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션

[에메아젬] 기적

파이널판타지14 에메트셀크x아젬

Lacrimosa by 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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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흑의 반역자 5.0~5.3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에 주의하세요.

―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곡이 있습니다. 맨 아래에 기입해 두겠습니다.


“하데스, 여기서 뭐하나?”

“정말 자는 거야?”

벗의 물음에도 하데스는 눈을 감은 채 대답이 없었다. 휘틀로다이우스와 아젬은 하데스를 사이에 두고 잔디밭에 앉았다. 곧 밤이 되자 도시에 있던 가로등이 은은하게 빛났다. 잠들고 싶은 이들은 자고, 더 하고 싶은 게 있는 이들은 할 일을 하면 되는 상냥한 시간이었다. 바람이 은은하게 불면서 로브자락을 흔들었다. 아젬은 강아지풀을 쏙 뽑아 들고서 하데스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 너무해. 일부러 네가 자주 오는 공원을 찾았는데 말이야.”

“눈치가 없는 친구라서 절친한 벗들이 그리워하는 건 전혀 알아주질 않는다니까.”

선명하게 느껴지는 풀 냄새, 친구들의 목소리, 바람의 감촉을 느끼고 하데스는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급하게 상체를 일으키며 제 양 옆을 둘러보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정이지만 누구보다 용감하고 상냥한 아젬, 나의 친구. 언제나 능글맞게 웃고 있지만 사람과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꿰뚫는 휘틀로다이우스, 나의 친구. 하데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대뜸 아젬을 붙잡고 몸 여기저기를 주물러보았다.

‘혼의 색깔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어. 얼굴을 봐야......’

그가 쓴 가면이 흐트러지며 하데스가 기억하던 친구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젬은 왜 이러는 거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간지러워! 간지러워, 하데스!”

아젬의 얼굴을 확인한 하데스는 고개를 돌려 이번엔 휘틀로다이우스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절친한 벗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오, 어림도 없어.”

그러나 하데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일어서서 도망가는 휘틀로다이우스의 뒤를 쫓는 하데스와 그의 뒤를 쫓는 아젬이 공원에 작은 소동을 일으켰다. 겨우 진정한 하데스를 벤치에 앉히고 두 사람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멸망한 세계를 되살리기 위해 인류가 희생을 했구나. 그리고 희생한 사람들을 되살리기 위해 네가 별의 다른 생명들을 희생시키려 했고.”

“꿈에서.”

“그래, 꿈에서.”

아젬이 정리를 하자 거기에 하데스가 굳이 덧붙였다. 새삼스레 안심이 되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고 모든 질서가 그 자리에 있다.

“꿈이라곤 하지만 두렵고 끔찍한 계획인걸. 목숨이 걸린 당사자들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제 3자의 독단이잖아. 하데스는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휘틀로다이우스의 말에 하데스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안 겪어본 너희는 몰라. 그때 우리가 어떤 심정으로......”

“얘들아.”

아젬이 두 사람을 양손으로 꼭 잡았다.

“꿈이잖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일어나게 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것처럼 함께 힘을 합쳐서 세상을 구하면 돼.”

“그렇군. 하데스가 나쁜 일을 꾸미려고 하면 이 휘틀로다이우스와 아젬이 전력을 다해 막아줄게.”

너무 가볍게 얘기하는 거 아니냐고 반박하려던 하데스는 곧 입을 다물었다. 두통이 오는 탓에 가면 위로 찌푸린 미간을 짚었다. 내가 그런 계획을 실행해 옮기려는 직전까지 너희 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날 말릴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노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었다. 어차피 꿈이었으니까.

-

에메트셀크로 취임을 하고 하데스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훨씬 능숙하게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미 일어날 일 전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만약에 일어날 재앙도 지금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과 훌륭한 동료들이 모두 막아내리라.

어느 날 그는 도서관에서 아젬을 만났다. 책을 읽는데 집중하고 있는 아젬을 보며 하데스는 먼저 다가가지는 않았다. 다만 신비로운 푸른빛의 혼을 감상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때 아젬이 입을 열었다.

“나 사랑하지?”

차갑고 낯선 음성이었다. 이질감에 하데스가 뒤로 물러났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려던 차에 붉은 빛을 내는 카벙클이 책상을 가로지르며 뛰어 들어왔다. 이 세계에는 없던 마법 생물이었다.

‘원래는 작은 불새였는데?’

하데스는 급히 아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마법 생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의 책과 서류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면 모든 일을 돌이킬 수 있을 거 같았다.

“아젬, 나는 널.....”

“에메트셀크!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아젬의 목소리로 정확히 발음해서 나오는 자리의 이름이 싫어졌다. 꿈에서 그와 정확히 같은 색의 혼을 가진 영웅이 자신을 에메트셀크라고 불렀으므로.

“방금 전.”

“오는 줄도 몰랐어. 책을 읽는데 너무 집중했나봐.”

하데스는 아젬의 말에 잠깐 침묵했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는 넘기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이질감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간만에 토론을 해볼까?”

“에메트셀크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환영이야.”

“그렇게 부르지 마.”

이에 아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가면 밑으로 하데스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름으로 불러.”

“네가 그걸 원한다면.”

환하게 웃는 아젬을 보며 그는 다시 안심했다. 분명 자신이 알던 그 사람이었다. 네가 내 옆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려는데 갑자기 턱 막힌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소리를 내려 애쓰느라 목에 새빨간 핏대가 올라왔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아젬의 모습이 흐려졌다. 눈앞에 있던 푸른빛이 점점 옅어졌다. 손을 뻗었지만 잡히지 않았다.

‘안 돼. 너를 또 잃을 순 없어.’

몇 차례 점멸하던 그리운 빛은 완전히 눈꺼풀 뒤에 가려졌다. 뒤이어 선명하게 느껴지는 바다 깊은 곳의 습도가 그의 폐를 잠식했다. 심해에 자리 잡은 환영의 도시, 아모로트. 탑 꼭대기엔 에메트셀크의 자리가 있었다. 손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각마저 선명해지자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품에서 14번째 별자리를 꺼내 쥐었다.

“너무 달아서 끔찍한 악몽을 꿨다.”

여전히 너는 없다.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그는 입을 벌리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이를 두 번 잃은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낮게 갈라지는 절규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스스로 쥐어뜯는 가슴은 이미 다 찢어져 너덜너덜했다. 이가 부득부득 갈렸지만 굳이 감정을 억누를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이 도시에 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 번이나 반복된 일이다.


빅스(VIXX)의 대표곡 중 ‘기적(Eternity)’의 가사를 토대로 쓴 FF14 팬픽입니다.

해당 곡의 공식 뮤비 

https://youtu.be/cIfoNcm8P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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