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국일기> 팬 사인회에 다녀왔습니다
2024-09-21
언제나 조용한 덕질을 하는 사람이라 어디나 조용히 다녀오는 편인데, 이번 행사는 정말 좋았어서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출판사 분들도 그렇고 작가님도 그렇고 이 행사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는 분위기여서 좋았고, 행사장에 모인 팬들도 물론 어디나 그렇겠지만 이 작품이 좋아서 모인 거라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네요. 오프라인 행사장이나 콘서트 같은 곳을 가면 말 한 마디 없이도 피부로 느껴지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의 간질간질한 열기’가 있습니다. 제가 참석한 건 1부였습니다.
행사장 세팅~ 워낙 사진을 못 찍어서…. 잘 찍은 사진은 누군가 올려주시겠지 하는 마음에 한 장만.
작가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인터뷰 사진 같은 걸 잘 안 찾아보는지라 작가님 얼굴을 몰랐는데 보는 순간 아~ 작가님이다 싶었네요. 외국 팬 사인회가 처음이고 한국도 처음이시라 원래는 긴장을 잘 안하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굉장히 긴장하셨다고 했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준비된 질문 8개랑 즉석 질문 3개를 받았네요. 전체를 적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둔 부분은 남겨둬 봅니다. 받아적는 과정에서 조금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주세요.
Q. 누군가에게 작품으로나, 아니면 다른 것으로나 무언가를 남기고 싶으신 적 있는가?
A. <위국일기>의 경우 주로 어린 사람들에게 무언가 전달하고 싶었다.
Q. 퀴어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는데 그에 대한 생각
A. 퀴어라는 생각보단 실제로 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는 뉘앙스였음)
Q. 고독함과 외로움의 풍경이 작품 내에 묘사되는데, 작가님의 고독은 어떤 풍경인가?
A. 다른 잡지 인터뷰에서도 말한 내용이다. 원래 고독을 잘 안 느낀다. 외로움을 느낀 적이 아이 때부터 없는 것 같아 잘 모르겠다. 그러니 작품의 고독과 외로움은 책임 없는 상상이다. (ㅋㅋ) 외롭지 않다. 혼자 최고!
Q. 작가님은 독자님의 울음포인트 듣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신가요? (감동포인트를 말씀하신 거겠지…)
A. 제가 의도한 부분에서 눈물이 났다 그러면 계획한 것이므로 성공했다는 기분이다. 제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울었다면 그 또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기에 알고 싶다. 계획한 부분이든 아니든 누군가의 마음에 전달한 것이니 듣고 싶다. 사인을 할 때 그런 부분을 많이 이야기해 주었으면 한다. 지금 울어도 된다 (ㅋㅋ)
Q. 다시 태어나도 만화가를 하실 건가요? (행사장 내에 잠시 웃음이 가득했다.)
A. 다시 태어나는 조건이 무엇인가? High level 태어남인가 Zero level인가 지금대로인가? 지금은 혼자가 너무 좋기 때문에 만화가 밖에 상상을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뭔가 할 수 있다면 언어 관련한 일이나 배우를 해보고 싶다. 만화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찔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이해합니다 작가님…)
Q. 에미리가 아사가 전한 부모님 부고 연락을 받고 도망갈 수 없다고 느끼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건 에미리가 마키오 이모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이라서일까요? 그리고 에미리와 마키오의 두려움이 닮았을까요?
A. 10대는 원래 친구끼리 자연스럽게 거리가 벌어질 수도 있고 하는데, 그 연락을 받은 순간 아사랑 멀어지는 선택지가 사라지게 되어서, 에미리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너무 무서웠을 것. 에미리와 마키오의 두려움에 대해서는 닮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처음에 마키오와 아사가 아니라 마키오와 에미리 같은 캐로 구상하기는 했었다. 나중에 아사로 바꾼 것이다. (개인적인 첨언이다. 에미리가 작품 중간에 볼드한 악세서리가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 아마도 되고 싶은 나 자신에 대해서 말할 때? - 미래의 에미리 모습에 볼드한 악세를 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런데 마키오도 볼드한 악세를 하는 편이라서 에미리에게 있어서 마키오가 동경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영화 추천을 받기도 했고,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제일 먼저 말한 사람이고.)
