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물결
바스티타스 관계 로그
나는 당신을 나발레로 데려가 시체 하나하나 한 조각 한 조각 그 200kg 되는 것을 버릴까 생각조차 했습니다. 당신은 트웰브와 달리 무덤에 묻혀잇어 다행일 따름입니다. 나 당신께 남긴 것 없고 당신 내게만 남긴 것 한가득이니 나 어찌하면 좋을 지 몰라 손에 고개를 묻었는데 눈물조차 안 나오덥니다. 그래서 허탈하고 우스웠지요. 당신을 향한 울음 너무나도 많이 울어 이젠 나오지 않나 싶었더랍니다.
애도의 물결
무조건 우는 것만이 슬픔의 표현 방법은 아니다.
나는 당신께서 오래 살 줄 알았습니다. 기계에겐 구동 시간이라 말하는 것이 옳지만 아시지요, 나는 도저히 당신을 도구 취급 할 수가 없습니다. 다정히 내 머리칼을 만져주는 존재를 어찌 기각하고 싫다고 답하겠습니까. 내게 따뜻한 체온을 제공해주는 당신을 어찌 혐오하고 싫다고 답하겠습니까. 포옹을 해주는 건 당연하고 팔 벌리면 곧바로 다가와 끌어 안아 올려주는 당신을 어찌 싫다고 답하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기억이 없는 당신 또한 내가 애정할 수 있을까? 2세대들의 문제점이 으레 그러하듯 기억력과 데이터에서 오류가 생깁니다. 우리는 이 기적의 엿같은 상황을 수선하기 위해 다리미와 인두를 꺼낼 수도 없는 족속이니 그래요, 잊어버린 채로 살아가십시오.
그럼에도 나,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영특한 천재이지요. 그렇기에 복구할 방법 따위 찾지 못해도 해결책이 존재함을 알고 있습니다.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의 세상에서 알맞은 걸 골라내서 조작하면 될 터이고 그렇지 못하게 막힌다 하더라도 어딘가엔 탈출구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는 낙관이 아닌 확신에서 비롯된 관측입니다.
그러니 바스티타스, 내 손을 잡아요.
그러니 바스티타스, 내 손을 잡고 돌아보아요.
그러니 바스티타스, 내 손을 잡고 돌아본 뒤 우리 인사를 다시 해보아요.
우리는 잊힌 기억 속에서 소중했다고 부를 수 있는 사이였고 당신이 유일하게 내 장례식의 참고인이었으니 나는 트웰브를 위해서라도 당신을 가동 중지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생이란 것에 빌붙게 만들겠습니다.
그러므로 이건 확언입니다.
우리 다시 인사를 해보아요, 바스티타스. 우리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 무른 손으로 장미를 접어 흉은 나지 않을 지언정 흉이 났음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쌓아가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바스티타스,
당신의 어린 천재, 에이브 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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