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그리고 재회의 인사

안녕, 태양아. 안녕, 바다야. 안녕.

* 발더스 게이트 3 전력 2회 - 아베르누스


작별, 그리고 재회의 인사

 

 

무엇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가?

지난 10년 동안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되새겼던 질문. 답은 의지라고, 칼라크는 생각했다.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떳떳한 노동의 대가로 먹고 자고 입을 것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하지만 내 꼴을 좀 봐, 사람을 믿은 대가가 바로 이거야. 지금껏 봐 온 걸 잊었어?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거야? 사람은 다 똑같아.

아베르누스에서, 어린 칼라크는 이따금 배신의 기억에 몸부림치며 밤을 지새우곤 했다. 비행의 길에 애매하게 발을 걸쳐 두었던 불량 청소년이 악귀같은 전사가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10년. 이 저주받을—아니, 이미 받았나? 확신할 수 없었다—곳에 사람을 담가 놓고 딱 10년만 기다리면 그게 어디의 누가 됐든 염세적이고 우울한 사람으로 거듭나고 말 것이다.

…아베르누스에서 인간성이란 참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작열하는 낮과 얼어붙는 밤이 갈마들며 사람을 몰아붙이는 이 지옥에서 인간성을 연료로 사용한다면 쉽게 일신의 안녕과 마음의 평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

하지만 칼라크는 그러지 않았다. 세상에는 아직 좋은 사람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녀가 되고 싶은 사람이, 그녀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넓은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노틸로이드에 올라타 운 좋게 아베르누스를 탈출했을 때, 칼라크는 이 곳에 팔려왔던 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살육에 마음이 무뎌지고 심장 대신 지옥불을 내뿜는 엔진을 품은 채 살더라도 변치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칼라크가 지켜낸 것, 자리엘과 지옥의 모든 악마들이 결코 빼앗아갈 수 없었던 것이.

살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만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불타는 지평선에 맞닿은 하늘이 섬뜩한 빛으로 타오르고 시커먼 구름 속에서 불의 비가 쏟아진다. 들이쉬는 숨결에 유황이, 내쉬는 숨결에는 화산재가 섞이는 곳, 아베르누스. 끔찍할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다. 칼라크는 또다시 지옥 속에 있었다. 아, 이 좆같은 곳에 돌아오게 될 줄이야. …영원토록 여기에 얽매이는 것이 그녀의 운명일까?

아니, 그럴 리가. 칼라크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는 든든한 아군이 있다. 친구, 동반자…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좋은 사람’. 그리고 여전히 칼라크의 마음 속에는 결코 꺼뜨릴 수 없는 의지가 타오르고 있다.

함께라면 분명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희망이 있다고, 칼라크는 믿었다. 그러니 작별의 인사가 재회의 인사가 될 때까지 눈물은 미뤄 두는 것이 좋으리라.

안녕, 태양아. 안녕, 바다야. 안녕…!

내가 다시 돌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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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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