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잔

정은창, 생일 축하해.

2023.06.28

#좋은_날이_되고싶어 #좋은_날이_되었어 

여름은 뜨겁다. 더운 열기가 도시를 뒤덮고 도로 위로 아지랑이는 피어오른다. 그늘 아래에서도 그 열기를 피하지 못하니 땀이 뚝 뚝 떨어졌다. 이제 고작 유월의 끝자락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맞이한 여름은 매년 뜨거워졌다. 또다시 느끼는 더위에 정은창은 살아있음을 느낀다. 호흡 하고, 맥박이 뛰고, 땀을 흘리는 것은 모두 살아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반응이었다. 

정은창은 아직도 살아있었다. 

“정은창.”

이름이 불린다. 그것은 자신의 것이었고, 자신을 향한 부름이었기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힘을 주면 꺾어버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얇은 목이 보인다. 그보다 조금 더 고개를 들면 읽을 수 없는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생일이잖아. 얼굴 펴야지.”

그는 전혀 상냥하지 않은 어조로 상냥하게 이야기했다. 일그러지는 얼굴을 억지로 피며 입꼬리를 올렸다. 어깨에 닿는 손이 끔찍하다. 동시에 그가 이야기한 단어에 생각이 머무른다.

생일, 챙기지 않고 지나간 세월을 기억나지도 않는다. 뒤이어 드는 의문은 그런 날을 그가 ‘어떻게 알았냐’가 아니다. 대체 ‘왜 기억하고 있는가’다. 흐르던 땀을 닦아낼 생각도 없이 그의 생각을 짐작하고자 대가리를 굴리지만, 의미는 없다.

“동생이 있던데. 그립지도 않냐.”

당신의 입에서 나온 그 아이의 존재가 속이 울렁거린다. 이것은 더위에서 시작한 것일까. 아니면, 또 아니면. … … 매미가 운다. 이른 매미소리가 여름을 알린다. 한참 시기를 잘못 알아 깨어난 벌레의 살기 위한 울음소리. 

복수를 위해 바득바득 기어왔고, 몇 번이고 손에 피를 묻히며 더러운 바닥에 진흙 위를 꾸역꾸역 걸어가는 자신의 길이 맞는 걸까. 감히 그 아이를 껴안을 수도 없이 더러워진 자신을 눈꺼풀 아래로 감춘다.

뜨거운 태양을 회피하듯,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 심장을 멈춰버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지금은 아니라고 이성이 외친다. 그에게 감히 편안한 죽음을 내려줄 순 없다고 외쳐댄다.

“괜찮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제 곁에 있었다. 그러니 그립지 않고, 외롭지 않았다. 온기 없이 저를 안아오는 품이 늘 자신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렇게 내뱉었다.

그것은 당연히 당신의 숨이 타인의 손에 의해 끊어지는 것이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허무하게 놓쳐버린 복수의 끈을 허무하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총성이 다시끔 뇌를 일깨운다. 한 겨울에도 아지랑이는 피어오른다. 잘못된 패를 던지면 판을 뒤집었고, 판마저 일그러지고 말았다면 말을 바꿔야 한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해주었던 이의 숨이 꺼져가고, 펴지지 않는 무릎을 억지로 바로 섰다. 여름을 견디고 다시 겨울이 왔는데 다시 여름을 기다려야한다. 작년보다, 또 그 전의 해보다 더 더워질 앞으로의 여름을 그는 얼마나 또 견디고, 또 견뎌야 할까.

그렇게 ‘정은창’의 삶은 저물고 시들어 누구도 아닌 남자가 태어난다. 

그것에 태어난 날이 붙으면 여름의 시작이다. 

“생일 축하한다. ■■■.” 

은창아,  너는 여름이 시작 될 무렵에 태어나 여름 열병을 앓다 그렇게 시들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캐릭터
#정은창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