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의 너_ 2
너를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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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은 종례를 마치고 평소와 같이 반납했던 너와 나의 휴대폰 두 개를 들고 나의 자리로 해맑게 웃으며 왔다.
"서하야! 집 가자."
어렸을 때부터 집이 가까워 학교가 달랐어도 등하교는 꼭 같이했던 우리는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그걸 매일 반복하고 있다.
난 웃으며 다연이 건네는 휴대폰을 받으며 흔쾌히 대답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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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함께 등하교를 같이 하면서 대화를 하는데도 또 매일 우리는 끝도 쉼도 없이 대화를 해댄다. 아무래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나뉘어있지만.
"그 사람이랑은 아직 사귀고 있어?"
약 3개월 전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고백을 해왔다며 나에게 그 고백을 받을지에 대해 상담한 것이 갑자기 생각나 말을 해보았다.
다연이 털털하고 다정한 성격에 예쁜 얼굴을 가져서일까, 살면서 남자가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다연은 다가오는 남자를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애를 하지 않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은 사람과 연애를 해왔다.
"응. 일요일에도 데이트했어."
"부럽다." 너의 남자친구가.
웃으며 얘기하는 너를 보니 저절로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너도 연애하면 되지."
최대한 작게 말했을 텐데도 그걸 들은 너는 그렇게 말했다.
"아직 맘에 드는 사람을 못 찾았어."
"너 은근히 눈 높단 말이지."
맘에 드는 사람을 못 찾았다는 건 거짓말이고, 나의 눈이 높은 게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널 좋아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과는 사귀지 못한다는 것을 한참 동안 말할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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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가는 동안 계속해서 말을 해왔으면서 아직도 할 말이 더 남았는지 집에 들어가서까지도 전화를 했다.
“아 맞아. 너희 집 언제 놀러 가지? 안 간지 한참 됐어.”
다른 학교였던 중학생 때는 학교에서 만나지 못한다는 핑계로 거의 매일을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지금은 수업이 늦게 끝나 놀 기회가 잘 없었지만.
“난 언제든 되니까. 너 시간 될 때 놀러 와.”
“그럴까! 나도 시간은 넘치지. 이번에 새로운 레시피 알아내서 알려줄게 많단 말이야.”
다연은 어릴때 부터 어머니 옆에서 요리하는 걸 도와주었기 때문인지 요리 실력이 꽤나 좋았다. 요리에 재능이 없어 요리를 할 기회가 잘 없던 나에게 그런 요리 실력을 뽐내며 많이 알려주었다.
전화기를 넘어 들리는 즐거워하는 너의 목소리에 덩달아 나도 신나서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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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강하게 내리쬐 올해 중 온도 최고를 찍은 여름이다. 그만큼 엄청 더운 날씨였음에도 좋게 말하면 수업을 중요히 여기는, 나쁘게 말하면 꼰대인 체육 선생님은 더운 이 날씨에 수업을 운동장에서 진행했다.
체육 시간은 다연의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연은 어릴때 부터 체격과 운동 실력이 남달랐다. 그런 다연의 좋은 운동 실력은 남자는 물론 여자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강민준 패스 받아!"
다연의 키는 174cm로 여자 키의 평균보다 훨씬 큰 키였고, 남자애들 사이에서도 꿀리지 않는 농구 실력이라 항상 남자애들과 함께 농구코트에서 농구를 같이했다.
다연이 빠르게 던진 패스를 안정적으로 받은 강민준은 그대로 자리에 서서 슛을 넣었다. 둘은 하이파이브하며 서로를 보고 즐겁게 웃었다.
"서다연 진짜 예쁘다. 어떻게 이 날씨에 저렇게 뛰는데도 저 얼굴이야."
"와 저거 봐 농구도 잘하잖아."
"내가 남자였으면 어떻게든 꼬셨다. 진짜."
뒤에서 같은 반 여자애들은 장난치듯 서로 다연은 자기 것이라고 웃으며 티격댔다.
이번 게임이 끝났는지 그늘에 앉아있던 나에게 흐르는 땀도 닦지 않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말했다.
"서하야 나 어때. 멋있지.”
"응. 완전 멋져. 자 시원한 물 마셔."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에게 칭찬하듯 웃으며 대답했다. 다연은 내가 준 물을 입에 붓듯이 마시고는 턱에 흐른 물을 그저 손등으로 닦고 다시 코트로 향했다.
하루 종일 다연의 옆에서 함께하다 보면 다연과 강민준의 케미는 누가 봐도 잘 맞는 것을 알 수 있다. 농구에서도, 평소 생활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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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야! 잠깐 나랑 매점 가자."
