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p

잭쿄 로즈데이

장미 따는 사냥꾼

고양이 잡기 덫

…그러니까, 장미꽃 선물?

지금 이한시! 장미꽃과 분홍빛 분위기 열풍. 저절로 코를 간질이는 날이다. 로즈데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기념일에 잭스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일반적인 인간과 다르다. 이제는 대가 끊기기 직전인 고대인종. 하물며 그에게 있어 삶이란 사냥과 명맥을 잇기 위한 결혼, 번식(…) 정도가 전부다. 로맨티스트들이나 챙길 법한 낭만적인 기념일 따위 그에게 안중에 있을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보라! 괜히 사람들이 장미꽃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꼴을 보니 뭔가, 지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야 만 것이다. 에인 녀석도 받는 모양이던데. 잭스는 괜히 불만스럽게 귀를 쫑긋거렸다. 잭스의 입장은 그랬다. 먹지도 못하고, 하물며 인생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심지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시들어 버리는 꽃을 선물해보아야 무슨 의미가 있냐는. 낭만과 거리가 먼 조금은 무식한 사내에게 있어 그런 서정적인 행사는 달갑지 못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자니 에인보다도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이 기분…. 꽃 장미꽃이어야 하나? 보아하니 주고 받는 건 죄 붉은색 장미. 꽃집에서도 장미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 시점. …가게에서 사는 건 역시 제 성미에 안 맞는 모양인지 잭스는 혀로 자신의 구순을 이다지도 작게 훑으며 주제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시선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 그가 곧이어 기막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람처럼 자신의 손바닥에 주먹을 위에서 아래로 콩, 부딪친다. 쿄오 녀석도 장미를 받지 못했겠지? 분명 그럴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녀석까지 받았다면 완전무결하게 패배하는 기분이다. 물론 로즈데이가 장미 많이 받기로 경합을 이루는 기념일은 아니지만… 그게 알 바인가? 못 받은 녀석에게 주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잭스는 조속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일단 준비부터 해야지. 로즈…데이? 라는 건 오늘만 하는 건가? 아직 이런 서정적인 기념일에 익숙치 못한 그는 그저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도구를 챙기는듯 싶었다. 먹지도 못하는 거, 직접 따오는 성의 정도는 보여야지. 잭스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것을 미련하다고 말하겠지만… 뭐 어떤가. 당사자가 좋다는데. 그는 자칭 최고의 사냥꾼이므로 이번 사냥감은 ‘장미’다. 붉은색 말고 다른 특별한 색이라면 더 좋겠지.

잭스는 준비를 끝마치고 집을 나섰다. 그러고보니, 장미는 어디서 피지? …지식이 전무한 그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여기서 멀뚱이 머리를 굴려봤자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는지 일단 움직이기를 택했다. 운이 좋다면 바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고… 조금 고전해야지 재밌는 것이니까.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잭스는 내심 두근두근해진 마음을 안고 출발했다. 정작 쿄오는 오늘이 로즈데이인지도 방금 막 깨달았고, 그다지 감흥 없어 했지만.

숲 안쪽, 덩쿨을 이리저리 해치며 그가 코를 킁킁거렸다. 어렴풋 이한시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던 장미의 향을 기억한 것이다. 하지만 영… 터가 좋지 못한지 근처에서는 장미는 커녕 꽃향기 조차도 제대로 나질 않았다. 비가 온 탓에 향이 무뎌진 것도 한 몫 할 터였다.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하면 사냥꾼이라는 명칭이 부끄러워진다. 잭스는 때 아닌 암벽등반을 하기도 하고, 숲 안쪽을 더 뒤적거리기도 하고, 하다못해 바위 밑을 샅샅이 뒤져보기까지 했다. 이거 쉽지 않게. 한 시간 정도 지났나? 도통 꽃잎 한 장도 보여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차라리 노루 하나를 잡아다가 가져다주는 게 백만 배 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조금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앉아 있던 바위에서 일어났다. 로즈데이는 단 하루. 물론 일 년에 몇 번인가… 더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때까지 또 언제 기다리랴! 날이 지나기 전에 따다가 그녀석의 놀란 얼굴을 보고 말테다. 잭스는 쿄오가 바보같은 얼굴로 잭스, 멋있어~! 같은 말을 하는 광경을 상상했다. 당연히 상상 속 자신은 흥, 이까짓거 별 거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이고 있었다. 실현시키리라!

쿄오는 한창 집 창가에서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을 살폈다. 장미꽃이 사람 수와 비례하는 것 같은 느낌…. 딱히 이런 자잘한 기념일에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었던 탓에 쿄오는 받을 사람도, 줄 사람도 마뜩찮았다. 햇볕이 따사롭고, 나른하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장미가 가득한 길거리 탓인지 향히 새어들어온다. 코끝이 간질간질하다. 그 녀석은 뭐하고 있으려나. 아마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겠지. 쿄오도 일어나서 텔레비전을 키기 직전까지는 모르고 있었으니, 크리스마스도 발렌타인도 모르는 그녀석이 로즈데이를 알 리가 만무하다. 그래도 역시 조금 서운한 건 어쩔 수가 없는데. 아니, 서운함인가? …역시 좀 괘씸하다, 라는 생각이 조금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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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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