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러스 커미션 샘플

유머러스 9

공포 4156

“에, 너희가 이번에 너희가 맡아야 할 건 함정수사다.”

강력 1팀의 경감에게서 그 지령이 떨어지자마자 N는 곧장 딱딱한 자세를 풀고 복장을 풀어 해지며 탁자에 발을 올렸다.

“아따, 형님. 그런 건 이 N'이가 전문이죠. 이번에는 어떤 녀석을 손봐주면 될까요?”

S은 그런 N를 보며 괴기한 비명을 질렀고 D은 흐린 눈을 했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경감은 기겁했다가 손에 들고 있던 A4 용지를 둘둘 말아 N의 머리를 쳤다.

“이번엔 그거 아니거든? 당장 옷 제대로 입고 자세 똑바로 해.”

“옙.”

남들 같았으면 대답은 잘한다고 비꼬았을 텐데 아쉽게도 N는 완벽한 경찰이었다. 정복을 정갈하게 만들고 다시 바른 자세로 경례를 하기까지 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S은 질린 표정이 되었다가 D한테 속닥거렸다.

“형, 아니, D 순경님. 잠입 경찰로 나가면 다 저렇게 됩니까? 정말 저렇게 머리에 나사 풀었다 조였다 합니까?”

N만큼은 아니지만 잠입 경찰 경력이 있었던 D은 묘하게 변명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D의 경력은 쉽사리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D은 어쩔 수 없이 N를 팔아넘겼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쟬 보니 그런 것 같네.”

“그럼, 저희 이번 임무 나가면 다 이중인격자 되는 겁니까?”

“쓰읍, 그럴지도…….”

경감이 셋의 머리를 차례대로 두드렸다. 띵, 퉁, 깡!

“아니라고! 너희 말을 끝까지 좀 들어라!”

겨우 분위기가 진정되자 경감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 것은 OO로에 나타나는 날치기범을 잡는 일이야.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질렀고 총 피해액은 대략 천오백만 원. OO로는 직장인과 대학생이 섞여 다니는 곳인데 주로 고가의 전자제품을 노리는 모양이야. 노트북이나 패드 같은 물건. 여러 번 나타났는데 워낙 빨라서 체포 못 했고 따라서 이번에 함정수사를 펼치게 되었다. 즉, 너희가 표적이 되어서 날치기를 당하는 그 순간 도망치기 전에 체포해야 해. 알겠어?”

“와아아아. 신난다. 출동이다.”

S이 함성을 보내었다. 의욕은 바닥을 치고 음성은 기계와 같았다. 그가 소극적으로 절망을 표출하는 동안 N는 진지하게 사건에 관해서 물었다.

“어떻게 도주했길래 못 잡았습니까?”

“그 자식의 오토바이가 미친 듯이 빠르다. 웬만하면 도망치는 걸 쫓을 생각 말고 날치기당하는 순간에 즉각 잡아야 해. 차량을 주기는 할 텐데, 달려서 잡을 생각은 관두라는 말이야.”

“스포츠카로 주시나요?”

D이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경감이 눈을 흘겼다.

“어림없는 소리. 적당한 거 가져서 경광등 붙여.”

“그 시동도 제대로 안 걸리는 X나타 말입니까? 에헤이, 그걸로 범인을 어떻게 잡습니까. 하다못해 제X시스라도 내주시면.”

“D 순경님 진짜 유행에 뒤쳐지네요. 그 제X시스 모델 평이 워낙 안 좋은 거 몰라요?”

“S 순경, 너는 잠시 조용히 하고.”

D이 경감과 옥신각신하는 동안 N는 사건 자료를 더 훑어보고 작전을 짰다.

“한 명이 노트북 들고 돌아다니고, 다른 한 명이 근처에 있다가 긴급 상황 발생 시 지원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은 차량으로 근처를 순찰하면서 상황 보고, 혹시 놓치면 쫓지요.”

“알겠어요. 근데 표적 역할은 누가 하지요?”

S이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모두가 이야기를 뚝 끊기고 S을 보았다. S은 의아해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왜요?”

“당연히 너잖아?”

“S 순경이 가장 적합할 것 같은데?”

S은 한발 물러났다. 그러자 D과 N가 친히 몇 걸음 걸어나와 S 곁에 섰다, S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어째서요?”

“노려지기 쉬운 인상이어야 하는데 D 순경님은 얼핏 보기에 불만 덩어리이고.”

“N 경사님은 너무 딱딱하고 비인간적이지. 인간미가 없어.”

“그러니까 S 순경이 어울릴 것 같네.”

“게다가 낡고 지쳐 있어서 대학생이나 직장인에게 딱 어울려.”

“실제로도 우리 중에서 가장 어리니까 사회 초년생에 가장 가깝고.”

“등쳐먹기, 아니 마음 편하게 굴기 좋은 상대란 말이지.”

D과 N의 손발이 묘하게 척척 맞았다. S은 흥분해서 외쳤다.

“저기요? 그거 다른 말로 하면 제가 제일 만만하다는 말이잖아요!”

“아, 이 녀석. 이런 순간에만 쓸데없이 눈치 더럽게 빠르네.”

“뭐라고요????”