들려오는 목소리는 익숙한 목소리가 아닌 더 낮고 큰 목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내 눈에 보이는 건 다름 아닌 강민준이었다.
"뭐냐 강민준. 나도 같이 가."
교무실을 다녀오는 다연은 강민준 뒤에서 강민준의 말을 듣고는 나 대신 대답 아닌 대답을 했다.
"안돼. 서하랑 할 말 있어."
"아 그런 거야? 오케이. 이 누님은 빠져줄게."
나와 강민준은 동시에 다연을 째려보듯 쳐다보았다.
"그런 거 아니니까 지랄 마."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기에 나는 강민준을 따라나섰다.
하지만 강민준이 앞장서 나를 데려온 곳은 매점이 아닌 학교 뒷편의 벤치였다.
"야. 그.."
"무슨 일인데?"
"내가."
강민준의 표정은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듯 보였다. 좀 심각한 일인지 뜸 들이며 말을 천천히 했다.
"내가 다연이를 좋아하거든?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감고 주먹을 쥐고 속사포로 얘기했다. 별로 놀랍진 않았다. 나 뿐만 아닌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아, 그거 때문에."
"뭐야 왜 안 놀라?"
본인은 숨기겠다고 열심히 노력한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알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강민준이 다연이에게 하는 행동이나 표정은 남들을 대하는 태도와 달랐다.
"너 다연이 좋아하는 거 완전 티나. 그걸 모르는 게 더 바보일걸?"
"어쨌든. 다연이한테 잘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해?"
내가 이걸 말해줘야 할까.
“그럼 알려주기 전에 질문 하나 할게.”
“뭐든 해봐. 다 답해줄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않으면 다연이와 연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는 힘들 것이다.
“다연이를 왜 좋아하는 거야?”
“왜 좋아하냐.. 안좋아할 수가 있나?”
맞는 말이긴 하다. 다연이를 안좋아할 수 없다. 싫어하다가도 다연이의 매력에 싫어하는 감정이 사라지게 되어버릴 정도니까.
“뭐 좋아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묻는다면,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지? 약간의 트라우마긴 한데.”
강민준은 중학교 때 평균보다 훨씬 작은 체격이었고 그 때문인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었다고 했다. 그때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었던 다연이 도와줬다고 한다. 하긴 옛날에도 지금이랑 똑같이 체격도 크고 나서는 성격이었으니까.
“그때도 서다연은 키 컸는데 머리 꽉 묶고 주저앉아 있는 내 앞에서 남자애들한테 소리치는 게 왜 그렇게 멋졌는지. 아직도 생각하면 심장이 떨린다니까.”
극복할 만큼의 오래된 사건도 아닌 데다가 트라우마라고 했으니 쉽게 말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다. 이 정도로 얘기하는데 조금은 말해줄 수 있겠지.
"... 다연이는 다정한 사람 좋아해."
약간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대부분 사람의 이상형을 말해봤다. 뭐라 하더라도 다연의 이상형 또한 그러했으니까.
"진짜? 지금까지랑 이미지가 너무 다른데. 친구 같이 장난 많이 치는 남자는 안 좋아해?"
"다연이 남자친구 중에 그런 사람은 없었어."
정말이다. 다연이가 만났던 모든 남자는 전부 다정한 연상 같은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나도 다연이의 눈에 들긴 정말 힘들겠지.
“근데 지금 다연이 남자친구 있잖아. 그 사람은 어떡하려고?”
“뭐 곧 헤어지겠지. 이번에 길다고 해도 얼마나 길까. 이제 쿨타임 다 찼어. 그게 문제가 아니고 이대로면 좀 망한 것 같은데. 아무튼 고맙다. 내가 맛있는 거라도 사줄게. 자 매점으로 고!”
"아냐, 필요 없어."
당연한 소리를 답이라고 해줬으니 이걸로 먹는 것까지 받기엔 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강민준의 추진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고마워서 사주는 거야.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받아.”
내 손목을 잡고 매점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나는 진짜 아무 말 없이 그냥 받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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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강민준이랑은 무슨 얘기 했어?"
"수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어."
강민준이 다연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내가 할 수는 없으니 그냥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다연이라면 믿을 수 있는 말로.
"하긴 너 수학 잘하지. 근데 그걸 굳이 그렇게 숨기면서 얘기한대."
"수학 못 하는 걸 들키기 싫었나 봐."
"그런가. 그렇다기엔 너무 못하는 게 다 티 나지 않나."
우리 둘은 웃으면서 이곳에 없는 강민준을 놀려댔다.
진한 색의 노을 앞에서 조금 말없이 걷다가 소리 없이 심호흡을 하고는 너에게 제안했다.
"바다 갈래?"
"오랜만에 그럴까. 어머니도 뵈어야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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