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잔

여백(餘白)

김성식 정은창

; 자해 유사적인? 부분이 조금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형님, 다 정리했습니다."

김성식이 고개를 들었다. 강제로 끌어낸 사람들이 한 쪽에서 한이 실린 울음을 터트린다. 원망과 저주는 그들에게 닿기엔 멀어서 잠깐의 시선만 닿았다 떨어진다.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좋아, 무너트려."

높은 언덕 위를 빼곡하게 채운 낡은 건물들은 김성식의 말 한마디에 무참하게 짓밟힌다. 쾅! 쾅! 단단한 콘크리트 벽은 손 쓸 틈도 없이 부서진다. 사람들의 곡소리는 더욱 서글픈 소리를 냈지만 철거하는 기계 소리에 저 아래로 묻힌다. 중기계가 쓰러진 더미를 밟고 위로 올라간다. 포크레인이 지붕을 뜯어내고 사람들의 터전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쾅."

하하, 김성식이 웃으며 불씨를 떨어트린다. 숨과 함께 연기를 내뱉고 철거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이렇게 쉽게 무너지는 곳이었다. 오랜 기억을 저 아래에 같이 매장한다. 하하하! 유쾌한 웃음소리가 울음소리를 가린다.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 일이 언젠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

정은창의 머리에 새겨진 김성식이라는 사람에 대한 감정은 공포다. 서울에 상경하자마자 목이 떨어져 나갈 법한 일을 겪은 그의 뇌리에 무의식중에 자리 잡은 감정이었다.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를 애써 숨겨야 했고 삼켜야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휘둘러지는 폭력을 견뎠다. 모든 것은 복수를 위해서. 그렇게 포장했다. 황도진만 죽일 수 있다면.

- 버티던 버러지들 싹 끌어내고... 포크레인, 탑차 끌어다가 개박살을 냈지!

정은창은 귀를 막았다.

- 포크레인, 탑차를 끌어다가!

귀를 막았다.

- 개박살을 냈지! 쾅!!!

귀를, 막았다.

속이 어지러워졌다. 방금 전까지 먹었던 것들이 올라올 것 같았다. 애꿎은 벽에 머리를 쿵, 쿵 찍었다. 김성식의 목소리가 계속 그의 귓가에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귀를 막아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숨이 떨렸다. 귀를 찢어버리면 이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눈동자가 조용히 주변을 훑었다.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녔던 나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가 팔을 내렸다. 의미 없는 짓이다.

"빌어먹을…."

우스운 꼴이었다. 김성식의 신뢰를 쌓아 그의 곁에 서기까지 좆빠지게 굴러놓고 얻게 된 진실은 술보다 더 독했다. 비싼 술이라고 받아먹은 것들이 전부 구역질 났다. 거울을 바라봤다. 초췌한 남자의 얼굴이 비친다. 빛을 잃은 눈동자. 그것은 이미 살인자의 눈빛이었다. 정은창이 다급하게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변기를 붙잡고 결국 속에 있던 것들을 한참 게워냈다. 이미 토해낼 것이 없어도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다. 마음 같아선 장기를 모두 뱉어내고 싶었다.

화장실 바닥에 주저앉은 정은창이 겨우 헛구역질을 멈추고 떨리는 손을 뻗어 샤워기에 물을 틀었다. 위에서 쏟아지는 물이 그의 몸을 적셨다. 술까지 토해낸 탓에 역으로 술기운이 올라오는 것처럼 열이 났다. 어지러웠다. 벽에 기대 허공을 바라봤다. 피로 물든 황도진이 자신을 내려다봤다.

- 넌 죽을 때까지 그럴 거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닥쳐.

- 엉뚱한 곳에 책임을 떠밀면서.

닥쳐….

황도진이 웃었다. 정은창은 대답 할 수 없었다. 어지럽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김성식을, 김성식을… 죽여야 한다. 복수가 끝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끝내지 못했고, 해낸 것도 없었다. 정은창은 손을 내려다봤다. 피로 물든 살인자의 손이다. 피로 뒤덮인 손을 보고 화들짝 놀라 손을 물에 씻어보지만 떨어지는 물도 어느새 빨갛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로 더럽혀진 정은창이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 비친 남자는 그저 물에 홀짝 젖은 상태였다. 정은창은 다시 손을 내려봤다. 피 따윈 없다.

