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위스키 타입] G님 커미션
1547자, FGO 카르나 드림 작업물입니다.
신들의 뜻이 잔인한가? 모든 것은 필연이다. 새벽의 딸이라는 존재가 그것의 표상이었으니까. 전쟁을 멈추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그 표상에는 어떤 의미 있나. 그것이 스스로 의미를 가진다면,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토록 애통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그 누가 그 어긋난 운명에 안타까움 느끼랴.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리라. 새벽이 오고 태양이 떠오르는 일과 같아, 끝의 세상 역시 오고야 말 것이다.
오로지 스러져가는 새벽을 안타까워하는 이는 그를 쫓는 태양뿐이었으니.
그 끝의 시작에 두 사람이 서있다. 한 사람은 밑바닥의 영웅이요, 한 사람은 사악의 책사. 책사와 영웅. 전쟁을 시작할 씨앗과 불씨를 키울 드잡이. 그 누가 부정할 수 있지? 이 거대한 흐름에서 둘은 그저 역할을 다하면 된다. 그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원하는 지는 모를 일이다. 그것이 가장 큰 비극일테지만.
“라트나.”
“…”
짧은 인사가 오간다. 한 쪽은 육성, 한 쪽은 목례다. 영웅과 책사에 걸맞은 인사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상할 일도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정갈히 놓여있다. 그러나 영웅은 무엇이 불편한지 책사를 불러 세운다.
“라트나.”
다시 한 번 불리는 애칭에 책사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멈춰 그의 말을 기다린다. 영웅은 느릿하게 입을 뗀다.
“전쟁이 끝나면 말이지.”
“…곧 시작할 그 것 말이야?”
“그래.”
새벽의 바람은 차다. 물기를 머금은 공기가 쌀쌀하게 피부를 때린다. 새벽의 찬 공기야 태양에 데워져 사라져버리겠지. 우샤트리아는 가만히 태양이 떠오를, 여명이 동터오는 동쪽을 바라보았다. 밝아오는 곳을.
“너는 뭘 하고 싶지?”
“내 뜻을 묻는거야?”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무엇을 열망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자는 감히 욕망하지 못한다. 어차피 일찍이 스러질 목숨, 생에 연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그에게 이 것을 말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은 신의 안배대로. 그 것이 잔혹할 지라도.
“그럼 누구의 뜻을 묻겠나.”
“전쟁이 끝나면 말해줄게.”
“너는 항상 그런 식이지. 스스로에게 너무 박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공기가 차, 이제 들어가야겠어. 다음에 이야기해.”
“언제까지고 모든 것을 미뤄둘 수는 없다. 네가 더 잘 알겠지만.”
아니, 모든 것을 미룬 게 아니야. 그 어떤 미래도 내게 올 수 없기에,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거지. 그러나 이 것을 말해줄 수는 없어. 오직 이 것은 나에게만 머물다가 갈 감정, 기억. 번뇌한다 해도 오로지 나의 것. 나의 숙명. 네가 이 것을 짊어질 이유도, 방법도 없다. 너는 항상 선을 넘어 내게 다가온다. 그러나 나는 그에 답해줄 수 없어. 나에게 그런 것이 허락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이제 나에겐 더 시간이 없으니.
그 길고 굽이굽이친 말을 접어, 그저 속에 담아둘 뿐이었다. 그렇게 아무도 대답할 수 없고, 아무도 확언할 수 없는 끝의 시작에 둘은 서있다.
새벽이 사라져간다. 새의 울음소리가 곧 떠오를 태양을 맞이하리라. 새벽이 사라져 감에 모든 존재들 잠에서 깨어나 빛 아래에서…
오로지 사라지는 새벽을 붙잡으려 하는 이 태양뿐이다. 그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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