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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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호수에 갇힌 지 벌써 몇 달이 흘렀다. 에드먼드는 호수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 누구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겨졌단 사실이 비참해 비가 온 날이면 호수 밖으로 기어나가 보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물 밖에만 나가면 무거워지는 몸과 빠르게 가빠오는 호흡으로는 호수 주변을 벗어날 수 없었고 물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땅에 난 것들로부터 아가미
아피아리우스의 은총을 받은 땅 알베아리움. 그 위에 살아가는 어린 꽃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모두 아피아리우스를 찬양하며 그의 빛나는 성실함과 끈기, 노력을 본받기 위해 힘썼다. 섬세하고 우아한 날개와 몸을 찬미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통찰력과 지도력에 감탄했다. 그것은 젊은 시절의 셀레스틴도 마찬가지였다. 셀레스틴은 신실하고 우수한 기사들을 여럿 배출하며 심지어
“주교님? 주교님…! 괜찮으십니까?” “어서 의사를…!” “대주교님, 주교님께서 숨을…” 사랑스러운 나의 동생 서머셋. 언제나 빛나는 너의 그 열정, 그것이 나는 참 보기 좋단다. 열중한 표정이나 신중한 움직임 전부. 그래서 말인데 서머셋. 이번에는 어머니의 의견에 완강히 반대했단다. 이제 너도 어엿한 한 명의 학자로서 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겠니. 어
사실해설이랄건없교 걍…내가 주절주절말로설명하고싶지않아서미리써둠 내글은내입으로말할때가장씹스럽다 이건 쓰면서 들었던 노래들인데 플리모음이라 다틀면 7시간은 되니 참고하시길… 근데이거 아무생각 없이 썼더니 1만자됨 이것뭐지? 0.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둘이 키스하면 여름방학식 이틀 전부터 개학식까지 약 한달이 반복됨 이런식으로 지금까지 키스하고 여름방
여름이었다. “이거, 대출이요.” “어, 잠깐만. …응? 여름아, 연체된 책 있는데? 8월 말까지 대출 정지야.” “…연체요? 얼마나요?” “2달 좀 안 된다. 반납 연장도 많이 했었네… 잃어버린 건 아니지?” “…네.” “꼭 반납하러 와?” “네…” “야, 장선을. 내 학생증으로 빌린 책은 연체시키지 말라고 했지.” “미안, 열아… 아직, 다 못 읽어서…
새로 들어간 집—영안실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은 아늑했다. 원래 용도는 알 수 없었지만 녹엽의 집보다 약간 큰 규모에 방이 하나 정도 더 있었고 의외로 녹엽의 집과 거리가 멀지 않아 짐을 옮기기도 수월했다. 녹엽과 화립은 빈집에 가구를 놓고 식료품을 들였다. 방 하나는 실험실이었고 자연스레 나머지 방 중 하나는 침실, 하나는 연구실이 되었다. 자신들의 죽음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일본어를 쓰는 걸 보면 아마도 일본의 독립영화나 예술 영화인 것 같았고 대부분의 이야기도 주인공 둘의 심리를 따라갔다. 독특하게도 영화는 태양이 지구에 충돌하는 장면부터 시작했고 녹엽은 그 장면에서 머릿속으로 온갖 태클을 걸었으나 눈으로는 묵묵히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한적한 고등학교와 붉은 하늘과 뜨거운 태양 아래 땀에 젖
녹엽과 화립은 많은 얘기를 했다. 대화의 주제를 종잡을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둘은 즐거운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즐거웠다. 그게 오랜만에 할 일을 전부 무시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서든 잃어버리고 있던 것을 찾아서든. 둘은 좋아하는 음식도 극과 극이면서 함께 그날의 남은 끼니를 전부 챙겼다. 녹엽이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라면 화립은 지옥에서 돌아온 당 중독이었
녹엽. 과학자. 목까지 올라오는 검은 티셔츠에 얇은 테 안경을 쓴, 특징 없이 흔하디흔해 길 가다 한 번쯤 봤을 것처럼 생긴 그런 사람. 화립. 공학자. 공대생 티를 못 벗은 진녹색 체크 셔츠에, 특징이랄 것은 그저 길게 늘어져 등을 덮은 회보라색 머리카락뿐인 그런 사람. 녹엽은 실은 그 이름과는 전혀 맞지 않는 외관을 가지고 있다. 푸를 록에 잎 엽, 그
어느 날 갑자기 알레르기가 생겼다. 평소에 자주 먹던 견과류, 그중에서도 아몬드. 다행히 옆에 누나가 있어서 죽지는 않았는데 여름 캠프 때 빙수 사건 이후로 그런 기분은 처음 느껴봤다. 숨이 막히고 속이 울렁이는 그런 기분. 혹시 몰라 남이 형한테도 말해줬다. 좋아하던 걸 못 먹게 돼서 조금 슬프지만 아몬드 없는 초콜릿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괜찮다. 다른
찾아오는 겨울은 분명 혼자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갈색을 띤 가을 바람 사이에 숨어든 눈을 흠뻑 맞고서도 젖지 않은 채 따뜻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러면 스스로 겨울에게 걸어가 한껏 눈을 맞고 감기에 걸려버린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사샤는, 솔직히 말하면,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축제에 참가했던 것을 후회했다. 사샤는 혼자서도 얼
이런 변방에 글로 된 관싹후기라… 이게 뭔가 싶으시겠지만 지금 저는 너무나 기뻐서 이걸 쓰지 않으면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린 관계로 횡설수설 작성하였습니다. 때는 2023년 1월… 저는 그때 지금과 다름없이 도파민 중독 상태였고, 공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기에 낄낄거리면서 커뮤나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이 커뮤(총괄
가발, 안경, 치마, 단화. 3년 전부터, 내게 남겨진 것은 오직 그 넷뿐이었다. 잊고 싶지 않은 물건은 곁에 두면 된다. 단순하게도. 하지만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을 두어야 할까? 적어도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물건과 같이 대했다. 꼭 3년 전부터, 아픈 줄도 모르고. 언니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으면, 거울 속에서 언니가 환하게
네놈이 200% 까먹을 것 같아 달아둔다. 이미지 가운데 정렬 롤20 백업 플레이로그 플록 메모장에 플레이로그 html로 붙여넣고 컨트롤에프 imgur 해서 이미지있는 부분 하나하나 찾아서 코드에 붙여넣으시길?
그게 조시우가 오늘 눈 뜨고 처음으로 읽은 문장이었다. 아침부터 이게 무슨 소리야, 정말. 집 안에서 책을 펼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밖에 나가서 본 것이었는데, 그게 하필이면 좀 이상한 찌라시였다. 의도도, 만든 사람도 알 수 없는 그런 무의미한 전단지. 진한 분홍색이라 단숨에 눈이 그쪽으로 가버렸는데, 읽고도 뭘 광고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발렌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