 지
“초면에 정말 죄송하지만, 이 큐브에 개성을 써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 . . …응?
아귀님과 새벽에 서로 잠 못자고 카톡하다가 <갱올이랑 베지니랑 이러는 거 생각… 걔들은 잠 안오는 것보다 임무 끝나고 안부 확인일텐데> 에서 시작한 800자 SS 히어로 일을 하는 자들은 대부분, 크건 작건 나름대로의 징크스나 루틴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미신이겠지만 생명을 걸고 일하는 자들에게는 오늘도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 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