Q. 최근 재미있게 본 한국 작품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A.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살인자 O난감>, 드라마 <괴물>, <스물다섯 스물 하나>를 봤다. 뒤의 두 개는 너무 좋아서 Bluray Box도 샀다. 영화 중에선 <비공식 작전>, <서울의 봄>을 재밌게 봤고 <파묘> 일본 개봉을 기대중이다. 만화는 요새 일본 만화도 잘 못봐서… 대신 <위국일기>를 최근에 한국판으로 다 읽었다. 처음에 한국어 공부 시작하면서 한국어판을 읽을 수 있을까 하고 봤는데, 너무 어려웠다. 이제는 다 읽었고, 재밌었다. (ㅋㅋ)
Q. 캐릭터들이 각각 마키오의 파편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치요는 어린 마키오 같다.
A. 치요는 원래 마키오와 다르게 생각했는데,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 싸워야 하는 사람으로 변신해야 했기 때문에 마키오와 비슷해진 것 아닌가 한다. 사실 캐릭터에 대해 그렇게까진 생각 안했다. 죄송하다! (ㅋㅋㅋ)
Q. 어릴 적에 영향을 받았던 작품이 어떤 것이 있는가?
A. <나니아 연대기>, 미하일 엔데의 작품 (아마 <끝없는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것 같다.), <무지개비늘 물고기> 등.
작가님 연신 어렵다! 일본어로 대답해도 어려운 질문이라!라고 하셨지만 끝까지 한국어로 답해주셔서 감사했다. 대강 적어서 빼먹은 내용도 많고, 2부에는 또 다른 질문을 답해주셨을테니 다른 분들이 올리신 후기에는 또 다른 내용이 있을 것 같네요. 이 다음으로는 바로 팬 사인회였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노닥노닥하면서 구경했는데 그런 분위기가 좋았어… 몇 번이고 좋다고 말하게 됩니다만….
1권 안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가린 것은 제 이름입니다.
작가님 보여드린 나팔꽃 사진
차례가 되어서 갔는데, 작가님이 저를 보자마자 ‘패션이 멋있다’라고 하셔서 기분이 우쭐해졌네요. 안 그래도 친구가 오늘 패션 사진을 보더니 마키오 이모같다고 이야기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느낌이 있다’고 하셔서 재밌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면서 이거저거 하고 싶은 말이 더 떠올랐는데, 패션 얘기 말고는 결국 다 까먹고 준비해간 말만 했네요. ‘원래 나팔꽃을 좋아한다. 주인공 이름이 ASA인데 나팔꽃이 일본어로 ASAGAO라서 연결되어 있구나 싶었다.’고 말씀드리며 제가 기른 나팔꽃 사진을 보여드렸습니다. 아름답죠…. ‘삼각창도 봤고, 다른 작품도 보고 있다. 연재 당시에도 <위국일기>를 따라가며 봤지만 오늘 사인회 온다고 어제 1권부터 11권까지 봤는데 그것도 좋았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잘 부탁드린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키오가 감정은 자신의 것이고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고 한 것이나, 사람 사이의 간격을 천체로 비유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으나 잊어버렸지 뭐예요~ 그리고 영화 <빅토리>도 추천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역시나 잊어버렸지 뭐예요~ 저도 긴장했나 봅니다. 그렇지만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집에 돌아가는 내내 아 오늘 좋은 하루였다고 오후 2시에 하루 마감해 버릴 정도로 말이죠…. 사인본은 이제 저의 보물리스트에 올라갑니다.
10월 2일에 개봉하는 <위국일기> 영화도 꼭 보러 갈 생각입니다. 이만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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