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창현

백업 01

신우창현

2hs by js312hs

고등시절부터 연애한 조신우. 그런 조신우에게 못된 장난을 치며 툴툴대는 서투른 허창현. 대학에 가고 신우가 헤어지자 드디어 기회가 온 창현, 그러나 그에게 다가온 새로운 애인 소식.

 

허창현의 고분분토 조신우 쟁취 프로젝트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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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신우의 연애사는 짧지만 기간은 길었다. 3년의 시간 허창현이 알지 못한 고 1의 조신우 시절부터 있던 그의 애인 자리였다. 조신우와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 단아하게 생긴 여 동급생이었다. 조신우가 그녀와 있는 건 주말 농구부원들도 잘 모르는 이야기였지만 허창현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분위기가 비슷했으니까 조신우를 닮아 있었으니까. 단 두 가지 이유였다. 허창현이 조신우를 좋아한다 자각한 건 단순한 계기였다. 조선 소나무도 그 자리를 지킨다는데 허창현은 조선 소나무가 아니라며 매일같이 뛰쳐 나가 제 열을 풀어댔다. 조신우는 그런 창현을 잘 다루는 남자였다. 인석과 함께였지만 그만의 노하우라도 있는 듯 창현의 표출될 수밖에 없는 열을 분출시키며 산책시간, 티라노 보는 시간 등 그를 조련했고 결국 허창현은 조신우의 말을 아주 잘 듣는 -감독보다 더- 착한 어린이가 됐는데 자신의 옆에 있는게 당연해서 그 마음도 당연하다는 듯 작용했다. 허창현의 마음이 그에게 동했던 건 아니었지만 단순하게도 자신을 잘 아는 이 남자가 좋았다. 단순함은 간혹 거대한 소행성처럼 다가와 파장을 일으켰다. 좋아합니다. 형님. 이 말을 꺼낼 수 있게 됐을 때가 되어서야 속이 울렁거리고 매스꺼웠고 정말 대기권에서부터 떨어지는 운석들처럼 심장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창현은 어린시절 탔던 롤러코스터를 떠올리며 제 심장이 잘 있는지 확인까지 했다. 얼굴이 붉어져 제 모습이 부끄러웠던 걸 지는 태양의 노을에 가려 조신우를 바라볼 수 있었고 그의 곁에서 길게 늘어진 그림자로 손을 잡기도 하였다. 술래잡기를 하듯 아슬하게 닿을 듯 말 듯한 그였는데 어느날부터 3학년 1반 여자가 눈에 밟혔다.

 

신우 형님, 형님을 닮았습니다.

 

급식실에서 조신우 뒤에 선 덩치 큰 남학생이 불쑥 자신의 이름을 부르니 놀랄만 했다. 조신우는 화들짝 놀래며 뒤를 돌아 자신을 부른 이를 바라봤다.

 

창현아.

 

허창현은 조신우를 보며 말했다.

 

형님을 닮았습니다.

 

이후에 들은 소식이었다. 여자친구라고. 3년 동안 만난 애인이라고 말했다. 허창현은 다른 의미로 속이 매스꺼웠고 답답했다. 추락하는 심장은 불에타 재가 되어 소멸됐다. 며칠을 삐진 아이처럼 있더니 제 풀에 꺾여 이제는 괜찮다고 말한다. 조신우는 허창현이 것도 모른다. 마치 알지 않아도 될 것처럼.

 

 

 

