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조각글

[미완] 딘이랑 린네랑 리안이 나오는데요, 던졌어요

대충 딘린네 세계관 엔딩 후 망상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산에 울려퍼진다. 조금 꾀죄죄하고 길게 늘어진 망토를 얼굴까지 가려 입은 사내가 말을 멈춘다.

“..도착이다.”

그는 말에서 내려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 작은 집 몇 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 그의 눈에 비친다. 사내는 말 안장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가죽 가방에서 접혀 있는 종이를 펼쳐들었다. 그는 종이와 마을을 번갈아 보더니 종이를 도로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는 말에 올라타 다시 달려 산을 내려갔다.

“린네.”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린네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린네가 돌아본 곳에는 갈색 머리를 깔끔하게 빗어넘긴 곱상하게 생긴 사내가 서있었다. 그 사내는 환히 웃으며 린네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아, 딘.”

“아침부터 어디 가려고?”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주변 좀 훑어보려고 했지.”

“불길한 예감?”

딘이 대뜸 린네를 뒤에서 와락 껴안았다. 그는 린네를 세게 끌어안은 채 제 애인의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린네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야, 야, 야!! 아침부터 이게 무슨 짓이야!”

“이 정도 애정 표현 가지고 뭘~”

린네는 버둥거리며 딘의 팔에서 벗어나더니 씩씩거리며 숨을 가다듬었다. 딘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고만 있다. 린네가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딘을 올려다보자 그는 두 손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무서워 하지 말라고 그런 거야. 불길한 예감이 들게 뭐가 있어?”

“그렇지만 아침부터 이상하게 소름이 돋는 게 꼭…”

타박. 언제,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망토로 온 몸을 휘감고 있는 사내가 둘의 앞에 멈춰섰다. 린네는 사내를 보더니 표정이 굳어졌다. 익숙한 분위기다. 사내는 자신이 쓰고 있던 망토의 모자를 벗었다. 시커먼 어둠같은 머리와 그 어둠 속을 헤치는 빛처럼 샛노랗게 번뜩이는 눈동자가 드러난다. 린네가 이를 악, 깨물었다.

“당신이 여기를 왜 와?”

“..오랜만이야.”

사내가 조금 웃어보이며 말했다. 린네는 그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붙들었다. 사내는 린네를 떨어뜨리기 위해 그를 내치려 했지만 도로 손을 내려놓았다. 딘이 후다닥 달려와 린네를 사내에게서 떼어냈다. 린네는 이거 놓으라며 소리쳤지만 딘은 그의 손목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딘은 어색하게 웃으며 린네가 죽일 듯이 달려든 사내를 보았다.

“아하하.. 형님, 오랜만이야.”

“....정말이지, 각별한 사이인 모양이네.”

딘의 형, 리안이 물 한 잔을 들이키고 조금 민망하다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그런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딘의 행동은 보는 이를 쑥스럽게 만들 법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제 애인인 린네를 무릎에 앉혀놓고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오른손으로 어깨죽지를 살살 쓰다듬고 있으니, 리안은 도무지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 지 모를 지경이었다. 

“우리 애가 형님을 여전히 싫어하거든요. 이렇게 묶어놓지 않으면 바로 달려들 걸.”

“그렇다고…. 하, 아니야.”

리안은 머리 아프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린네는 리안이 꼴도 보기 싫다는 듯 고개를 창문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딘은 자세를 고쳐 린네가 제 품에 쏙 들어오게 다시 안았다.

“그래서 웬일이에요? 이런 산골짜기를 다 찾아오고.”

“그냥. 잘 지내나 해서. 나한테 계승권을 넘기고 떠난 지 벌써 반 년도 더 되었으니까. 비록 배가 다르다지만 형제로서 안부 정도는 궁금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리고 그동안 형답게 행동하지 못 한 거 같아서. 리안은 뒷말은 삼켜버렸다. 이기적인 마음이다. 제 욕심에 눈이 멀어 동생을 챙기지 못한 죄. 그 죄는 너무나 큰 것이었고 이제 와서 돌이키기엔 늦었다. 이런 못난 자신도 딘은 따뜻하게 품어주고 이해해 주었다. 그것이 리안은 딘에게 닿기에는 한참 모자란 형이란 것의 증거였다.

“사실 의아했어. 내가 제아무리 네게 사과했다 하더라도 내가 저지른 건 반역죄이고.. 네겐 평생의 상처일텐데 왜 날 용서해주었을까. 게다가 황위 계승권을 내게 준 이유도 모르겠고. 감정적인 나보다야 네가 훨씬 그 자리가 어울릴텐데.”

딘이 눈을 내리깐다. 그러곤 푸흣, 웃는다.

“우린 피해자잖아요. 너무 어렸고. 그리고 형님은….”

딘은 뒷 말을 잇지 않았다. 굳이 이 말은 꺼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신 딘은 또 다른 대답을 이어갔다.

“그래도 사람들은 좋아해요. 이것저것 백성들 편한 정책만 내놓고 직접 감찰도 자주 나간다면서요. 이 작은 산골짜기 마을에도 다 들릴 정도면, 얼마나 인기가 좋은 거에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있지, 나, 따뜻한 사람이, 좋은 황제가 되기로 했거든. 동생과 신하에게 그러지 못했으니까. 이전의 역할들에는 충실하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내게 주어진 새로운 역할에는 충실하고 싶어서.”

“멋진 생각이에요. 형님, 많이 바뀌었어요.”

딘이 싱긋, 웃는다. 그의 샛노란 눈동자가 리안을 가만히 응시한다. 노란색 눈동자. 전혀 닮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그들이 형제라는 걸 상기시켜 주기라도 하는 듯 꼭 닮은 그 색이었다. 그리고 이 눈동자는, 그토록 싫어하는 아버지의 유산이기도 했다. 리안은 딘의 노란 눈동자를 보며 감정이 북받쳐 올랐지만 그것을 도로 삼켜냈다.

“난 당신이 좋은 황제라 생각 안해.”

계속하여 시선을 피하던 린네가 뚱한 표정으로 리안을 보며 말했다.

“나 역시 당신의 백성이니까 말 하나 얹어보겠는데, 당신은 전혀 백성에게 따뜻한 황제가 아니야. 당신은….”

 “미안해. 많이…, 많이 반성하고 있어.”

린네가 얼굴을 찡그린다. 그는 딘에게 놓아달라며 손목을 탁 치더니 딘이 놓아주자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딘은 방문을 잠시 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제 형을 바라본다. 리안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잔인했지. 저 친구에게도, 너에게도. 끔찍한 기억들도 안겨줬잖아.”

“어릴 적 얘기를 하는 거야? 확실히, 트라우마이긴 했지.”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