D이 꿍얼거리는 것을 S이 들었고, 왈칵 외쳤다. 왁왁대는 S을 N가 설득했다. 아니, 정리했다.

“그럼 차를 고르고 도심에서 오토바이랑 추격전 벌일래? 만일 사고라도 나면, 음, 댁에 귀여운 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그냥 노트북 들고 돌아다니면 되는 거죠?”

어째 협박 비슷한 과정을 통했지만 결국 표적 역할은 정해졌다. 나머지 두 역할을 두고 D과 N가 고민했다.

“누가 어느 쪽 할까요?”

“운전 잘하는 쪽이 차를 맡아야겠죠. 나 경사님은 운전 얼마나 할 줄 압니까?”

“N'이 기갈나게 몰 줄 알았지요. 다만 좀 난폭 운전을 한다는 설정이 있어서 사고가 꽤 났는데 몇 번이었더라? 넷, 아니 여섯, 아니 아홉…….”

“N 경사 당신 운전대에서 손때요. 절대 건드리지 마.”

D이 숨도 안 쉬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렇게 역할이 정해졌다. 표적 S, 지원 N, 운전 D.

 

세 사람은 OO로에 적당히 흩어졌다. S은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노트북을 펼쳐서 여유롭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러자 곧장 무전이 날아왔다. N였다.

“아니, 아니. 지금 이미지는 그게 아니야. 블랙 기업에 취업한 불우한 직장 초년생인데, 한밤중에 업무 요청 날아오는 바람에 새벽부터 지금까지 커피에 샷 때려 넣고 카페인으로 버티면서 아슬아슬하게 마감치는 S-h야. 참고로 S-h라는 이름은 글로벌 진출과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직원들에게 영어 이름을 지으라고 해서 지어진 거지.”

“……그 설정 언제 생겼어요?”

“방금.”

어쨌거나 S은 즉각 군말 없이 초조하고 카페인에 절인 표정을 지으며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도 형사가 무전에 끼어들었다.

“N 경사는 설정에 그만 집착하시고, OO로에 오토바이가 한 대 출현했다. 몇십 분째 이 근처를 떠돌고 있으니까 주의해. 현재 OO대교에서 시청 방향으로 이동하며 그쪽에 접근 중.”

경감과의 극적인 협상을 통해 꽤 괜찮은 차량을 손에 넣은 D은 인근을 순회하고 있었다. S은 노트북을 탁 닫은 후, 노트북을 투명한 케이스에 넣어 헐겁게 들었다. 거리를 두고 앉아있던 N도 조용히 일어나 음료를 반납하고 뒤따라갔다.

S은 차도 가까이에서 걸었다. 차가 바로 옆에서 스쳐 갔다. 그때 이질적인 엔진음이 들렸다. 머플러를 개조하여 소음을 증폭시킨 듯한 소음이었다. 붉은 헬멧으로 머리를 전부 가진 운전자와 검은 바이크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S의 코앞에 멈춰 섰다. S은 긴장을 바짝 올리며 주머니 속의 수갑을 꽉 쥐었다. 운전자가 헐떡거리며 S에게 물었다.

“저기요. 혹시 ⃤ ⃤ 건물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그리고 S은 보았다. 오토바이에 붙은 배달 대행 서비스 로고. 아, 길 잃은 배달 기사였구나…….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도세요. 그러면 청색 동상이 보이는데요, 그 동상의 맞은편에 있는 게 ⃤ ⃤ 법인의 건물입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환한 목소리로 인사하면서 멀어졌다. S은 훈훈하게 손을 흔들었다. 역시 모든 오토바이 타는 사람이 범죄자는 아니었다. 손을 흔들다가 앞을 못 보고 행인과 부딪혔지만. 그래도 S은 선량한 시민의 존재에 마음이 좀 뿌듯해졌다. 조금 떨어져 있던 N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번호판을 봐두었다. 엔진 소리가 저렇게 큰 걸 보니 머플러를 개조하거나 뗀 모양이다. 머플러에 손을 대는 행위는 위법이다. 나중에 잡아야지.

그때 무전이 다시 울렸다. D이었다.

“어이, 그런데 노트북에 심어둔 위치 추적 장치가 갑자기 빠르게 이동하는데? 그쪽 지금 뛰고 있습니까?”

“아?”

“어?”

그제야 N는 S을 다시 돌아보았고, 투명 케이스에 노트북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S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아까 S에게 부딪힌 행인이 노트북을 들고 달아나서 아까 배달 기사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있었다.

“방금 그 자식이에요! 이번에는 공범을 두었어요! 쫓아요!”

오토바이가 다시 멈춘 곳은 N와 방향이 더 가까웠다.

“거기 당장 서!”

N는 힘껏 뛰어들었고 전 행인, 지금은 좀도둑인 그가 오토바이에 올라타려는 것을 저지했다. 좀도둑은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채 오토바이는 불안정하게 출발했다. D은 욕설을 뱉으며 오토바이의 예상 경로로 차를 거세게 몰았다.

차들은 경적을 빵빵 울려댔고 오토바이는 질주했으며 운전자들은 서로 삿대질을 했다. 시끄럽고 정신없는 도시와 선량하고 종종 빌어먹을 시민 사이에서 애쓰느라 오늘도 분주한 민중의 지팡이들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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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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