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
여름 햇살이 강하게 내리쪼였다. 구승우가 종일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이유였다. 눈 한 짝을 덮은 솜 쪼가리 안으로 짓무른 살갗. 목전이 어질했다.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
구승우는 닳은 슬리퍼 바닥을 질질 끌며 걸었다. 나뭇잎 사이 숨어 우는 매미 소리가 유난히 거슬렸기에, 블루투스 이어폰—중국산 가품이었다.—을 꺼내 꽂았다. 귀에 익은 노래가 흘렀다. 하며, 호주머니를 뒤적일 참에 오백 원 짜리 동전 두어 개가 손에 채인다. 아싸... ... 작게 읊조린 구승우는 구멍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다 낡아 빠져 빛이 바랜 구멍가게 냉동고. 고르고 고른 끝에 꺼내 든 하드는... ... 오백 원이죠? 구승우가 가게 주인에게 동전을 쥐였다. 냉동고에 한참이고 처박혀 있었는 듯 꽁꽁 얼어 있는 아이스크림을 한 입 베어 물면... ... 인공적인 단맛이 퍼진다. 구승우는 혀를 물렀다. 맛없어. 하면서도 꾸역꾸역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럼에도 찌는 듯한 더위가 가시는 일은 없었다. 구승우는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그늘에 몸을 뉜다.
울렁거린다... ... 속이 메슥거리고 구역감이 몰려온다.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하늘이 시뻘겋게도 보였다가 퍼렇게도 보였다. 귓전이 시끄러웠다. 숨이 벅차다. 구승우는 몸을 뒤틀며 여러 번 숨을 골랐다... ... 헉, 하고 삼킨 숨이 목구멍에 걸렸다. 빠르게 박동하는 가슴께를 틀어쥔 채였다.
어쩌면 죽겠다 싶었다. 지독한 열병임에 틀림없었다.
왜 때문일까, 문뜩 떠오르는 이름 석 자에 구승우는 하순을 짓씹었다. 흰 모가지를 감쌌던 손을 뻗어 공중을 그러쥐었다. 시야가 온통 흐릿하게 번졌다. 달뜬 열기 아지랑이가 아른히 올랐다. 그제야 이름 석 자 주인 놈 낯짝이 눈에 뵈는 듯했다. 이 열병, 네가 가져왔지?
구승우는 뇌까리며 눈을 내리감았다. 감은 눈 너머를 비집는 한 점 여름 햇살이 강하게 내리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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