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야의 어리광
야마토랑 츠보미가 안 사귀는데 야마토가 츠보미한테...
꿈을 꾸게 해줘, 성스러운 밤에
뒤주님커미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아이돌리쉬 세븐은 자신의 곡인 「PARTY TIME TOGETHER」를 크리스마스 컨셉에 맞춰 어레인지 하는 계획을 맡게 되었다. 지금은 그 어레인지 곡의 PV촬영장.
‘크리스마스’라는 컨셉에 맞게 촬영장은 그야말로 ‘메르헨’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팟. 하고 떠오를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마치 동화 속 삽화 같은 분위기의 세트로 꾸며져 있었다. 인형들과 장난감이 함께 움직이며 춤추고 아이돌리쉬 세븐도 그 속에서 자신들의 역할에 맞춰 춤을 추기고 장난감에 손을 내밀기도 한다. 그리고 한 가지, 귀여운 점이 숨겨져 있는데 춤을 추는 인형 사이엔 이들의 매니저인 타카나시 츠무기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매니저와 아이돌의 합작 PV인 셈이었다.
“수고했어, 츠무기 쨩!”
길었던 촬영이 잠시 숨을 돌린다. 츠무기가 인형 탈을 벗으면 눈앞에 생수 병이 눈앞에 들어온다. 건네준 사람은 다름 아닌 츠보미. 아이돌리쉬 세븐의 코디네이터인 아마야 츠보미였다. 츠무기가 생수를 건네받으면 이번엔 수건을 꺼내 들었다. 겨울이라곤 해도 촬영장의 조명은 눈이 부셨고, 그 열기 또한 상당했다. 하물며 인형 탈속에 들어가 움직였으니 땀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감사해요. 츠보미 씨. 아, 휴식시간이니까 잠시 세트장을 둘러보는 건 어떠세요?! 츠보미 씨 마음에 쏙 들 거 같아요...!”
츠무기는 생글생글 귀여운 토끼 인형처럼 웃어보았다. 츠무기의 표정에 츠보미도 덩달아 따라 웃었다. 언제봐도 귀여운 후배라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세트장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한 참이었어. 헤헤, 조금 둘러보고 와야겠다!”
폴짝폴짝. 신이난 다람쥐 마냥 츠보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트장 이곳저것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츠무기는 다람쥐 같은 그 모습에 절로 소리 내어 살풋 웃어본다. 다람쥐…….
“그러고 보니 야마토 씨도 츠보미 씨를 다람쥐 같다고 하셨는데…….”
“응? 나?”
“앗! 야마토씨. 수고하셨어요!”
막 촬영을 마친 야마토가 츠무기의 옆에서 나왔다. 방금 내 이름 부르지 않았어? 목을 울리며 야마토는 츠무기를 바라보았다. 그게 말이죠...! 츠무기는 방금 세트장을 둘러보는 츠보미의 모습이 마치 다람쥐 같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츠보미’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에 야마토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피어난다.
“그래서 지금 그 다람쥐 코디 씨는 어디 있어?”
말을 뱉으며 동시에 눈으로 세트장을 둘러보지만 츠보미의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 갈 곳을 잃은 눈동자는 츠무기에게로 다시 향한다. 눈을 두어 번 깜빡이던 츠무기는,
“저기 구석에도 세트장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쪽으로 간 거 아닐까요? 동화책이 많이 꽂혀있는 책장이 있다고 들었어요.”
츠무기가 인형탈의 뭉툭한 손으로 열심히 가리킨다.
“확실히. 츠보미 동화를 좋아하니까.”
야마토는 망설임 없이 멈춰 있던 발을 움직인다. 츠무기는 아무 말 없이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문뜩,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
야마토 씨, 츠보미 언니에 대해 이야기 할 때면 묘하게 들떠 계신 거 같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츠보미는 촬영장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한 세트장에 도착했다. 그곳은 책장으로 가려져 안으로 끝까지 들어오지 않고선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바닥엔 양탄자가 깔려있고 벽 쪽엔 작동되지 않는 간이 벽난로로 제법 그럴싸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츠보미는 안으로 들어가 책장 앞에 섰다. 동화책이 잔뜩 꽂혀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익숙한 책 한권을 꺼내든다.
‘신데렐라’
츠보미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이었다. 어릴 적 어느 순간부터 츠보미는 신데렐라 동화책을 동경했다. 재투성이 아이가 공주가 되는 이야기. 그중에서 츠보미가 동경하는 것은 바로 신데렐라를 공주로 만들어주는 대모요정, 마법사였다.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릭. 하면 신데렐라는 누구보다 아름다운 공주가 된다. 이것은 영원한 츠보미의 동경이었고, 꿈이었다.
“조금은 꿈이 이루어졌으려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던 츠보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마법사가 신데렐라에게 드레스를 입히는 삽화를 보며 츠보미는 아이돌리쉬 세븐을 떠올렸다. 그들의 코디네이터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이 마법사 같다는 오만하지만 귀여운 생각을 해본다.
“이런 곳에 있었어?”
감상에 한참 젖어있을 때, 츠보미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꽂힌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입 꼬리가 저절로 호선을 그리며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니카이도 씨!”
츠보미의 안경너머 녹색 눈동자에 비친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돌리쉬 세븐의 리더, 니카이도 야마토. 아직 오늘의 촬영이 끝나지 않아 모습은 촬영을 위해 츠보미가 일찍이 메이크업 해준 상태 그대로였다. 평소와는 많이 다른 헤어가 눈에 띄었다. 물론 이 헤어 메이크업도 츠보미가 해준 것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현장에 다른 코디가 있더라도 야마토 담당은 늘 츠보미가 맞게 되었다.