"미쳤어."

미친 것은 나다.

- 오빠.

은서가 뒤에서 껴안아 온다. 차가운 온기가 목을 감싼다. 하하, 정은창은 웃는다. 은서야, 걱정하지 마. 오빠가 꼭 네 복수를 해낼게. 이번에는 정말로 할 수 있어. 김성식을 죽이고, … …죽이고, 죽인 그다음에 나는 어떡하나. 정은창은 샤워기를 껐다. 피가 뒤섞인 물이 하수구로 흘러간다. 거울을 계속 바라봤다.

*

김성식은 정은창을 위아래로 훑었다. 꼬질꼬질한 옷을 강제로 벗기고 기껏 새로 맞춘 옷을 입혀놨더니 아직 길들이지 않은 탓에 뻣뻣하고 입은 옷걸이도 어색해하니 애송이 태가 났다.

"넥타이는 왜 그따구로 맸어?"

"그, 저… 매본 적이 없어서."

묶은 것도 맨 것도 아닌 엉성한 꼴을 보고 김성식이 혀를 찼다. 정은창이 구겨놓은 넥타이를 잡아 당겼다. 목이 조였다. 얇지만 뼈대 있는 손가락이 넥타이를 풀어내곤 처음부터 다시 모양새를 잡아갔다.

"얼간이도 아니고."

김성식이 정은창의 옷깃을 탁탁 털었다. 목을 꽉 조일 듯 올려낸 넥타이에 정은창이 눈을 굴렸다. 넥타이란 원래 이렇게 갑갑한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형님, 목이 좀…."

"참아. 내 뒤에 서 있을 거면 못해도 겉은 멀쩡해야지."

격 떨어트리지 말고. 김성식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재차 정은창을 훑어봤다. 거지같이 입고 다닐 땐 몰랐는데 멀쩡하게 입혀두니 꽤 껍데기가 괜찮았다. 흠, 나쁘지 않군. 자신의 안목이 만족스러웠다. 불편함에 굳은 정은창의 등을 그는 툭 쳤다.

"행여나 실수하면, 알지?"

"…예."

좋아. 김성식이 웃었다. 정은창은 그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시선에 온기가 느껴졌다. 숨이 막혔다.

거래는 나쁘지 않게 끝났다. 김성식의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을 보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았다. 김성식이 같이 따라붙은 놈들에게 이것저것 맡기더니 정은창을 따로 불렀다. 올 땐 조수석에 앉아있던 정은창이 운전대를 잡았다. 돌아가는 길엔 김성식과 단 둘이었다. 불편함에 마른침을 삼켰다.

"술이나 한잔해야지."

"저, 말입니까?"

"그럼 내가 애새끼들이랑 술 마실까?"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닙니다. 백미러로 김성식과 시선을 마주쳐 다급히 시선을 돌렸다. 입을 꾹 다물고 앞만 바라봤다. 조용한 차 안은 적막만이 맴돌았다. 핸들을 쥔 손이 이따금 의미 없이 핸들을 두드렸다. 이대로 핸들을 꺾어버리면, 그런 충동적인 생각이 든다. 쌍라이트를 켜놓고 달려오는 옆 차선의 차량에 미간을 찌푸리며 빛의 잔상을 지워내다 반대차선으로 넘어가는 상상까지 하다가 머릿속에서 지워낸다.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다른 차들이 있었다.

차량은 사무실을 지난다. 도로를 달려 멈춘 곳은 정은창이 처음 오는 곳이었다. 차에서 내려 멀뚱히 건물을 쳐다보고 있으니 김성식이 먼저 그를 지나쳐간다.

"안 오고 뭐해?"

식당이 아니었다. 평범한 집… 뒤에 따라오던 차량에 타고 있던 경호원들은 능숙하게 건물 주변으로 흩어지고, 문 앞에도 두 명이 붙었다. 그 모습을 힐끔 바라본 정은창은 그렇게 김성식의 뒤를 쫓아 얼떨결에 그의 집에 발을 들였다.

집은 김성식을 사물화 시켜놓은 것 같았다. 깔끔하게 인테리어 해놓은 집은 딱 봐도 값비싸 보였다. 정은창은 생각도 해보지 않은 고급들. 어쩐지 자신의 존재가 이곳을 더럽히는 것 같아서 현관 앞에서 더 들어갈 수 없었다. 안방에서 자켓을 벗고 다시 나온 김성식이 그런 그를 위아래로 훑으니 뭐하냐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주춤거리며 거실로 들어왔다.

