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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총 로그

은총(恩寵):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 은총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태도나 호의, 곧 창조 사업에서 영생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서 인간을 위해 하신 모든 일들을 뜻한다. 하느님의 은총은 당신 자신을 인간에게 선물로 내놓은 것에까지 이어진다. 또한 은총은 우리가 선을 행하도록 우리를 비추는 초자연적인 힘(도움)이다.


“그래, 열 아홉이 된 걸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이제 네 이름도 조금 무거워지겠지, 그 이름처럼 살도록 하고….”

“네.”

이름처럼 살라니, 어떻게 살라는 걸까. 은총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무상으로 주시는 선물이라는 뜻이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태도나 호의. …모든 인간에게 자비롭게 대하라는 의미? 잘은 모르겠지만 가정 예배가 끝난 후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미묘했다. 싫은 건 아닌데, 이름이 무거워진다니. 그건 마냥 기쁘지만은 않을 지도 몰라. 이름이 무거워진다고 해도 형들의 발끝에 미치지는 못하겠지. 이 시기 나오는 이야기는 주로 하나였다, 대학. 형들은 이미 대학에 진학했고. 남은 건 자신뿐이다. 자, 이제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가야 하나. 허벅지 위에 모아 올려놓은 손 위에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이 겹쳐진다, 어서 말을 꺼내라는 뜻이다. 차근차근, 여기서 일을 그르치면 다 망하는 거야. 달걀로 바위 치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식탁 위에 정적이 흐르자 어머니가 자신의 손을 손 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어서 말하라는 의미. 미미한 미소를 띄며 고개를 들어 말을 꺼냈다."

“성인이 되면 유학을 다녀오고 싶어요.”

“어머, 유학을…?”

“네, 허락만 해 주신다면 대학은 해외로 가고 싶습니다.”

-해외로 가고 싶습니다, 제 목소리가 끊기자 아버지가 자신과 같은 눈동자로 시선을 맞췄다. 분명 가치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겠지. 어릴 때부터 많은 지원을 해준 형들이 유학을 간다고 하면 그건 부모님 입장에서 좋은 일이겠지만, 그런 형들과 달리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한 자신이 유학을 간다고 한다면? ‘투자’ 하는 보람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일 터다. 이제 아버지의 생각은 훤히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낸 덕분이었다. 같이 차를 마시고, 기도하고,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교회에도 조금 따라 다니고. 어쨌든, 제 가치를 조금 올렸다는 뜻이다. 집을 그리 뒤집은 후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바뀌기는 했으니까. ‘기대를 걸어도 되겠다’ 는 수준으로 올리는 게 최대였지만, 기대받지 못한 삶을 살다가 그 정도로 가치를 키운 것도 노력이라면 노력의 결과였다.

“갑자기 해외라니, 너까지 해외에 가면 집 안이 삭막해져서 어쩌란 거냐.”

“그래, 은총아. 엄마 아빠 곁에 있는 편이 더 안정적이고….”

像这种狗一样的…. 확실히 형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어린 나이는 맞지만 대학을 갈 나이가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난 이 집을 뜨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해야 한다고, 경제적 지원을 받아 4년제 대학에 진학해서 자유를 좀 누리고 와야 한다고. 집에 있어봤자 갉아 먹히는 것은 제 정신이었다. 아니요, 외국 사업에 관심이 생겨서요.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그리 덧붙였다. 그 와중 집 안이 삭막해지는 건 싫은가 보지? 무슨, 아들을 집에 사람 오면 꼬리 흔드는 개로 보나…. 가끔은 불안정한 것도 즐겨 봐야 하지 않겠어요, 어머니. 하자 쓸데없는 말이 들어간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는 건 좋아, 형들의 곁을 떠나는 게 싫은 것 뿐이다. 내 버팀목, 내가 지금까지 살도록 만들어 준 사람들. 물론 해외에서 혼자 사는 게 그리…. 힘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힘들어도 견뎌 보겠다는 식으로 말해야 할 것 같았다.

“보내 주면 뭘 어떻게 하려고.”

“아버지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돌아오겠습니다.”

“음.”

나를 향한 아버지의 기대? 있지도 않다, 부응하는 사람? 나도 그런 건 될 생각이 없어. 단지 형식적인 말일 뿐이다. 그래도 상황에 날개가 달린 듯 순조롭게 제가 원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아, 만족스럽네. 유학 이야기는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이야기로 끝이 났다. 유학을 가는 나라는 프랑스, 조건은 4년제 대학 경영학과. 나쁘지 않아, 예전부터 경영학과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자신에게는 이득이었고. 성적도 안정적이니 가능할 터다. 만족스러운 결과.

“그래, 그럼 대학은 프랑스로 가는 걸로 알지. 성적 관리 잘 해라.”

“네, 그럴게요.”

아버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시자 자신도 의자에 앉아 있다 일어나 아버지의 뒷모습에 대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대학을 국내로 갈 수는 없었던 거니? 아무래도 어머니 입장에서는 유학 이야기가 달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생각해 둔 계획을 고작 어머니 때문에 망가뜨릴 수는 없지, 얼굴에 죄송함이 담긴 미소를 띄며 팔을 벌리는 어머니를 껴안았다. 물론 그 미소도 어머니께 보이지 않게 되자 사라져 버렸지만. 어머니도 참, 중간중간 한국으로 들어올 텐데 벌써부터 왜 그러세요. 하며 어머니의 등을 몇 번 토닥인다.

“내 말상대가 사라져서 어쩐담.”

“아버지가 계시잖아요, 서로 사랑하시면서.”

“네 아버지 다음으로 네가 제일 좋은 말상대였다는 거 알지?”

“그럼요, 영광이죠.”

“우리 아들….”

다른 아이들이라면 몰라도 네가 엄마를 떠나는 건 상상해 본 적이 없는데, 하며 자신을 안던 팔을 풀고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살가운 아들이 해외로 날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겠지. 2년이라는 시간은 자신에게 중요한 시간이었다. 오직 이 날을 위해서, 이 날을 위해서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고,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수도 늘리고, 피아노 연주도 두 분께 선보여 비위를 맞췄고, 기대치도 끌어올렸고. 성인이었으면 오늘은 축하주라도 마시는 건데, 아쉽네. …형들에게는 어떻게 말해야 하나. 형들에게 배운 게 많아서 그 덕분에 유학을 가게 되었다고? 갑작스럽지만 내년부터 집을 떠나게 되었다고? 어머니와 저녁 인사를 나누며 침실까지 바래다 드리며 생각했다. 잘 한 거야, 집은 떠나 있는 게 나았어. 사람을 붙여 주겠다는 말을 거절한 것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버지의 귀에 들어갈까 하는 불안에서 우러났다.

“저기, 부탁드릴 게 있는데.”

“아, 네. 셋째 도련님.”

“형들한테 제가 내년에 유학 간다고 좀 전달해 주세요, 제가 직접 전하는 게 예의이긴 한데 이런 방법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각자 방에 계신데, 지금 알릴까요?”

“네, 이렇게 전해서 죄송하다고도 같이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상전 모시듯 고개를 숙이고 사라지는 고용인을 바라보고 있다가 거실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아, 이제 다 끝났어. 큰 고비는 다 넘겼다. 형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건 그나마 작은 고비니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너무 많이 했나, 지끈거리는 두통을 애써 무시하고는 거실로 내려온 발걸음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아, 이번엔 형들 차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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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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