“헤~ 여기 정말 책이 많네. 다 동화인가…….”
야마토는 책장으로 다가갔고, 자연스럽게 츠보미의 바로 옆에 섰다.
“네! 짜잔, 여기 신데렐라도 있어요!!”
“아, 츠보미가 좋아하는 거네.”
맞아요! 츠보미는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로 야마토를 보았다. 츠보미의 웃는 얼굴은 야마토에게까지 옮아 붙었는지 야마토도 입 꼬리를 올리며 츠보미를 바라보았다. 츠보미를 보는 야마토의 눈동자는 퍽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렇지. 아직 휴식 시간 남았으니까요.”
츠보미는 망설임 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양탄자가 깔려있어 엉덩이가 차갑진 않았지만 이렇게 막 앉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렇게 막 앉아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만 야마토는 놀라 조금 크게 소리 내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츠보미는 헤헤. 하고 웃고 있을 뿐이었다. 오늘은 긴바지라 괜찮아요! 라니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야마토는 덮어줄 거라도 있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야마토는 포기하고 츠보미의 옆에 앉는다.
“앗, 니카이도 씨 그거 촬영 의상이잖아요~!!”
“괜찮아. 괜찮아. 뭣 하면 귀여운 코디 씨가 알아서 해주겠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동시에 풋.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웃음을 멈추면 츠보미는 자연스럽게 야마토에게 동화책을 보여준다. 안에 귀여운 삽화가 있어요. 손으로 책을 가리킨다.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고 야마토는 책을 들여다본다. 또 다시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면 이번엔 츠보미에게로 시선을 가져간다. 책에 집중하고 있는 츠보미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옆에 길게 내려온 갈색의 머리카락이 오늘따라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
야마토는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츠보미의 귀 뒤로 넘겨준다. 갑작스런 감촉에 츠보미는 몸을 움찔거렸다. 읏. 하고 작은 소리를 낸다. 단숨에 귀가, 뺨이 빨개진다. 그 모습은 너무도 선명하게, 야마토의 두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생각을 머리로 인식 했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야마토는 츠보미를 내려다보고 있다. 츠보미는 야마토를 올려다본다. 눈동자에 상대방의 모습만이 담긴다. 이 순간에도 츠보미의 눈동자는 여전히 봄을 간직한 채 빛나고 있네.
침묵이 계속 이어졌다. 야마토의 손은 양탄자를 꽉 쥐었다. 양탄자가 하릴없이 구겨졌다. 곧 침묵을 유지하던 입술이 달싹이며 입을 열었다.
이 순간만큼은 너와 있고 싶어. 이대로 독차지 하고 싶어... 하지만,
“…….”
“니카이도... 씨?”
“...놀랐어?”
“네?”
“하여간, 귀여운 코디 씨는 너무 무방비하다니깐. 오빠 걱정이야~”
목을 울리며, 침착하게 말을 하나하나 뱉어낸다. 살짝 떨리고 있었지만, 아마 츠보미에겐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야마토는 언제나처럼 장난스러운 톤을 되찾았다. 얼굴도 애써 웃어본다. 얼굴에 열기가 느껴졌지만 이건 그저 조명 탓이라고 자기 사진을 세뇌해본다.
“이럴 땐 그냥 밀어내라구. 세게 때리는 거야.”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연기자인 것에 감사했다.
“엣... 아, 아무리 그래도 아이돌을 어떻게 때려요...!!”
금방 분위기가 돌아왔다. 야마토는 몸을 떼어 일어선다. 츠보미를 향해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주었다. 츠보미의 뺨은 여전히 갓 피어난 꽃잎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야마토는 애매하게 미소 짓는다. 작게 한숨을 쉰다. 왜 그랬을까.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하하... 촬영장의 분위기 탓이려나.”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렸다. 크리스마스니까, 조금은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야마토는 자신의 돌발 행동을 성야의 탓으로 돌려버렸다.
“그건 그렇고, 본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네?”
“윽... 아, 아무것도아냐. 이만 갈까? 휴식 시간 슬슬 끝날 거 같으니.”
“저는 여기 정리하고 갈게요.”
“아아, 응. 그럼 먼저 가 있을게.”
야마토는 방향을 틀어 츠보미와 점점 멀어졌다. 츠보미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집어 들었다. 집어 들었을 때 펼쳐져있던 페이지에선 신데렐라와 왕자님이 손을 잡고 다정하게 춤을 추고 있는 삽화가 그려져 있었다.
“…….”
츠보미는 책을 곧바로 덮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옆으로 했다. 야마토가 지나간 길이었다. 야마토는 이미 촬영장으로 복귀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츠보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책을 덮는다.
탁.
책장에 책을 밀어 넣는다.
신데렐라
츠보미도 야마토가 지나간 길을 따라 촬영장으로 복귀한다. 지금 츠보미의 역할을 공주님이 아니라 마법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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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도?
근데 너보단 아닌 듯.
※ 이것이 드림 통합의 날 ※ 날조 100% ※ 내드림 + 남에 드림(ㅋㅋ) 지금 이곳, 이슈가르드의 오래된 술집에는 두 명의 유명인이 앉아 나란히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짙은 머리색의 엘레젠과 밝은 머리색의 엘레젠. 오랜 친우 사이에, 서로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그러한 두 남정네들. 다른 이들에게는 유명인이고 동경하는 이들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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