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기를

태성은재 가비지사운드AU

落花流水 by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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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노잼이며 짧음 꼴랑 반올림해서 4000자임 퇴고 하지도 않음 언제 지워지고 수정될 지 아무도 몰름


너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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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성에게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1달 전 쯤 공태성 생일이었기에 보냈던 문자 이후로 처음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공태성과 가끔 연락을 하고 지냈었기에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 나는 과제를 하던 것을 잠깐 멈추고 핸드폰을 집어 들어 잠금을 풀고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내용은 간단했다. 밴드 경연대회에 참가하니 보고 싶으면 한 번 보러오라는 것이었다. 공태성이 보러오라는 밴드 경연을 검색해보자 TV 방송으로도 나가는 경연이었다. 어제 첫 방송을 했었나 보네. 날짜를 확인하자 하필이면 선약이 잡혀있었다. 나는 짧게 이번 건 못 갈 것 같다고 문자를 남긴 뒤 핸드폰을 뒤집어놓고 다시 과제를 이어나갔다.

마가 끼었는지 다음 공연도, 다다음 공연도 싹 다 팀플 과제나 1박 2일 우정여행 같은 것들이 끼어있었다. 아무래도 대학 시험기간이 끝나 여유가 생기면서 그랬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쯤 되니 공태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침 경연대회 결승은 공강이기도 하고, 레포트 과제나 팀플과제도 없었다. 나는 잽싸게 메시지 어플을 열어 이번에는 갈 수 있다고. 꼭 가겠다고 공태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며칠 뒤, 나는 버스에서 내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일찍 온 감이 있는 것이 맞았나 본지 결승이 열리는 공연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덕분에 맨 앞자리에서 공태성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내 앞에 있는 펜스에 몸을 기대어 공연 시작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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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되려나...?"

떨리는 마음으로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눌렀다. 솔직히 말해서, 고등학생 때 부터 줄곧 좋아했던 애한테 문자를 보내는 것은 너무나 떨리는 일이었다.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누르고 조마조마 하던 와중에 1분도 지나지 않아 서은재에게 가능하다는 답을 받고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헐. 이 가스나... 결승이라고 와 주는 긴가...? 침대에 엎어져 몸부림을 치고 소리를 지르며 볼따구를 챱챱 때렸다. 서은재가 보낸 문자가 비치는 핸드폰 액정 안을 보고 또 보았다. 진짜구나. 목 관리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침대에 벌러덩 누워 그저 실실대며 밤을 보냈다.

"큼큼. 아아아- 아아-... 하 씨발..."

며칠 뒤, 아침부터 긴장이 되어 죽을 것 같았다. 어젯밤에도 일찍 자고 오늘을 준비했지만, 왜인진 모르겠지만 목 상태가 메롱이었다. 왜 하필 오늘이냐... 오늘 결승인데. 서은재도 오는데. 목이 살짝 칼칼한 느낌이 들었다. 어제는 분명히 연습할 때 최고의 목 상태였기에 안 그래도 긴장이 되던 마음은 점점 더 심장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하필 이번에 준비한 곡은 고음이 많았기에 공연 도중 삑사리가 날까 두려웠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페트병 뚜껑을 열어 500ml 물을 한 번에 들이켰다. 그저 공연 전 까지 목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야 공태성. 너 목 관리 제대로 한 거 맞아?"

"..."

리허설을 대차게 말아먹었다. 실수만 몇갠지. 덕분에 지금 리더인 성준수에게 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도 고분고분 듣기만 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대차게 말아먹었기에 한 마디도 대꾸를 못한 채 계속 바닥만 바라보았다.

"내가 분명히 어제 무리하지 말랬지. 꼭 니는 중요한 날에 하나씩 뭘 터트리더라. 고등학생 때 부터."

"... 분명히 어제 연습도 적당히 하고 일찍 잤는데..."

"...됐고, 물이나 마셔. 본 무대에서 실수하면 넌 오늘 뒤진다."

"옙..."

"다음은, 청량함과 유니크함이 돋보이는 밴드, 지상입니다!"

나랑 팀원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무대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무대의 맨 앞쪽에 서은재가 펜스에 기대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많이 좋았지만, 실수할까 봐 두려웠다. 또, 많은 시선들이 동시에 나를 바라보니 심장이 터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물러설 곳도 없었다. 이왕 결승까지 왔는데. 나는 꼭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다은이 드럼 스틱을 치며 노래의 시작을 알렸고, 나는 마이크를 꽉 쥐었다.

역시나 목소리는 조금씩 흔들렸다. 물 조금이라도 더 마실걸. 민간요법이긴 하지만 생 달걀이라도 먹을 걸 그랬나. 나는 최대한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게 노력하며 한 음, 한 음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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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선 공태성은 불안해 보였다.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인지 목소리가 조금 흔들리는 느낌도 살짝 있었다. 딱 봐도 보였다. 지금, 공태성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공태성에 대한 첫인상은 점심시간에 노래방 다녀오느라 수업 늦은 애. 수업 시간에 노래 가사 짓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자주 혼나는 애 정도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무엇을 할 지 몰라 공부만 하던 내겐 꿈이 있고 그것에 대한 열정이 있는 공태성이 멋져 보일 뿐이었다. 

17살, 여름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방학식이 끝난 뒤 친구들이 가자는 노래방도 거절하고 학원도 쨌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아파트에 있는 벤치에 앉아 먹었다. 먹는 와중에 늘 풀던 과학 문제집을 학교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아 나는 몸을 일으켜 다시 학교로 걸어갔다.

