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Twilight Troupe는 한 마을에 발을 붙입니다. 오늘 밤은 이곳에서 공연을 시작 할 생각이었습니다만 그전에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재단사는 비행선에 필요한 물자들을 보충하기로 했지요.

오늘 저녁은 뭘 먹고 싶으신가요?

이 질문에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말 했습니다. 물론 인형사도 귀여운 인형을 통해 말 했답니다.

그럼 전 마을 시장에 다녀올게요.

재단사가 말을 하고 힘찬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이었습니다. 인형사가 한 손을 뻗어 재단사의 옷자락을 붙잡았습니다. 재단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보다 키가 큰 인형사를 올려다보았습니다.

 

…….

...?

'같이……. 가도 될까?'

 

인형사의 말에 재단사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인형을 쓰다듬었습니다. 인형사도 덩달아 따라 웃으며 재단사의 뒤를 따라나섰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칼잡이 단원의 얼굴은 그렇게 좋지 못했지만요.

 

시장에 오자 시끌벅적 사람이 많았습니다. 인형사는 벌써 힘든지 땅에 박힐 듯이 고개를 푹 숙이며 인형을 꼭 껴안고 있었습니다. 인형사의 상태를 눈치 챈 재단사는 입을 열었습니다.

시장에는 제가 혼자 다녀올 테니 인형사 씨는 다른 곳을 구경하고 오세요. 여기 분수 앞에서 다시 만나요!

인형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자신을 향해 웃는 재단사의 모습에 인형사는 마치 태양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재단사는 다른 곳을 구경이라도 하라고 했지만 인형사는 딱히 이곳을 벗어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는 아직 시야에 잡히는 재단사를 계속 응시하기만 했습니다.

그때 인형사의 눈에 화가가 들어왔습니다. 이런 곳에도 화가가 있구나 생각한 인형사는 잠시 생각하는 가 싶더니 화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갑니다.

 

'저기…….'

에? 이, 인형이 말한다?!

'...그림을 의뢰하고 싶어'

그림이요?! 와아 감사해요! 어떤 그림인가요?

 

인형사는 인형의 솜 주먹을 이용해 아직 입구에 있는 재단사를 가리켰습니다.

 

'저기 예쁘게 웃고 있는 여자 보여? 갈색머리의…….'

아 보여요! 귀여운 분이시네요!

'저 여자의 초상화를 의뢰하고 싶어''

앗, 그런가요. 그런데 저 사람을 데려 오실 순 없나요? 아무래도 보면서 그리는 게…….

'그건 안 돼! 아, 음... 서프라이즈 할거니까…….'

그렇군요! 그럼 옆에서 특징이라던가! 잘 설명해주세요!

 

순수한 화가는 별 의심 없이 인형사의 의뢰를 바로 받아들였습니다. 인형사는 화가에게 재단사에 대해 열과 성의 다해 설명했습니다. 눈 밑엔 점이 있다던가. 여기 눈꼬리가 너무 내려갔다던가. 물론 인형을 통해서요.

 

저... 표정은 어떻게 할까요?

'둔하네... 웃는 얼굴인 게 당연하잖아.'

 

곧 그림이 완성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화가가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인형사의 눈앞에 있는 그림은 그야말로 상상이상의 그림이었습니다.

인형사는 저도 모르게 그 그림으로 손을 뻗었답니다. 말없이 그림을 쓰다듬었어요.

 

마음에 드시나요?

'아... 응. 고마워. 실력이 좋네.'

헤헤 저야말로 감사해요. 아 그림은 천으로 덮어드릴게요!

 

천으로 돌돌 말린 캔버스를 손에든 인형사는 지금 당장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이 그림을 장식해두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이 그림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분수대로 오면 일행은 먼저 돌아갔다고 이야기해줘'

 

인형사는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으로 비행선으로 돌아갔습니다.

벌써 돌아오셨나요?

비행선으로 오자 단장이 그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그건 그림인가요?

인형사는 힘없이 캔버스를 뺏겼습니다. 단장은 그 그림이 누굴 그린건지 단번에 알아보았지만 딱히 말은 꺼내지 않았어요.

이건… 이 마을의 화가가 그려준 겁니까?

인형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단장은 그림을 돌려주고는 공연 전까지 푹 쉬어두라는 말을 전할뿐이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인형사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그림을 의자에 올려 세워두었습니다. 천을 벗기고 손을 천천히 뻗었습니다. 그림엔 재단사의 미소가 생생하게 녹아있었습니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인형사는 그림으로 가까이 다가가서는 비로소 인형을 통해서가 아닌 자신 스스로의 입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사랑해────”

 

카테고리
#기타
추가태그
#드림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