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문대 전력] 고민
고민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서있던 류청우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상의를 벗어던졌다. 전날 류청우가 잠들기 전에 입고 있던 까만 티셔츠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박문대는 그의 손끝에서 티셔츠가 구겨져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멍하니 쳐다보았다. 바닥에 떨어진 티셔츠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박문대는 류청우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류청우야 결심이 섰다지만, 아직 자신은 고민을 채 끝내지 못했다. 박문대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
"형…. 진짜 하게요? 저랑? 좀더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류청우의 상반신을 마주하고 고개를 떨궜다. 최근 테스타가 활동기로 접어든 탓에 류청우는 평소보다 몸관리에 열심이었다. 목에서부터 이어지는 탄력있는 피부, 살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복근. 그보다 눈에 띄는 건 가슴이었다. 달라붙는 옷을 입을 때에도 자기주장이 심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천에서 벗어나자 곧장 자태를 뽐냈다. 시선이 자꾸만 그쪽으로 향했다. 류청우가 가볍게 웃었다. 긴장감에 목이 말랐다. 침을 삼키자 목울대가 눈에 띄게 움직였다. 박문대의 얼굴이 발그랗게 익었다. 곧 닥칠 일을 떠올린 탓이다.
"음, 문대야. 벌써 30분이나 지났잖아. 그런데도 문은 안 열리고. 그럼 뭐.."
답 나왔지.
류청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박문대는 류청우의 그 별일 아니라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희들은 같은 팀 멤버다. 이번 일을 끝마치고 돌아가게 되면 다시 같이 일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박문대는 아무렇지도 않게 류청우와 얼굴을 마주보고 하하호호 웃을 자신이 서지 않았다. 열이 받았다.
그러나 류청우는 태연하게 침대로 걸어왔다. 박문대는 한 발짝 두 발짝 가까이 다가오는 류청우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진짜로 한다고? 나중에 얼굴은 어떻게 보려고.
박문대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는 걸 보고 류청우가 물었다.
"걱정 돼서 그래? 그럼 내가 아래로 갈까?"
그의 물음에 박문대는 구겨진 미간을 더욱더 구겼다.
그런 게 문제가 아니지 않나. 고작 그런 걸 생각한다고.
박문대는 잠깐 류청우의 위에 올라탄 제 모습을 떠올리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절대 안 될 일이었다. 당연히 깔리는 건 제쪽이 되어야 했다. 류청우는 어리지 않나. 물론 신체적으로 보면 더 어린 건 제쪽이지만 그래도 류청우는 저보다야 4살은 어렸다.
"아뇨, 제가 할게요."
“난 뭐든 괜찮은데.”
미쳤나, 저게. 한참 어린 놈이랑 섹스하라는 것도 양심 때문에 죽겠는데 박기까지 하라고.
박문대의 마음의 소리들 간에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대화가 오가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류청우는 더욱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박문대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그리고 검지 손가락을 들어올려 박문대의 골이 깊게 패인 눈썹 사이를 꾹꾹 눌렀다.
“형은 너무 걱정이 많아요.”
“뭐하는 거예요.”
박문대는 류청우가 지나치게 가까이 붙었다 생각했다. 그는 류청우를 밀어내려 손을 들어올렸다. 류청우는 박문대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는 그의 손을 허벅지 위로 꾹 눌렀다. 박문대는 류청우가 이 다음에 하려는 일을 알았다. 류청우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형, 잠깐. 저 마음의 준비 좀- !!!!“
곧 그는 반듯한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까만 머리카락이 눈가를 간질여 박문대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푸흐흐- 바람소리 같은 웃음소리가 귀보다 더 위에서 들렸다. 입술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웃음도 입술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머리카락 대신 입술이 부드럽게 눈가에 닿았다. 발그레해진 볼 위에는 살짝 스치듯 닿더니 이번에는 입술을 향한다. 류청우가 박문대의 턱을 들어올리곤 욕심을 내어 입술을 한번에 집어삼켰다. 입술을 머금고 탐하다가 급기야 안을 침범했다. 입안에 닿지 않은 곳이 없도록 꼼꼼히 훑었다. 꼴깍꼴깍 누구 것일지 모를 타액을 삼키다 박문대가 숨을 헐떡였다. 채 삼키지 못한 타액이 입술 옆으로 흘렀다. 류청우는 입안에 제가 실필 곳이 더이상 남지 않게 되자 떨어져나갔다. 박문대는 그제야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류청우가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제 준비 됐을까? 몸 쓰는 건 자신 있는데."
박문대는 류청우가 몸을 잘 쓴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류청우가 그것을 자랑스러워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 선수 출신 아닌가? 하지만 그것 말고도 류청우가 자신을 꽤 잘 다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박문대는 순간 녹아내릴 것 같은 입맞춤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류청우는 박문대의 고민이 길어지자 살짝 몸을 기울이고 그의 입술 옆을 핥았다. 가벼운 입맞춤은 아쉬움을 남기고 떨어졌다. 박문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뒷일이 걱정스러웠다. 이 다음에 문이 열리고 현실로 돌아가게 되면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하나. 아무런 사이도 아닌데 이런 짓을 해도 되는 건가. 아무리 시스템 탓이라고는 해도.
하지만 고민이 길어지면 남은 시간도 적어질 것이다. 그건 싫었다. 단단한 어깨에 매달리고 싶었다. 거칠게 더 헤집어줬으면 하고 바랐다. 판단을 내릴 때까지 머뭇대긴 아까웠다. 오직 서로를 탐하고 어루만지는 데에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더 닿을 시간이 부족할까봐 고개를 끄덕이는 줄도 모르고 박문대는 눈을 꽉 감아버렸다. 꼭 감긴 눈을 느긋하게 문지르다 류청우는 그에게 키스했다. 벌써 두 번째 키스였다. 조심스럽게 다물린 입술 사이를 가르고 방금 전 키스로 촉촉해진 입안을 마치 처음인 것처럼 훑었다. 태연한 척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류청우는 긴장하고 있었다. 맞닿은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제 떨림을 박문대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고 류청우는 옷 안에 감춰진 그의 하얀 피부로 손을 뻗었다. 아래에 눌러놓은 몸이 파드득 튀었다.
이 정도면 아무 생각도 못하지 않을까. 류청우는 박문대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웃었다. 처음의 키스로 그의 입안을 헤집는 동안 이미 그는 고민 하나를 끝냈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이 다음엔 같은 멤버보단 연인, 이 어울리지 않을까.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까. 잘 하면 잘 봐주지 않을까. 그러면 잘 해야겠네. 다행스럽게도 그는 몸 쓰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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