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졸업한 우리가 당신에게

2인 1조 합작 | 청춘, 쉼표, 여행

다 함께 여행을 떠난 그 날로부터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이별을 장식할 졸업식 날이 왔다. 공룡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교실 문을 열었다. 언제나 교탁에서 저들을 맞이해주던 그들의 선생님은, 졸업식에 오지 못했다. 

공룡은 빈 교탁에서 애써 시선을 돌리고 자리로 향했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제야 공룡도 제 책상 위에 무언가 올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이건…."

책상 위에는 졸업 증서와 졸업앨범이 놓여있었다. 아마 여행 날 펜션에 오기 전에 학교에 들른 그들의 담임 선생님이 준비해두고 간 것이었을 거다. 다섯 명 밖에 안되니 자신이 졸업 앨범을 따로 만들어 주겠다며 사진을 달라던 선생님의 모습이 생각났다. 공룡은 조용히 앨범의 페이지를 하나씩 천천히 넘겨보았다. 이상하게 찍혔다며 놀렸던 공룡의 사진도, 다 함께 학교의 큰 나무 아래서 찍은 단체 사진도 담겨 있었다. 앨범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사진이 1년간 이 학교에서 함께 한 아이들과의 추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리고. 

이제는 다시는 보지 못할, 당신의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있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눈에서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애써 가라앉혔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사진은 이전 페이지에 실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여백 가득한 마지막 페이지에는, 누군가가 쓴 글이 적혀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정성들여 적은 것처럼 보이는 그 글의 필체는, 그들이 아주 잘 아는 사람의 것이었다.

'졸업하는 너희에게, 앞으로의 나날들이 즐거운 여행길이 되기를.'

"...선생님."

떠난 이후에도 우릴 울리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요. 누군가의 눈에서 떨어진 물이 마지막 페이지의 여백에 작은 그림을 그려냈다.

종이 울린다. 그들의 학생으로서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들이 함께 뛰던 운동장과, 함께 공부하던 교실과, 함께했던 학교의 모든 곳을, 졸업식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가득히 채웠다. 1년 동안 항상 들었던 종소리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겨울빛을 잔뜩 머금은 학교를 뒤로하고, 이제 그들은 또 한 번의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아니지."

공룡이 고개를 흔들었다. 눈물 자국이 있는 그의 표정은, 맑은 겨울 하늘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생님 말씀대로, 또 한 번의 여행을 떠날 시간이지."

겨울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났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1년간의 추억이 담겨있는 작은 교실에서 나와, 더 넓은 세상으로 향했다. 긴 여행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나는 것이다. 이곳이, 자신들의 십 대의 청춘과 추억이 담겨 있는 이 교실이, 그리고 누군가와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이 교실이, 여행을 떠나는 아이들의 돌아올 곳이 될 것이다.


"기사님, 저 여기서 내려요!"

그리고 그 날로부터 1년 뒤, 차가운 겨울 공기를 뚫고 시골 마을버스 한 대가 지나갔다. 아직 소년티를 다 벗지 못한 갈색 머리의 청년 한 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이 낡은 버스는 여전히 멀미가 나네, 머리를 붙잡고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왔냐, 공룡?"

"웬일이래, 네가 지각을 안 하고."

"어떤 날인데 지각하겠냐."

피식 웃으며 공룡이 네 명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시골의 작은 고등학교의 다섯 명의 졸업생은 발맞춰 걸으며 어디론가 향했다. 걸으며 그들은 1년간 자신들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나눴다.

졸업 후 공룡은 서울로 올라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했다. 수현의 격려를 잊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나름 만족할 만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1년을 열심히 준비한 라더는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을 다녔던 잠뜰과 덕개는 자신의 학교에 있는 교수님이 더 이상하다며 열을 올리며 말했다. 각별은 다니던 코딩 회사를 때려치우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 다 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 그들의 1년이, 그들의 청춘이 남아있던 곳,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그들의 학교였다.

"결국 폐교되었다면서?"

"응, 건물 어떻게 할지는 아직도 의논 중이라더라."

"그래도 생각한 것보단 멀쩡하네. 아, 저기서 야자 땡땡이치고 놀았었는데."

"저 나무 아래서 단체 사진 찍었지?"

"하하, 다 기억나네. 진짜 추억이다."

1년 전의 기억들을, 그 시절의 추억들을 저마다 꺼내보았다. 겨울바람이 다섯 사이를 지나갔다.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맡기며, 잠뜰이 입을 열었다.

"나, 왜 선생님이 여기서 만나자고 했는지 알 것 같아."

그 말에, 공룡은 조용히 웃었다. 그도 왜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십 대의 마지막에서 열심히 달렸던 그 기억이, 선생님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남아있는 곳이다. 이젠 다시 못 볼지라도, 우리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있는 곳이었다. 다시금 부는 겨울바람에 공룡은 맑은 겨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선생님, 저희 왔어요."

지나가는 바람에 그렇게 속삭였다. 다 같이 졸업사진을 찍었던 그 나무 아래에서, 자신들의 청춘을 함께한 선생님을 불러보았다. 그야,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까. 우리의 청춘의 마지막을 가르쳐주고,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쉼표를 찍어준 당신을,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으니까.

"저희는 나름 잘 지내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저희가 가장 힘든 시기에 저희와 함께 울고 웃어주셨기에, 잘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뭐, 사실 아직도 힘들 때도 많아요. 성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저희는 아직도 많이 흔들리고, 모르는 것이 많고, 좌절하며 두려워해요."

마지막 말끝에 웃음이 묻어 있었다. 아이들도 저마다 미소를 띠며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흔들려도 된다고, 두려워해도 괜찮다고. 그래서 이 여행길을 즐기며 가려고요."

그들의 선생님이 이곳에 와 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은 왔을 거라고 믿었다. 청춘의 추억이 남아있는 그곳에, 자신들의 소중한 선생님도 와 있을 거라고, 그날의 약속을 지키러 오셨을 것이라 믿었다.

"저희는 이제 각자 다른 길로 또 한 번 여행을 떠날 거예요. 뚜렷하지 않고 힘든 길을요. 하지만 선생님은 저희에게 두려운 길도 나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셨죠. 그러니, 선생님."

그 약속이 지켜졌기를, 그리고 또 한 번의 만남을 약속할 수 있기를. 우리를, 항상 지켜봐 주시고 있기를.

"다녀오겠습니다."

겨울이 지나가는 시간에, 소년에서 청년이 된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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