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칙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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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가볍게 오른손에 힘을 주어 주먹을 쥐었다. 다시 편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조금씩 구부려 헐겁게 주먹을 쥔다. 하나씩, 하나씩 손가락을 차례대로 구부렸다가 편다. 이내 손을 편편하게 펴고는, 그라하 티아는 제 오른손을 한참 내려다본다. 혈색이 도는, 온몸을 덮은 피부와 별다르지 않은, 왼손과 같은 핏줄과 근육과 뼈를 가진, 제 왼손과 다를 바 없이
“그라하.” “어!” 영웅은 보통 신출귀몰하다. 어제까지는 이곳에 있었는가 하면, 오늘은 다른 곳에 있고, 내일은 또 다른 곳에 있다. ‘어딘가로 갈 거야’라는 말을 해주기도 하고, 올드 샬레이안에 오기 전 미리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말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니까, 그라하 티아에게 미리 이야기를 전하지 않고
혼나겠지? 에스티니앙은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곧 눈가를 삐죽거리며 이대로 있기로 했다. '아이메리크 경이 그리다니아에서 하는 별빛 축제에서 선물을 나눠주고 있더라고.' 빛의 전사에게 그리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녀석이 그렇게 한가할 리가 없는데, 하고 생각했건만 역시나. 회의 때문에 간 그리다니아에서 없는 시간 쪼개어 그리 선물을 나
🕊️리퀘&메시지 박스🐾 리퀘스트&메시지 박스입니다. 리퀘스트해 주시면 '조각 모음'에서 짧게나마 씁니다! 제가 소화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많이 늦어지거나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ㅠㅠ 리퀘 내용이 다소 변하거나 오래 걸려도 괜찮으시다면 리퀘해 주세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남겨 주시면 힘이 됩니다😊 보내 주신 말씀은 늘 소중하게 읽고
이래서는, 잠만 자는 친구 아닌가? 라고. 손에 머리를 괸 채로 한참 동안 일하는 아이메리크를 노려보던 에스티니앙은 생각했다. 자, 생각해 보자. 오늘 에스티니앙과 아이메리크는, 몇 주 만에 잡은 귀중한 약속임에도 아이메리크가 일이 복잡해졌다며 약속 시간을 미루고 미룬 끝에 늦은 저녁 시간에야 간신히 만났다. 그 늦은 저녁을 먹으며 술을 기울이는 동
현대AU 오전 10시 20분. 가타부타 말도 없이 아이메리크에게서 메시지 하나가 날아들었다. 그가 보낸 것은 1분 15초짜리 음성 파일이었다. 그 앞뒤로 어떤 설명도 없다. 하지만 에스티니앙은 이 음성 파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있었고.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린 에스티니앙은 음성 파일을 재생하지도 않은 채로
덜컹,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순식간에 눈이 커졌던 것을 어떻게 알아챘을까. 모험가의 눈을 보고는 말을 꺼냈던 오르슈팡조차 잠시 놀란 듯했다. "아아, 너를 곤란하게 하려고 한 말은 아니야! 걱정 마." "그걸 어떻게." 같은 라라펠족인 이들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았던 모험가가 작정하고 남자 행세를 하니
어떻게 말해야 할까. '수정공'으로서의 평생은, '수정공'으로서 영웅과의 관계를 생각하는 평생은 제 욕심을 억누르는 것이 전부였다고 봐도 좋다. 한때는 제 운명도, 제가 처한 현실도 질릴 정도로 끔찍했기 때문에 그가 원망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제 와서는 굳이 그와 더 무언가를 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아, 라고 체념하기도 했었다. 이게 나이가 들어
할로윈, 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했던가. 에테르계와 별바다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혼에 불과한 이들이 에테르계로 내려올 수 있고, 에테르계의 존재들도 그 혼을 볼 수 있는 날이라고 했다. 기껏해야 1년에 하루 정도고 시간도 짧아 그런 날이 있다고는 해도 혼을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했다. 더군다나 그 시기는 그리다니아의 수호천절 시기와 겹치는
리퀘스트: 밖으로 나오기 전 어린 쌍둥이들의 엉망진창 학창 시절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과장을 조오그음 보태 죽는 것만큼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도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려운 과제인걸! '저기이, 있잖아.' 이따금 제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닮은 얼굴의 오빠는, 알리제가 발끝으로
현대AU 지금, 아이메리크는 몹시 억울하다. ……제 입으로 말하길, 에스티니앙은 한때 헤비 스모커였다고 했다. 그건 무려 대학 시절 만났던 아이메리크가 알기도 전의 일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배웠던 담배에 그대로 빠져들어 근 1년간 그렇게나 담배를 피웠다던가. 건강 문제를 느끼기에는 어렸고 주변 눈총을 신경 썼다기엔 제 성정이 원래도 그렇지 않았으므로
아무일없이평화로웠던그들의어느날 에서 이어지는 마찬가지로평화로웠던그들의어느날 의 완존 짧은 외전 격인.. 첫 번째 후편입니다(구구절절) “안 와도 된다니까.”“그래도.” 아이메리크가 깁스를 푸는 날이다. 어차피 반깁스였으니 이 날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에스티니앙도 알고 있고, 아이메리크도 그렇게 말했지만 꼭 병원까지 따라오고 싶었다. 어쨌든
현대AU 아이메리크가 눈을 떴을 때 날은 밝아 있었다. 언제 잠들었지… 섹스를 마치고 가볍게 씻고, 다시 침대에 누워 에스티니앙의 팔뚝을 만지작거리며 한 번 더 하네 마네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던 기억까지만 있는데. 언뜻 머리맡의 시계를 보니 평소 주말에 일어나는 시간에 한참 못 미친 시각이다. 더 잘까 싶었는데 눈꺼풀에서 잠은 제법 깔끔하게 달아났다.
들켰다. 다행인 건, 아직 누구랑인지는 모른다는 점이다. 정말로 모르는 건지, '설마 그 사람이겠어?' 해서 예상도 못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 그러니까 뭘 들켰냐는 거냐면, 요즘 영웅이 연애한다는 사실을 들켰다는 뜻이다. 어… 그러니까. 야슈톨라랑, 산크레드랑, 위리앙제한테 말이다! '세상에, 설마 했는데 정말이었나요? …하긴, 저 얼굴을 보고서는
수정공이 죽었다. 이 끔찍한 사실을 알린 사람은 당시 함께 있었던 어둠의 전사로, 수정공과 성견의 방에 함께 있던 중 의료원으로 와서 '수정공이 갑자기 쓰러져서 숨을 쉬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수정공이 쓰러지자마자 놀라서 뛰어온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모든 처치를 다 해본 후에야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이곳으로 달려왔는지 어둠
한번 쉬기 시작하니 늘어지는 건 끝이 없다. 하지만 쉴 때 쉬어야지. 그 모토로 어젯밤 펜던트 거주관 근처 주점에서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돌아와 잠들었던 영웅이 오늘도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아니, 하지만 오늘은 과음을 빼고도 늦잠에 이유가 있었다. 어쩐지 자도 자도 몸이 늘어지고 창밖이 어둡더라니, 귓가에 제법 낯선 투둑투둑 소리를 들려주며 비
칙chik 파이널판타지14 2차 창작이 올라옵니다. 조각글 위주로 올릴 예정입니다. ▶이전에 쓰던 포스타입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