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커미션

1차 글 감상 샘플

총 1,776자, 전문 공개

찬연미션 by 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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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전체적인 저의 감상을 이야기해보자면 진짜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문장들이 상당히 생동감이 넘쳐서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사실 초반에는 둘의 관계가 잘 이해가 가지 않았거든요. 아드리안은 이시도어를 꽤 아끼는 것 같고, 실제로 글에서도 그게 느껴져요.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받아들였어요. 아드리안은 이시도어를 사랑하고, 집착했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남고 싶었다는 생각도 들만큼 덤덤하게 마지막을 기뻐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전부 갇혀버린 이시도어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정확하게는 아드리안이 아니면 자신은 사랑받을 수도, 살아갈 수도 없고 죽인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아드리안만한 주인은 찾을 수 없다는 확신을 한 채로 죽으려고 굴거든요. 그런데, 진짜 이런 소재를 진짜 아름다운 문체를 가지고 계셔서요. 진짜 하나도 자극적이지 않고, 소름 끼치는 분위기가 난다는 게 너무 좋아요. 섬뜩할 정도로 싫어하던 체취는 실제로는 말린 꽃향기였고, 아드리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그 선물에 여러 이유를 붙여서 찍은 사진을 확인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마지막의 마지막에는 결국 아드리안이 이시도어를 사랑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 순간, 속을 게워내고요. 사랑을 그때 인정했다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시도어는 아드리안을 사랑하고, 아드리안의 애정을 인정했고 그것 자체에 추악함을 느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면, 자신이 아드리안을 사랑했다는 것을 벌거벗은 것처럼 새삼 떠올랐을 수도 있고요.

그다음 문단을 보면 이시도어에게는 아드리안이 세상이었고, 전부였던 것 같아요. 아드리안이 만진 것도 꽤 좋아했던 것 같고요. 본인은 싫다고 했지만. 그가 날 부르면 자긴 그 이름이 되고, 남이 나를 만지고 묶고 끌고 가는 건 싫었다고 했지만 아드리안의 품에 안겨있을 때의 압박감은 좋았다고 하고요. 또 다른 사람이 내게 말을 거는 것도, 싫다고 하고. 오히려 집착을 한 건 이시도어라는 생각도 드네요. 아드리안은 붙임성이 좋다는 식으로 언급이 나왔거든요. 그의 마지막까지 독차지하고 싶었던 마음이, 찔러 죽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왜냐하면 그를 죽이면, 그의 영원은 오롯한 자신의 것이잖아요. 다른 이와 함께 하지 않는 아드리안은 내 것이니까 탁 트인 마음이 들고, 이제 더 이상 아드리안의 행동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것에서 쾌감을 느낀 것 같아요. 이시도어가 아드리안을 사랑했다는 게 가슴 깊게 느껴져요. 그걸 그저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죠. 

쾌감과 자유를 얻은 이시도어는 결국 세상에 흥미를 잃어버렸어요. 자신의 세상은 아드리안이 전부였고, 그렇기에 자신을 불러주는 이름하나 정의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잖아요. 그를 가지면 만족할 줄 알았는데 허한 마음에 죽어 다시 만나려고 굴고요. 이미 아드리안의 사랑보다는 이시도어보다 훨씬 커서. 일반적으로 드라마 같은 곳을 보면 사랑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만 가득합니다만, 집착, 애증. 이런 이야기도 사랑의 본질이잖아요. 이시도어는 비틀린 사람이라서 그 점을 납득하지 못했을 뿐이지 충분히 서로를 사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을 줄여보면 복잡하고, 깊은 애증 관계에서 결국 아드리안이 없이는 이시도어가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애정했다는 것이겠네요. 이런 사랑을 아드리안을 죽이지 않았다면 평생 알 수 없다는 게 둘의 관계가 어그러진 이유일 것 같습니다. 제가 읽은 여러 소설이 있지만 정말 미친(positive) 소설이었어요. 작가님의 이시도어에 대한 이야기가 또 읽고 싶습니다. 문틀 아래로도 읽었는데, 다른 소설도 궁금하네요. 진짜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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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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