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조화원

20240115

링클의 안 by 링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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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붉은색. 햇빛이 닿으면 타는 듯이 빨갛게 빛나는 꽃잎이 매혹적이다. 틈새로는 절묘하게 감추어진 꽃술이 얼핏 비친다. 벌 한 마리가 겹겹이 둘러싼 꽃잎들 사이로 파고들었다가, 이내 다시 빠져나와 날아간다. 여전히 고고한 붉은 꽃머리가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마음에 들어?”

그림자가 진다. 고개를 들어 보면 네가 해를 등진 채 부드럽게 웃어 보이고 있다. 나는 마주 웃는다. 분명 어딘가 어색해 보이겠지.

“어떻게 한 거야?”

“어떻게냐니?”

나는 꽃술에 코를 가까이 대고 숨을 들이마신다. 장미 향이 난다. 조심스레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부드러운 섬유질의 촉감이 느껴진다.

“장미를… 어떻게 만든 거야?”

나는 ‘장미’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일어선다. 너는 ‘장미’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내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다지 흥미가 없는 눈치다. 그야 네가 만들어냈으니 당연한가. 하지만 나로서는, 꼭, 네가 기적이라도 일으킨 것 같다고밖엔 생각할 수 없어서.

“이상해?”

“그건 멸종했잖아. 꿀벌도 마찬가지고. 푸른 하늘이나 환한 햇빛도.”

나는 고개를 들어 너를 본다. 무표정하던 네가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띄워 올린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서 ‘장미’를, 나로선 그 이외의 무엇이라 표현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그것을 꺾어서 손에 든다. 여전히 생생한 붉은색. 향도 꽃잎의 감촉도 꺾인 줄기의 단면도 정말 장미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가짜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나는 무심코 주위를 둘러본다. 가짜라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화원. 이런 시대에 존재할 리 없는, 찬란하게 아름다운 ‘살아있음’의 공간.

“생물이란 결국 특정한 형태의 유기물이 대사 작용을 통해 특정한 형태의 유기물을 형성하는 현상이잖아. 우리라고 못 할 이유는 없어. 그러니 ‘가짜’ 같은 건 없는 거야. 극도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모방본은 원본과 구분할 수 없으니까.”

나는 무심코 두려워한다. 네가, 살아 있던 너와 꼭 닮아 있었다.

“그걸로 된 거잖아. 너는 장미를 좋아하니까.”

생생한 미소. 꼭 진짜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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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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