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5화-카타르시스(2)
"헉... 헉... 아니, 저 녀석들 대체 뭐야? 왜 아직도 우릴 쫓아오는 거냐고?!"
어찌어찌 괴물들로부터 도망치고 일단 눈에 띄지 않게 나무 뒤에 숨어 아직도 우리를 찾고 있는 건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우리를 찾는 것 같았다. 맘 같아선 욕 한바가지 시원하게 하고 싶지만 미이가 있으니 일단 그건 참기로 하고.....
대체 뭣 때문에 우리를 이렇게까지 쫓아오고 공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저 괴물들에게 들켜 그들 손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아직 괜찮지만 미이는 아까부터 전속력으로 달린 것 때문인지 숨을 힘겹게 내쉬며 꽤 힘들어 보였다.
'이거 큰일이네... 이대로 가다간 저 녀석들에게 잡히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지쳐 쓰려지겠어... 어떡하면 좋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이것을 어떻게 타파할지 몰라 눈앞이 막막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로 이곳에서 숨죽여 있을 수만도 없었기에 결국 나는 한가지 도박을 하기로 하였다.
"미이, 내 말 잘 들어. 내가 어떻게든 저 녀석들을 유인해서 최대한 멀리 갈 테니깐. 그 틈에 너는 재빠르게 도망쳐서 경찰이든 아무나 좋으니 주변에 도움을 청하도록 해."
"에........?"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내가 미끼가 될 테니 너는 그 틈에 빨리 도망가서 주변의 도움을 청하라고 했다. 이때 미의는 내가 한 그 말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랄 만도 하겠지, 솔직히 이건 내가 말한 것 이긴 해도 이건 목숨이 걸려있는 꽤 위험한 도박이니깐. 하지만 이대로 눈을 피해 숨어있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적어도 미이 만큼은 지키기 위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것뿐이다.
"내 걱정은 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그러니까 미의 너는 그 틈에 어떻게든 빨리 이곳에서 당장 도망쳐 내 말 알아들었지?"
"....으응....."
미이는 여전히 나를 걱정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알았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녀석들을 유인하기 위해 땅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냅니다 그 녀석들 안면(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던져버렸다.
던진 돌멩이는 그 녀석들에게 정확하게 명중하였고 그것에 잔뜩 열이 받았는지 그 괴물들의 표적은 완전히 내가 되어 나를 쫓아왔으며, 나도 그 녀석들에게 잡히지 않게 전속력으로 달려 최대한 미이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사실 자기 몸 지킬 정도의 몸싸움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편이고 주변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이 있었다면 저 녀석들과 어떻게든 싸워보려고 했겠지만 그러기에는 수가 너무 많고 게다가 무기가 될만한 것도 없어서 함부로 덤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씨,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 오기 전에 호신용으로 커터칼 하나라도 챙기는 거였는데...!! 나가기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고 밝은 곳이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결국 안 가져온 나 자신이 미워진다 진짜......!
하지만 지금 와서 그런 생각을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지금은 어떻게든 도망칠 수밖에 없다. 부디 그 애가 무사히 잘 도망치길 바라는 것 밖에는.....
하지만 그런 나의 바람과는 달리 내 뒤를 쫓던 몇 마리 중 한 마리가 어느샌가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더니 그대로 내 명치에 주먹을 날렸다. 다행히 반사신경으로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내가 방심한 그 틈을 타 내 목을 붙잡아 나를 들어 올렸고 그대로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커억.....!!!"
이 상황을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을 쳐보지만, 목이 졸린 탓인지 몸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제대로 저항하기 힘들었다. 그런 내 꼴이 우습게 보였는지 가소롭다는 듯이 냅다 나를 던져버렸다. 그로 인해 나는 그대로 땅바닥에 굴러지게 되고 이때 충격으로 안경까지 벗겨지고 말았다. 괴물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꼴좋다는 듯이 그대로 떨어뜨린 안경을 밝아 부서뜨리며 비웃는듯한 소리를 내었고 그대로 쓰려져 있는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겠지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괴물의 공격에 제대로 저항도 못 하고 그저 괴물에게 두들겨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맞는 동안 나를 쫓았던 다른 녀석들까지 모였는데 내가 우습기라도 하는지 낄낄대는 소리와 함께 비웃고 있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자기들이 뭔데 나를 비웃냐는 생각이 들었고 맘 같으면 바로 이 자리에서 저 새끼들을 전부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하다가 이윽고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듯이 괴물은 나를 향해 큰 팔을 들어 올리고 그대로 내리치는데 맞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온 몸이 움직이지 않아 결국 이대로 끝이구나 하며 눈을 질끈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안돼!!!!"
그 순간 괴물의 일격을 맞기 직전 누군가가 나를 감싸주었고 거의 동시에 퍽! 하는 소리가 공원에 울려 퍼졌다. 조심스레 눈을 떠보니 나를 감싸준 사람은 다름 아닌 괴물들에게서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했던 미이였다.
"..........!!!"
미이는 자신의 몸을 던져 나를 감싸는 대신 괴물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는데 머리 쪽을 세게 맞았는지 머리에서 출혈이 심하게 나고 있었다.
