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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방회도 크오/하무열+양시백

누가 불시에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누군가가 시비를 걸거나 그게 폭력으로 번지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 지금에야 좀 줄었지만- 그 뒤로 먹먹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귀신의 집보다 더 살풍경한 방 안에 나뒹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아저씨는 내가 깨어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고 손을 털면서 투덜거렸다.

"그래서, 양시백이는 태권도 사범이라고 했나?"

"그런데요."

"생긴 건 딱 어디 누구 같은 범죄자 인상이구만..."

"이래봬도 소심한 소시민이거든요?!"

"인상이 안 소심해!"

...그리고 통성명을 하니 또 이 모양이다. 진짜 어떻게 앞머리로 눈매를 전부 가려야 하나. 사이버 수사대 쪽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경찰이라 찔끔하긴 했지만 어쩐지 권혜연 씨나 하태성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비유하자면...재호 아저씨를 좀 나쁘게 비틀어 놓은 것 같은 느낌?

"간단히 설명하는 게 자네에게도, 내게도 낫겠지. 실패한 복수의 재현이라는 어느 놈의 명목 하에 이런 밀실이 만들어졌고, 나는 그런 일을 아주 많이 겪었지. 어차피 앞으로 알게 될 테지만 겁먹을 까봐 미리 말해두는 거야. 별로 좋지 않은 꼴들은 못 볼 걸세."

복수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유상일이 생각났다.

죽은 딸의 복수를 위해서 아이들을 유괴했고, 딸이 사인을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

설마,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유상일의 방식은 절대 이런 방식이 아니다.

"...아니, 근데 형사 아저씨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그, 이 밀실을 만든 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투인데, 실패한 복수의 재현이라면 관계자들만 끌어들이는 게 맞지 않나요?"

"흠, 꽤 날카로운 질문이네만..녀석은 처음을 제하고 자신처럼 누군가에게 복수하려는 자를 끌어들이고 그 과정을 백업하지. 여태까지 그랬듯이. 그러니 자네가 끌려온 거에 대해서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뭐 짐작 가는 거 없나? 애먼 사람을 쳤다던가, 원망을 살 만한 짓을 했다던가, 그런 거 말야."

"그 애먼 사람이 제 역할이었던 거 같은데요.."

"자네 말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현재 시점으로선 알 수 없겠지."

"아니, 그럼 왜 물어본 거에요?!"

"떠 본 거야."

시원스레 사람을 긁더니 형사 아저씨는 주머니에 손을 낑겨 넣고 주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뭐하나? 어서 돕게."

"..아, 알았다고요."

...형사 아저씨는 자잘한 잡동사니를 뒤지다 보면 분명 인위적으로 눈에 띄는 것들이 나올 거라고 덧붙이며 막대로 수상한 곳을 두드려 보라거나 손이 안 닿는 곳에 손 좀 뻗어 보라던가 힘 좀 써보라던가 등등으로 열심히 부려먹었다.

***

-그들은 제 복수의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밀실을 만들고, 레귤러인 대항마를 끌어들일 뿐, 그 외의 다른 자들을 데려오는 것에 대해서는 부가적으로 도울 뿐이라는 것을.

PDA라는 것을 발견하고 형사 아저씨에게 가져다 주니 반가운 연락이 온 것 같다며 요리조리 조작했고, 곧 사람의 목소리가 그 안에서 흘러나왔다. 분명 낮지는 않았지만 심해처럼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차갑다기 보다 차분하게 들렸고, 복수를 원한다는 말을 사전에 전해들었기 때문인지 연락해 온 남자를 유상일과 비슷한 느낌으로 연상하고 있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죄를 지었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그 안의 누군가가 죄인들을 죽음으로 단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끝으로 PDA는 다시금 묵묵부답에 들어갔다.

"들어봐서 알겠지만, 아주 박 터지는 자랑일세."

"....."

"왜, 겁먹었나? 죄 지은 거 있으면 자수해서 광명찾게나."

"아, 아니라니까요! 사람 말 좀 믿어요!"

"조금 놀렸다고 아주 얼굴에 다 드러나는 거 보아하니 누군가에게 속아넘어갈 지언정 속일 인물상은 아닌 거 같구만.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누구도 믿을수가 없다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니 말일세."

"많이 데여보셨나 보죠?"

"자네가 경찰에 학을 떼는 것처럼 데여봤다네."

".....그건."

"뭐, 내가 보기에 이 짓거리 오래 겪으면서 이렇게 말 잘 듣는 돌쇠는 또 류 순경 말고 또 처음이라 말일세. 있다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고 싶군."

"아, 놀리지 말아요!"

"대화는 끝일세. 다시 조사해야지?"

"그나저나 누가 돌쇠라는 거에요?!"

"돌쇠가 싫은가? 그럼 마당쇠 하게나."

...아까 재호 아저씨에게 비유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해야할 거 같다.

처음 만났을 때의 재호 아저씨보다 더, 더, 더, 이상하고 얄밉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선 위축되지 말라는 의미로 저렇게 농담을 던지고 사람을 일부러 긁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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