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4화-카타르시스(1)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고페르 제단의 최고 AI이자 버츄얼 아이돌인 이브였고 그녀는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땅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미안해, 원래대로 라면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늦어버렸어.”
땅으로 내려온 이브는 우리에게, 정확히는 나에게지만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근처에 있는 시계를 통해 시간을 보니 어느덧 8시 30분을 지난 상황이었다. 미이와 대화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라서 그것은 별로 상관없지만.
“어라? 미이도 있었네? 안녕~! 이곳은 이제 익숙해졌어?”
"으응..... 그런데, 어째서 이브가 여기에........"
갑자기 나타난 이브 때문인지 미이는 꽤 많이 놀란 듯 보였는데. 그러고 보니 대화하느라 미이에게는 미처 내가 왜 여기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었다. 단지 약속이 있어서 왔다고밖에.......
"실은 여기서 리라랑 만나기로 약속을 해거든. 그래서 이렇게 오게 된 거야."
“뭐?”
이브는 당황하는 미이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모순을 느꼈다. 분명 나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 사람은 이브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의 관계자일텐데?
"잠깐만 이브. 그게 무슨소리야? 물론 내가 여기에서 어떤 사람과 만나자는 약속을 받긴 했지만 나는 분명......."
"아. 그거 말하는 거구나? 실은 내가 ’그 애‘에게 부탁을 했거든, 너와 제대로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야. 그래서 그 애가 나 대신 너에게 약속 메세지를 보낸거야.”
그 애.....? 그리고 그 사람이 메세지를 보냈다니....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하나도 못 알아 먹겠네!
맘 같아선 이브의 어깨를 흔들며 어떻게든 정확한 이유를 듣고 싶었지만, 아이돌인 이브에게 차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며 애초에 제아무리 이곳에서는 AR 구현 디바이스로 이브가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실상은 AI라 그런 짓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되도록이면 진정하고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대신, 나는 이브에게 확실하게 이 상황에 대한 질문을 물었다. 비록 내가 이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약속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약속을 한 사람은 이 프로젝트의 관계자라고 자칭한 사람이며 그 사람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데 왜 그 사람이 아니라 이브 네가 온 것이며 왜 그 사람이 안 오고 네가 왔는지, 설마 이브 네가 다른 사람을 사칭해서 나를 이곳으로 오게 만든 거냐며, 누가 보면 추궁을 하는 것으로 보일 듯이 말하니 이브는 그런 게 아니라며 손사례를 치며 당황을 하더니 이유를 말해주었다.
“그야..... 나는 순수하게 리라 너와 제대로 만나서 예기를 하고 싶었는걸. 그래서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은데 시간도 잘 맞지 않고 그렇다고 저번처럼 스마트폰을 통해 만나면 네가 크게 놀랄테니깐. 그래서 관리자인 ’그 애‘에게 부탁했어. 내가 리라하고 개인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
확실히..... 그때 꽤 많이 놀라긴 했었지. 그렇게 이브에게서 이유를 들어보니 대강 이해가 되었으며 아까까지만 해도 풀리지 않던 의문이 자연스럽게 풀렸다. 그렇다는 건 그때 이후 나와 다시 만나기 위해 관계자에게 부탁해서 이곳에 나를 불러달라고 했고 본인이 이곳에 왔다는 것인가?
“그렇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물어볼게. 너는 왜 나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
그렇다. 그 약속을 한 시점부터 내 의문은 오직 그것뿐. '어째서 나를 이곳에 불렀는가.'이다. 대체 무슨 이유이기에 나를 이런 곳에 불러서 기다리게 했는지 나로서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이유를 어떡해서든 알기 위해 이곳에 오고 기다린 것이다. 미이와 만난 건 예상외였지만.
그러자 이브는 의외로 별거 아니란 듯이 웃으며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며 나를 이곳에 부른 이유를 말하려고 했고 나와 미이는 그 이유를 들으려는 찰나.......
크와아아아아!!!!!
갑자기 주변에서 알 수 없는 짐승 울음소리 같은 것이 귀에 들렸는데 처음에는 무슨 들개 울음소리인가 했지만, 들개 울음소리라기에는 뭔가 이상했고 애초에 이 섬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인공섬이라 들개는 물론이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동물은 새를 제외하면 단 한 마리도 없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 위험해!!!"
"에?"
그순간, 무언가가 미이를 덮치려고 하자 잽싸게 온몸을 날려 미이를 구해냈다. 다행히 미이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했고 미이를 공격한 알수 없는 뭔가와 직면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람같으면서도 얼굴과 몸이 노이즈가 낀거마냥 지지직 거리는, 마치 유령 혹은 괴물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기괴하기 짝이 없는 무언가였고 왠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무슨 홀로그램 같은건가 생각을 잠깐 했지만. 살짝 스친 미이의 소매부분이 살짝이지만 찢어진 것을 보고 그제서야 직시하게 되었다. 저녀석, 홀로그램같은 것이 아닌 살아있는 진짜라고.....
심지어 그놈은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아닌 세 마리 정도 있었고 그놈들은 우릴 죽일려고 작정했는지 또다시 공격하려했다. 우리는 일단 살기위해서라도 이것들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미이의 손을 잡고 뛰었는데 어째선지 그 괴물들은 우리만 쫓아오고 이브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브는 사람이 아닌 AI라서 아예 인식을 하지 못하는건가?
아무튼 일단을 살기위해 뛰었다. 이대로 저 알수없는 괴물들의 먹이가 될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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