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창작

추한 욕망

촉촉한 숲 by 청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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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요, 나는 우울할 때마다 명치에 예쁜 장식용 가위를 꽂는 상상을 해요. 침대에 흐르듯이 누워서 반짝이는 은빛 날을 꽂으면 우울과 함께 살들이 터져나오는 거죠. 그 옆엔 사랑하는 당신이 꼭 있어야 해요. 나의 죽음을 보고 슬퍼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아, 다른 사람들도 있으면 좋겠네요. 내 죽음에 후회할 사람들. 내게 더 잘할걸 울며 통곡해야 해요. 그래야 나의 희생의 의미가 있어질 것 같단 말이에요.

대체 왜 그런 걸 원해요?

나는 항상 억울하기 때문이에요.

혼자 희생하고 혼자 억울해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요?

이기적이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난 항상 이기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 흐름에 맞추기 위해 애썼어요. 나의 흐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생의 마지막에서라도 이기적이면 안되나요?

그럼 당신은 왜 그걸 행동으로 옮기지 않죠?

상상은 자유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난 아픈 게 싫어요.

당신은 정말 제멋대로군요.

텍스트 속에서라도 그런 인간이 되고 싶었어요. 어때요?

매력적이에요.

그것 봐, 역시 사람 마음 속은 한 치도 알 수가 없다니까요. 터져나간 나의 살들은 파랗고 투명하고 물컹할 거에요. 입에 담으면 서늘한 단맛이 퍼져나가겠죠. 당신은 그걸 먹어도 좋아요.

그것이 나의 마지막 자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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