"미이... 어째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혼란스러웠고 하지만 미이는 나를 보면서 미안함과 다정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미안해... 나, 네가 걱정이 돼서... 도저히 혼자 도망칠 수 없었어... 정말 미안해......
그래도... 다행이야...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미이는 내가 무사하단 것에 안도의 미소와 함께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녀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본 그 순간 ‘10년 전 그 사건'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것은 지금도 절대 잊을 수 없는, 내 평생의 트라우마이자 모든 악몽의 시작. 그저 단순히 그곳에 있었단 이유로 나를 죽이려 했던 ‘악마’와 그 악마에게서 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였던 '그 사람들'의 모습이......
"아... 아아.........!"
또 다시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 입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오버랩 되는 순간 그 죄책감으로 심장은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고 눈앞이 점점 흐려지더니 급기야 정신까지 아득해져 갔다.
괴물들은 갑작스러운 미이의 난입에 짜증이 났는지 이젠 우리를 해코지 하려는지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까라면 어떻게든 저항해보려고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간신히 정신만 겨우 붙들고 있는 상태 였기에 그저 사시나무처럼 떠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정신을 잃은 미이를 끌어안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던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
그런데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나에게 소리치는 듯한 소리를 들었고 뒤를 돌아본 순간 무언가가 내 얼굴을 스치고 그대로 우리를 덮치려던 한 마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던 그때 곧바로 누군가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것의 정체는 바로 이브의 노랫소리였다. 그 노래는 공원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스피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노래가 나오자마자 괴물들은 소음을 듣고 있는 것 마냥 굉장히 괴롭다는 듯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괜찮아?"
이브는 내 앞에 조심스럽게 날아오면서 내 상태를 걱정해주었다. 하지만 현재 내 상태는 괴물들한테 엄청나게 두들겨 맞은 상태라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이브의 노래 덕분인지 정신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몸의 떨림은 멈추지 않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미이를 빨리 병원에 가지 않으면 정말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어서 마음만 더더욱 불안해지기만 했다.
"괜찮아, 내가 너의 힘이 되어줄게. 원래 이건 관계자 외에는 비밀로 해야 해서 남들에게 함부로 사용해선 안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비상사태니깐."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이브는 걱정되는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힘이 되어주겠다는 말을 하였고 그 말과 함께 누군가와 신호를 보내는 듯한 고갯짓을 하였다. 그러더니 나에게 지금부터 저 괴물들과 싸울 힘을 주겠다고 하였다.
단, 그 힘을 받기 위해서는 특정한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괴로운 기억을 꺼낼 수 있어서 조금 괴로울 수 있다고 하였다.
"뭐, 그게 무슨......"
"정말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 뿐이라서 어쩔 수 없어. 괴롭고 힘들겠지만 부디 버텨줘."
이브의 말과 동시에 갑자기 뭐라고 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그 잡음은 그야말로 상상 그 이상으로 끔찍했다. 오죽하면 바로 앞에 있는 이브의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을 정도였는데 어째선지 그런 잡음 속에서 유독 선명하게 들려오는 말들이 있었다.
'더러운 여자의 딸', '집안의 수치', '불행을 몰고 오는 태어나선 안됬을 존재'... 이런 말들이 시끄러운 잡음들 속에서 유독 이상하리만큼 선명하게 들려왔는데 그것들은 내가 어린 시절 친척들에게 들어왔던 말들이었다.
"그만... 그만......!"
가뜩이나 10년 전 기억이 되살아나서 미칠 것 같은데 친척들에게 학대 당했을 때 들었던 말들이 들려오니 무척이나 괴로웠다. 더군다나 어째선지 왼쪽 눈이 욱씬거리기 시작했는데 이러다간 이브가 말했던 괴물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이란 것을 받기도 전에 내가 먼저 미쳐버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목소리에 눌려 또 다시 주저앉을 뻔하던 그때, 나를 괴롭게 하는 말들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어느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괜찮아. 넌 누구보다 강하고 다정한 아이니깐. 분명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자신을 가져."
".......!!!"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희미하고 작았지만 나는 그것을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야 그럴 것이. 그 목소리의 주인은 나를 받아드려 준 몇 안 되는 사람이자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기억해내면서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랐고 그 사람의 마지막에서 했던 약속을 떠오르며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비틀거리는 몸을 움직여 일어났다.
그래... 그때 난 그 사람과 약속 했고 모두에게 맹세했어. 어떻게 해서든 나는 끝까지 살겠다고 살고 말겠다고......그러니 이대로 쓰려질 수는 없어.....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그럼에도 계속 나를 방해하겠다면 전부......전부......!!
전부...... 잿더미나 되어버려!!!!
그 순간 감정이 폭발함과 동시에 왼쪽눈에서는 강렬한 열기가 느껴졌고 내 주변에는 갑자기 검보랏빛의 불길이 강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브도 그 모습을 보고 드디어 깨어났구나 하며 뭔가를 하려는 듯 했다.
"간다앗!!! '카타르시스 키프트!' 온 에어~!!!"
그리고 이브의 외침과 함께 감정과 더불어 무언가가 느껴졌다. 지금까지 담아놓고 업악하고 있었던 것들을 한번에 터트린것과 같은 해방감과 같은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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