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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 감정을 가진 괴물

달의 창고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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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괴물이 살고 있다. 수업 중일 때도, 쉬는 시간에도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는 그 괴물은, 유감스럽게도 전교의 학생들 중 나에게 유난히 관심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것은 항상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나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려고 했고, 또 나에게 온갖가지 부탁을 했다. 왜 그렇게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그들은 나와 사는 세계가 다를 텐데. 나는 그저 평범하고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싶었다.

 

그 괴물은 대장처럼 항상 무리를 지어 교내를 돌아다녔고, 무리에 있는 다른 괴물들도 대장을 따라 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시도때도 없이 내 앞에 나타나서는 나에게 깊게 관여를 하려 했기에, 가끔은 거절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괴물의 집단. 누가 아는가,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티를 내면 내가 무슨 일을 당할지. 나는 그렇기에 나는 입을 다물고, 그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괴물을 모습을 하고 있는 주제에, 그들 또한 평범한 인간처럼 지극히 평범하게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었다. 기쁠 때는 웃고, 슬플 때는 울고, 화가 날 때는 화를 냈다. 괴물의 모든 것이, 나를 무척이나 혼란스럽고 무서웠다. 자신들 또한 가지고 있기에 이해하고 있는 감정을, 그들은 정말로 잘 이용했다. 내 잘못이 아닌 것도 내 잘못인양 이끌고, 나의 가치를 끝없이 떨어트렸다. 물론 그들이 만들어내는 말과 평가가 실제 나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괴물이니까, 그저 나를 헐뜯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이겠지. 하지만, 그러한 말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으면, 그것이 정말이지 않을까 무의식에서 믿게 된다. 이것 또한, 내가 그들을 좋아할 수 없는 점이었다.

 

내 주변을 서성이는 이 괴물은 아무래도 변덕이 심한 모양이었다. 나를 상대하는 방법과 태도는 매번 달라졌다. 어느 때는 나를 기피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처럼 대하기도 하고, 다른 때에는 나를 친한 친구처럼 대했다. 그 사이에 있는 격차가 심하기 때문일까, 주변에서 이상하다고 말을 걸면, 괴물들은 예쁜 말로 우리의 사이를, 자신들을 포장했다. 내가 보기에는 얇고 위태로운 포장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철떡같이 믿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벗겨지는 포장이었다. 그것을 벗겨내면 밉기 그지없는 실체를 볼 수 있을 텐데, 그만큼의 노력을 시도하는 사람은 이 학교에 얼마나 될까.

 

몇몇은 말할 것이다.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어쩌겠는가. 누군가에게 큰소리로 말하고 싶어도 그 괴물 무리가 무서웠다. 용기가 부족할 뿐인 걸까. 하지만 나는 한없이 연약한 인간이었고, 상대방은 한없이 강한 힘을 가졌다. 누가 이기고 지는 싸움인지는 안 봐도 뻔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누군가가 의문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나와 괴물들 중에서 누구 하나가 학교를 떠나는 때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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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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