과학 문제집만 챙기고 빨리 집에서 쉬려는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찰나에 교실 안에서 조용히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손을 멈추고 복도에 연결된 창문을 통해 공태성을 지켜보았다.

'저걸 어떻게 부른대.'

공태성은 핸드폰으로 시원하고 청량한 고음이 담긴 구간을 몇 번 반복해 듣더니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공태성이 듣고 있는 노래는 유명 보이밴드의 유명한 노래이다. 하지만 유명한 만큼 높은 음역대로 인해 부르기 까다로운 노래.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서 목을 다 풀고 불러도 삑사리가 나기 마련인 노래였다. 나는 그 구간을 공태성이 들리지 않게 따라 불러보았지만 빠르게 포기하였다. 공태성도 그 구간을 부르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삑사리가 나 버렸다. 하지만. 공태성은 삑사리가 나도 잘 불렀다.

쨍한 오후 1시의 햇빛이 노을이 지기 전의 어둑어둑한 하늘로 바뀌었다. 내가 무슨 이유로 여기 계속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서 있던 탓인지 다리가 저렸다. 공태성의 목소리는 초반보다 2배는 더 쉰 것 같았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자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중앙계단으로 향했다. 내 발이 움직이려 한 찰나에 공태성은 궁시렁거리며 물을 한 번에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번 목을 가다듬은 다음, 노래를 틀고 마이크 대신 쥐고 있던 볼펜을 꽉 쥐고 입을 떼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

공태성은 마이크를 꽉 쥔 채 시원한 고음을 내질렀다. 몇 년 전, 노을이 지는 교실에서 노래를 불렀던 것 처럼. 

나는 멍하니 즐거운 얼굴로 열창하는 공태성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속에 얹혀있던 응어리가 다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노래가 끝나고 공태성은 내가 처음 보는 것 같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나는 어느새 공태성을 바라보고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공태성은,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다.

S

교실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던 공태성을 본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공태성이 내게 찾아왔다. 보컬 레슨을 받기 위해선 평균 90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내게 노트를 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꿈이 있는 걜 멋지다 생각했고, 하굣길 호위를 댓가로 노트와 족보를 빌려주었다. 공태성은 꼴랑 2주 벼락치기를 했음에도 평균 90점을 만들어 놓았다. 그때부터 아마 나는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반해 공태성을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밴드부 연습에 나오지 않고 도망친 공태성을 잡아달라고 공태성 후배들에게 전화가 왔을 때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망하는 마음이 쭉쭉 커질 쯤에 공태성은 음악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하는 것이라 하니 내 마음이 더 뒤틀리는 듯 했다. 그 때부터 나는 공태성을 피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공태성을 이런 애가 아니었다.

2학년이 되고 한 동안 공태성을 보지 못했다. 그 후로 다른 애들과 노래방에 가거나, 학교 축제에서 애들이 부르는 노래는 왠지 모르게 시시했다.

S

공태성의 팀 다음에도 몇 개의 팀이 나와 무대를 진행했다. 그 후, 공태성의 팀은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고, 걔는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팀원과 기쁨을 나누었다. 경연이 끝난 뒤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공연장을 나갈 때, 나는 싱긋 웃으며 휴대폰을 집어 들어 공태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당탕탕쿵탕탕-"

공태성이 전화를 받자마자 의자가 뒤집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얘 또 뭐하고 있었길래.

"어디야?"

"...대기실인데? 뭔 일 있나."

나는 미소지으며 공태성에게 말했다.

"공태성, 주차장으로 나와. 기다릴게."

"ㅇ...아? 어? 니 뭐라켓나?"

나는 한 마디만 한 뒤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공연장을 나가 편의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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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 팀이 우승할 줄은 몰랐다. 상대 팀은 늘 항상 쉽지 않았고, 겨우 한 표 차이로 겨우겨우 올라오게 된 라운드도 있었다. 나는 우승 트로피를 드는 순간 그제야 마음이 놓이며 현실을 분간할 수 있었다. 우리 팀, 진짜 우승이구나. 그 때 부터 마음놓고 소리를 지르며 팀원들과 축배를 들었다.

휴게실에서 정리를 하는데 서은재한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나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 때문에 버튼을 누르자마자 의자가 뒤집혔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통화는 짧았지만 내용은 강렬했다. 나는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 처럼 옆에 있던 의자에 걸려있는 겉옷을 입으며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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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연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배주스를 집어 들어 계산했다. 삐빅- 1500원 입니다. 다시 주차장에 돌아오니 타이밍 좋게 공태성이 나왔다. 나는 숨을 헐떡대는 공태성을 보고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배주스를 건넸다.

"배가 목에 좋대."

어느새 내 마음속에 예전부터 있던 공태성에 대한 실망감은 바닥에 닿으며 녹아버리는 눈처럼 사라졌다. 공태성이 떨리는 손으로 주스를 한 입 마시고 나자 나는 공태성을 바라보았다.

"공태성."

"응?"

"노래 관두지 말고 계속해. 연습 예전처럼 째지 말고."

"옛날에만 그랬던거다. 이젠 안 그러는데..."

"... 넌 노래부를 때 제일 멋지니까."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 들자 나는 고개를 돌려 걸어갔다.

"먼저 갈게. 무대 잘 봤어. 공연 있으면 말해줘."

나는 주차장을 빠른 걸음으로 벗어난 뒤 버스 정류장까지 계속 달려갔다.

네 목소리가 하늘에 닿을 때까지, 내가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

네 첫 번째 팬이 되어도 될까?


너의 목소리가 하늘에 닿기를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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