"앉아."

김성식은 그렇게 이야기 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김싱석이… 부엌에. 기분이 이상했다. 애초에 어디에 앉아도 될지 조차 알 수 없어서 버벅거리다가 결국 부엌 근처로 다가갔다. 소매를 팔뚝까지 걷고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꺼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더욱 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뭐야, 왜 왔어?"

"그, 제가 도울 건 없을까요."

"그럼 이거라도 테이블에 갖다 놔."

그는 그릇과 식기들을 손짓했다. 그릇에 새겨진 그림도 전부 고가품이었다. 그릇을 갖다 놓아도 할 일이 없어서 그렇게 김성식의 뒷모습만 바라봤다. 진열장에서 꺼낸 이름을 읽을 수도 없는 와인과 함께 테이블 위는 금방 따듯하게 채워졌다. 서로의 잔에 와인이 찰랑거린다. 달달한 레드와인의 향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게 얼굴에 보였는지 김성식이 웃었다.

"웃긴 놈."

머쩍은 정은창은 목덜미를 쓸었다. 늘 끽해야 고깃집에서 소주나 나발로 깠던 정은창은 이런 고상한 술자리는 매번 어색했다. 무엇보다 아무렇지 않게 안주를 씹어 삼키고 술을 목뒤로 넘기는 와중에도 속이 울렁거렸다. 그날이다. 그날 이후 정은창은 김성식과의 술자리가 거북했다.

- 쾅!!

하하, 웃는 김성식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실제로 들리는 목소리가 아닌데도 눈앞이 어지러웠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김성식이 그의 술잔을 기어코 뺏었다. 음미하는 법을 가르쳐줘도 애새끼는 제대로 할 줄 모른다. 벌써 목 아래 시뻘겋게 된 정은창을 보며 그는 혀를 찼다. 죄송합니다는 목소리가 웅얼거렸다. 꾸벅 숙였다가 든 얼굴은 그의 시선을 피했다. 김성식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와인잔도 빼앗긴 정은창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그 모습을 김성식은 가만히 바라봤다. 자신의 취향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놓은 정은창은 역시 생각보다 더 만족스럽다. 그 상태도 자신의 영역에 들어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소파를 톡톡 검지로 두드리던 김성식은 빼앗았던 정은창의 잔에 한 모금 겨우 될 듯한 와인을 채워 그에게 건네줬다. 정은창은 머뭇거리다가 잔을 받아서 들고 그대로 쭉 들이켰다. 김성식이 정은창의 다리를 퍽 찼다. 악! 정은창이 상체를 숙였다.

"그렇게 마시는 거 아니라고 했지?"

김성식은 다시 와인잔을 채웠다. 정은창은 눈치 보다가 향을 맡고 그가 가르쳐주었던 대로 와인을 입 안에 머금었다. 혀를 굴려도 깊은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도 흉내를 냈다. 김성식은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와인의 향이 달콤하다. 와인잔이 비면 또다시 잔을 채우고. 또 채우고, 채웠다. 조금씩 계속 술이 들어간 정은창은 금방 손끝까지 시뻘겋게 됐지만 김성식은 계속 잔을 채웠다. 더 못 마실 것 같다. 목 아래까지 술이 차 있는 것 같은데도 술은 계속 채워졌다.

"형, 형님…."

"마셔."

잔이 눈앞에서 찰랑거렸다. 정은창은 숨을 꾹 참고 와인을 배워냈다. 토할 것 같다. 아까와 다른 의미로 정말 토할 것 같았다. 어지러운 머리를 제대로 지탱 할 수 없을 것 같아 고개를 푹 숙였다. 붉어진 목덜미가 조명 아래 그대로 드러났다. 김성식의 앞에 와인으로 절인 무방비한 먹잇감이 마치 자길 물어달라는 듯 온순했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와인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

물이 뚝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김성식은 올라오는 분노를 애써 눌렀지만 넘쳐흐르는 것을 미처 주워 담지 못했다. 의자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정은창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이미 엉망이 된 얼굴이 어두운 조명 아래 드러났다. 참지 못한 감정은 폭력으로 나타났다.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정은창, 네가 감히…."