조신우가 대학으로 떠나자 허창현은 조용해 졌다. 다들 철이 들었냐? 물었지만 뭔 철이야 시발! 외치며 본래의 허창현으로 돌아왔다. 예민해서 그래, 예민해서. 아이들은 허창현이 입을 닫고 조용히 있는 이유가 예민한 시기여서라고 말했다. 그제야 아이들은 하나둘 씩 허창현에게 치던 장난을 멈췄다. 조신우는 시험기간이거나 중요한 과제가 없는 날이면 신유고 학생들의 농구경기를 보러왔다. 새로온 신입들의 성장기를 보면서 나름 농구선수의 먼 미래 감독직까지 생각하다 떠오른 방법이었다. 언젠가 농구선수를 끊내게 된다면 감독이 되어 아이들을 코칭하고 싶다. 조신우의 제 2의 농구 인생이었다. 그래서 그는 시간이 난다면 혹 안나더라도 꼭 신유고로 찾아와 경기를 지켜보며 제 나름의 연구를 했다. 자연스레 여자친구도 함께 동행하게 되면서 그의 애인 여부는 굳어졌다. 언제나 그는 작은 수첩과 펜을 꺼내 들고 메모를 해대며 가안, 나안, 다안을 적었고 아이들의 이름 옆에 특기와 부족한 점들을 나열했다. 장점을 논하자면 큰 키도 있었지만 스피드와 센스, 적중률 등을 적었고 부족한 점들도 이와 동일했다. 조신우는 제 나름 제 2의 인생을 궁금해 하며 즐거워했고 또 누군가를 떠올리며 동일하진 못하더라도 비슷해 지고 싶었다.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처를 받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 실패한 사람은 낙담한 사람을 이끌어 줄 수 있었다. 조신우는 자신이 2군이더라도 농구선수로 성공할 수 있었고 꼭 그러해 타인을 이끌어 주는 감독이 되고자 했다. 그러기에 그는 이 곳에 오는 것을 좋아했고 또 익숙한 동료들이 눈에 들어와 편안했다. 그런데 그건 그만의 생각이었다. 허창현은 매일 경기에 오는 조신우를 기억해 냈다. 앉은 자리와 그의 주변 사람들, 그의 변화들을 귀신같이 찾아내 한눈에 알아봤다. 자신의 눈이 쫓는 그를 거부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덩크를 넣을 때면 무의식으로 그를 봤고 그의 애인을 봤다. 꼭 기억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지만 그건 자신만의 '안전함'이었다. 형님을 닮아서 제가 편안한가 봅니다. 애인을 보며 조신우에게 말했던 날이 떠올랐다. 조신우는 허창현의 말에 웃으며 닮은 사람끼리 라잖아. 라고 답했다. 허창현은 그 말을 후회했다. 차라리 안 닮았더라면 무슨 말을 했을까, 닮지 않은 자신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지만 고집이 막아내고 있었다. 일명 삼 점 슛을 넣을 때에도 조신우를 찾아 눈을 맞췄다. 조신우는 허창현이 그저 귀엽게 보여졌지만 허창현은 그에게 여전히 그곳에 있어달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 졸업식이 된 날, 조신우는 웃으며 졸업 꽃다발을 들고 혼자 서 있었다.

 

"헤어지셨습니까, 형님."

 

"뭐. 그렇지."

 

"... 그러면 기회는 생긴겁니까?"

 

"기회?"

 

".... 티라노를 볼 수 있게 해드리죠."

 

푸핫 웃음을 터트린 조신우의 웃음이 호탕했다. 티라노를 볼 기회를 이제야 주는거냐? 창현아? 조신우는 웃으며 창현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졸업 축하해. 꼭 자신에게서 졸업해 이제 새 사람을 만나라는 듯한 인사에 허창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좋아한다고요."

 

"그래 창현아, 너가 티라노 좋아하는건 다 알지."

 

티라노가 아니라 신우 형님이라고요 "신우형님은 눈치가 저세상에 있습니까? 아주 눈치는 좆같이 없으시군요."

 

"너는 그 주둥이 케어는 언제쯤 할거냐. 졸업하는 날 주둥이는 여즉 고 1이니?"

 

"신경 끄십쇼. 제 입 간수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 형님은 눈치나 챙기십쇼."

 

늦게나마 참석한 인석이 오고 난 후에야, 아이들은 꿍해져 입을 닫았다. 치고박고 싸울 나이가 지났음에도 몇대 패버리고 싶어지는 날이었다. 허창현은 신우와 인석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했다. 조신우의 악착같고 집요한 성격으로 먼저 입학한 대학에 허창현도 질세라 함께였다. 케어나 잘 하십쇼. 제 따가리 아닙니까, 형님들. 허창현의 허세 가득한 말에 신우와 인석은 귓등으로도 안듣는 듯 가볍게 무시했다. 창현은 화를 풀어댔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아이들은 창현을 알고 간파한 노련한 자들이었다. 허창현은 씨알도 안 먹힐 걸 알았어도 일단 제 성격으로 한 번 풀어냈지만 아이들은 곧장 자신이 할 과제를 하기 위해 노트북을 켜 타자를 탁탁 두드렸다. 아무리 대학 농구선수더라도 수업과 과제는 필수 아니겠니. 한국 대학생들의 피눈물 나는 조별과제와 과제, 그리고 시험은 그들도 벗어날 수 없었다. 허창현은 못마시는 술을 마시자며 인석과 신우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인석은 내일 당장 발표가 있다며 거절했고 신우는 언제인지 이미 자리에 없었다.

 

"형님 어디갔습니까?"

 

"... 아, b양 만나러 간다고 했어."

 

"b양?"

 

"그래, b양"

 

b양. 대학 내 최고의 퀸카였던 그녀가 조신우와 요즘 썸을 탄다는 소식이 농구팀 내에 자자했다. 대학에 합격해 오자마자 조신우를 보고 반한 그녀가 신우를 응원하며 열렬히 구애한 끝에 썸을 타는 사이로 발전했다는 이야기였다. 허창현은 이제 제 옆에 솔로로 있을 조신우가 언제 또 연애를 하는지 괘씸해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며 소리쳤다.

 

"아 !! 시발!! 형님 괘씸하게 애인이나 생기고!!! 대학이 장난이십니까!!!!!"

 

허창현은 드디어 시발!! 형님 따먹고 맙니다!!! 시발!!!!! 소리쳐대며 허창현 자신도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내뱉고는 자리를 떴고 혼자 남은 인석은 주변을 둘러보며 시발 저새끼들은 뭐가 문제인건지 쪽팔려서 대학에 얼굴 다 팔린다며 조용히 노트북을 정리해 과실로 향했다. 며칠 뒤 에타에는 농구부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와 파장을 일으켰다.

 

농구부 치정싸움 봄?

 

익명 1 무슨일?

 

익명 2 아....

 

 

농구부는 거대한 집단이다. 고등하교와 다르게 전국 각지 농구부원들이 들어왔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한다. 그만큼 소문도 정보도 그만큼 빠르게 순환했다. 조신우가 헤어진 일도, 다시 새로운 썸을 타고 있는 것도 인석이 어제 창현과 함께있다 집에 간 일도 창현이 어제 이상한 말을 하며 카페를 뛰쳐 나간일도 모든 것들이 순식간이었다. 그러니 농구부 허창현과 b양의 치정 싸움은 이미 대학 내 소문이 파다했다.

 

“신우형님!!”

“... 창현?”

“아~ 너가 창현이야?”

 

b양의 키는 170이였다. 조신우와 비슷한 외모의 화려하고 키가 큰 여성이었다. 그녀는 허창현을 위로 올려다 보고 있었지만 창현은 꼭 자신이 위를 올려다 보는 듯한 위압감을 느꼈다. 입술을 삐쭉 내밀고 b양을 보던 눈을 돌려 조신우를 보자 신우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창현아, 신우랑 많이 친하지? 고등학교 때부터 같이였다며.”

“..아.. 예, 뭐.”

 

신우와 인석의 앞에선 지랄맞은 고양이 같던 녀석이 여자 앞에 서니 얌전해진다. 그와 동시에 조신우의 얼굴에 경악이 쓰여졌다. 저새끼 우리한테만 그렇구나. 등짝 존나 치고 싶다. 농구부 남신 조신우에게 찾아온 타과 여신 b양, 허창현은 솔직히 자신보다 그녀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자신을 두고 연애를 하는게 괘씸했다. 신우 형님 주제에 연애를 하다니 열불이 나고도 남은 상황이니 얼마나 열이 받았겠냐, 허창현은 괜한 허세를 부리고 싶었다. 남자 한 명을 두고 여자와 싸우는 꼴이 얼마나 우숩겠냐마는 허창현은 현재 눈에 보이는게 없었다.

 

“술 잘 마십니까?”

“푸하하-! 잘 마시냐고?”

 

주당에게 술은 물이요 밥이요 만병통치약이었거늘, 술도 못 마시는 허창현이 농구부 인원들 앞에서 당당하게 외쳤다.

 

“술로 승부를 보죠.”