네가 감히.

정을 주지 않았다. 누구를 신뢰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김성식은 정은창을 품었다. 주인 없던 개새끼를 잘 길들였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잘못이었던가. 좋은 걸 입히고, 좋은 걸 먹인 놈이 주인을 겁도 없이 물었다. 김성식은 정은창의 뺨을 내려쳤다. 터진 피가 손에 묻었지만 참지 않고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갑갑하게 조이는 넥타이를 풀어 내리고 계속 주먹으로 내려쳤다. 바닥에 피가 튄다.

"어떻게 네가, 나를!"

정은창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혀를 씹을 것 같았다. 무자비한 폭행 속에 그의 말에 우스웠다. '어떻게, 감히, 네가, 나를.' 정은창은 이따금 김성식의 시선에서 역겨운 감정을 느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흐린 시선을 억지로 맞춰 김성식을 바라봤다. 배신감에 돌아버린 눈동자에도 여전히 감정이 들어있었다. 지긋지긋한 새끼. 정은창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친 사람의 감정이다… ….

*

평화도, 불안도 아닌 가운데 김성식에게서 벗어난 정은창은 길을 잃었다.

권현석의 집은 따듯했다. 김성식과의 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런데 정은창은 오히려 이곳이 더 불편하다고 느껴졌다. 정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강제로 걸친 기분이었다. 이렇게 다정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었다. 우습게도 김성식의 집에서 보냈던 날이 불현듯 떠올렸다. 그리워하고 있는 자신이 어이없어서 무심코 제 뺨을 쳤다.

구치소를 향해 뛰어가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던가. 무슨 생각으로 달렸던가. 잊지 않고 챙겨온 나이프가 오늘따라 무거웠다. 늦지 않은 것에 안도하며 주변을 살폈다. 법과 질서의 확립. 그 문구를 읽으며 초조하게 김성식을 기다렸다. 그를 죽이고… …, 정은창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김성식이다.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눌러졌다. 추레한 꼴로 이송되는 김성식과 허공에서 시선을 마주쳤다. 먼저 자신을 알아본 김성식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정은창은 주머니 속 나이프를 쥐었다. 지금 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며 틈을 무렵, 자신보다 먼저 뛰쳐나간 사람의 그림자를 봤다.

"저 녀석 잡아!!!"

경찰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정은창이 허망하게 손을 내렸다. 살을 꿰뚫는 소리가 소음 속에서도 선명했다. 멀리서 봐도 어려 보이는 남자는 김성식을 찌르고, 찌르고, 찌르고 또 찔렀다. 시커먼 아스팔트 위로 피가 흘렀다.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경찰들이 흩어졌다. 남자를 강제로 떼어내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기자들 앞을 막아섰다.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진 주변에도 정은창은 여전히 김성식을 바라봤다. 김성식도 정은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은창… 나, 나는…"

김성식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는 끝까지 눈을 감지 않고 정은창을 바라봤다. 그의 시선엔 오로지 한 명이 담겨있었다. 정은창은 피하지도 못하고 그 시선을 마주하며 숨을 멈췄다. 김성식은 뒤늦게 발목이 무겁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주 오래전부터 쌓아온 과거의 죄가 그의 발목을 부여잡고 덩치를 키워 그를 씹어 삼켰다. 원망은 차곡차곡 세월을 따라 쌓이며 그를 먹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허탈한 웃음과 모멸감이 흐른다.

이 김성식이가, 이렇게, 감히, 나는… …!

발악도 살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김성식의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정은창은 경찰들이 김성식을 가리고 시야를 막으면서야 드디어 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떨리는 몸을 억지로 끌고 뒤쪽 골목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디선가 여전히 김성식이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넌 죽을 때까지 그럴 거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고...

닥쳐.

- 엉뚱한 곳에 책임을 떠밀면서.

닥쳐 제발… ….

몸을 숙였다.

- 정은창.

부르지마.

-대답 안 해?

하고 싶지 않아.

- 내가 물어보면 넌 대답하는 게 룰이잖아!

정은창이 귀를 막았다. 눈을 감았다.

김성식의 시선은 여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벗어날 수 없었다… ….

"… …. 참 질겨."

'정은창'이 죽어도 여전히 김성식의 시선이 남자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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