 

창현의 말에 농구부원들은 입을 떡 벌었다. 남자가 씨발,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죠! 빽 소리를 지르며 농구부를 나가는 허창현과 그를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b양. 그녀는 주당이었다. 그녀로 말하자면 어여쁜 외모와 다르게 선도부에 들어가 술을 마시던 불량학생들을 술로 이겨 그들에게 벌점과 교내봉사를 선사했으며 고 3 졸업 후 선도부 담당 선생님과 아이들끼리 술 마시다 테이블 위에 뻗은 선생님의 지갑으로 회식비를 내고 무사 귀한을 시켰으며 신입때 제 앞에 꼴값 떠는 남선배를 소주로 이겼다. 소개팅으로 나가 이상형을 묻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큰 키와 잘생긴 얼굴을 나열할 때 그녀는 무조건 나보다 술 잘 마시는 남자였다. 그뿐인가, 교수님이 마음에 들지 않아 엠티때 소맥 거하게 말아 드리다 그 이후 엠티에 술은 금지 당했고 포차 옆 여자들이 시끄러워 싸우다 술로 승부를 겨룰 때에도 당당하게 이겨 여자들과 여전히 베프를 먹었다. 알 리가 없는 허창현은 그녀의 무시무시한 이력을 알지도 못하고 술로 이기자고 한 것이었다. 조신우에게 반한 이유 또한 술을 마시며 자신을 능가할 드디어 제 짝을 만났다며 기뻐하며 일주일을 맛집으로 돌아다녀 술 도장깨기를 해대며 열렬히 구애중이었다.

 

“조신우? 완전 내 스타일.”

“이번엔 꼴두기 같은 남자는 안 만나냐 했더니 역시 술이었니.”

 

친구들이 그의 외모와 큰 키를 칭찬할 때 그녀는 맑고 강렬한 눈으로 조신우와 마시던 술을 떠올려 침을 삼키다 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매운 쭈꾸미에 소주 한 잔 어때?”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의 광기 어린 눈을 읽곤 혀를 찼다. 저 미친년... 또 남자 하나 골로 보내려고.

그렇게 허창현이 말한 술집이 아닌 농구 연습장 한 가운데 테이블 하나 펼쳐놓고 술을 짝으로 들여놓는 사람들. 그녀는 이미 즐거운 눈에 맛이 가 있었다.

 

“창현아, 무리하면 너만 다친다니까 그만해 인석이 왔으니까 같이 들어가.”

“시발 남자가 무를 뽑았으면 칼을 썰어야죠!!!”

“하 미치겠네 칼이랑 무 자리 바뀌었어.”

“시끄럽습니다. 신우형님 제가 이길 자신 있습니다!”

 

허창현은 사실 집으로 튀고 싶었다. 다리를 달달 떨며 애써 침착해 보려했지만 자신 앞에 앉아 조신우 뒤에 있는 술들을 보며 침을 흘리는 그녀만 눈에 들어왔다. 조신우랑 자리를 바꾸고 싶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자신의 애정이 이깟 술도 못 이기겠냐며 호탕하게 외치는 창현은 1잔으로 넉다운됐다. 호탕한 외침은 곧 미소가 됐고 승리자에게 돌아갔다. 창현은 술잔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이다 풀린 눈을 하고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퍽 들더니 미소를 지으며 달다... 아름답게 농구 경기실 정 가운데 술잔을 기울이는 그녀를 보다 이내 옆에 선 신우를 냅다 노려봤다.

 

“이게 다 형님 때문입니다.”

“... 취했다... 가자..”

“... 내가 시발 형님만 안 따먹으려고 했으면... 시발..”

 

창현은 자신도 모르는 말을 중얼이며 연신 풀리는 눈에 힘을 주어 신우를 노려보다 이내 우당탕 소리를 내며 고꾸라져 의자에서 떨어져 잠에 빠졌다. 술을 못마신다지만 이정도로 못 마실줄은 몰랐는데 신우는 아무것도 모른체 수업이 끝나자 부리나케 달려온 인석에게 창현을 넘기곤 주변을 정리했다. 그녀는 위너에게 주는 포상금이냐며 비워지지도 않는 술 짝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다음날 창현이 눈을 떴을 때는 하루가 지난 그 다음날이었다.

 

“아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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