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미션 전문 샘플] 당신과 나는 그 봄에
1차 자컾 - 환생 BL
커미션 안내:
자캐/자컾 샘플:
인물: 2인(기본)
작업 기간: 2주(기본)
글자 수: 6,931자(6,500자 신청)
신청 타입: C. 키워드
기타: 캐릭터+세계관 모두 커미션주의 창작에 맡긴 오마카세
당신과 나는 그 봄에
w. 목화
그저 아름다운 밤이었다. 휘영청 뜬 달이 밝았고, 모두가 잠든 밤거리 곳곳에서 만개한 꽃향기가 풍겼다. 산들거리는 밤바람을 타고 찌륵찌륵 우는 풀벌레 소리, 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 저들끼리 부딪히며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가 사방에 가득했다.
“그래, 곧 보자.”
흙길의 모래가 신 아래로 짓이겨지며 비명을 질렀다. 유민이 박차고 난 자리마다 유민을 대신해 운 자국들이 길게 남았다. 달콤한 꽃향기가 가까워졌다. 머리에 쓰고 있던 갓이 흐트러지든 말든, 고운 비단옷에 흙먼지가 묻든 말든. 유민은 턱 끝까지 차오른 숨도 개의치 않고 그저 달렸다. 양반이란, 언제나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거늘. 넌 대체 꼴이 그게 무엇이냐. 저 앞에 자그맣게 보이기 시작한 원두막을 향해 달리는 길은 그와 함께했던 그 모든 시간을 되짚는 길목이었다.
민가를 벗어난 곳이었다. 인기척도, 사람도, 그 무엇하나 방해하는 이 없는 곳. 유민은 광활한 들판 한가운데 난 길목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제 곁을 스쳐지나는 들풀과 들꽃의 끄트머리는 부드러웠다. 유민을 붙잡는 손길 같기도,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손길 같기도 했다.
머리 위의 보름달이 커다랬다. 환한 빛 아래 고요히 서 있는 원두막은 그 넓은 들판 중간 즈음에 있었으나 유민은 그곳까지 다다르는 동안 단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죽을 둥 살 둥 땅을 박차고 달리느라 발바닥이 욱신거렸다.
“유민아.”
“……형님.”
비로소 원두막 아래 우뚝 멈추어 섰을 때, 유민의 입에서 거친 호흡과 함께 무겁게 잠긴 음성이 터져 나왔다. 여전히 당신이 나를 부르던 목소리가 이리 다정하고, 선명한데.
“형님, 눈 좀……, 눈 좀 떠보시오.”
후들거리는 다리로 원두막 앞에 놓여있던 낮은 계단을 기어가다시피 올랐다. 달콤한 꽃향기 사이로 흐르는 비릿한 혈향과 원두막 바닥에 시뻘겋게 고여 있는 피, 그리고 난간에 쓰러지듯 기대어 있는 남자. 그를 그러모아 품에 끌어안는 유민의 손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제발…….”
비단옷을 입은 남자의 몸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는 유민의 간곡한 부름에도 눈을 뜨지 못했다. 남자의 몸에 묻어있던 피가 유민의 옷자락에도 옮겨 묻기 시작했다. 사방에 꽃향기가 가득하고, 새하얀 달이 머리 위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밤. 유민은 이미 숨이 끊어진 남자를 끌어안고 더이상 흘러내릴 눈물이 없을 때까지 울음을 토했다.
-
커피 그라인더 소리가 요란했다. 사람들이 적당히 찬 작은 카페 안은 스피커를 타고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피아노곡과 손님들의 수다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유민이 앉은 곳은 다른 손님들과 멀리 떨어진, 창가의 2인용 테이블 앞이었다. 커다란 통창 너머엔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벚나무가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었고, 풍성한 벚꽃 가지 사이로 카페 안까지 부서져 들어오는 햇살이 따사로웠다.
‘……봄이구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유민은 멍하니 꿈속에서 맡았던 꽃향기를 떠올렸다. 서늘한 밤바람과 눈이 시릴 정도로 환하던 달빛. 이미 지난 생의 기억을 꿈에서 다시 마주하는 것은 영 개운치 못했다. 이미 몇 세기가 지난 일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리고 기억하는 것. 눈을 뜨고 감길 십수 번, 잊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되뇌기라도 하듯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유민을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정작 제가 그 생에서 허무하게 잃었던 남자는 유민이 홀로 몇 번의 환생을 거듭하는 내내 머리털 한 올 보이지 않았는데도.
유민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인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전생의 기억을 갖고 있든 어쨌든, 유민은 매 생에서 꽤 성실히 살았다. 이 세상에서 환생을 거듭하는 것이 저 혼자가 아니라면, 언젠간 그와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억겁의 시간을 홀로 보낸 끝에 그를 만나게 되는 순간만큼은 그가 사랑했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다음 생엔, 너와 같이 글이나 써볼까 싶다.”
그러니 죽지 못해 살아도, 미약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며 성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유민이 서류 위에 겹쳐진 제 명함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들꽃 출판사 - 김유민」
오늘 미팅을 하기로 한 작가는 정열적이고 생생한 문체가 특징인 작가였다. 데뷔 연차를 따지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책을 냈다 하면 베스트 셀러에 오르는 기성 작가. 기존 담당자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급하게 유민의 담당으로 돌려진 작가였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선배의 말에 따르면 그리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니 크게 힘든 일은 없을 테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업무를 함께 해야 하니 정식으로 인사도 할 겸,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도 직접 확인하고 싶어 만나기로 했다.
‘미남이라던데…….’
작가는 자신의 얼굴과 본명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아서, 유민이 그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필명과 그 필명이 붙은 책뿐이었다. 그의 전 담당자였던 선배가 다리에 커다란 깁스를 하고 누운 병상에서도 몇 번이나 강조했던 건 작가가 엄청난 미남이라는 것이었고.
“유민이 너도 되게 예쁘게 생기긴 했는데, 그 작가는 진짜 잘생겼어. 너는 미인이고, 그 작가는 딱, 누가 봐도 미남이라는 느낌?”
지난밤 꿈속에서 보았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작가와 담당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으며 작가의 개인정보가 든 얇은 서류철도 넘겨받았지만, 갑작스러운 추가 업무에 정신이 팔려 작가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는 여전히 사무실 책상 한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뭐, 출판사 일을 하는 데 책만 있으면 되었지, 싶은 생각도 있었고. 이미 수천, 수만 번 보고 기억했던 얼굴 정도의 미남이지 않고서야 제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은데,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거기까지 생각한 유민이 픽, 헛웃음을 흘렸다. 이러다 정말 그가 작가로 제 앞에 나타난다면 정말 기가 막힌 재회이겠구나, 싶었다.
딸랑―.
그리고, 멍하니 곧 만나게 될 작가와 오래전에 떠나보낸 옛 정인을 번갈아 떠올리던 유민의 맞은편으로 청명한 종소리와 함께 카페의 문이 열렸다. 자연스레 테이블 위에 두었던 시선을 들어 카페 입구 쪽을 바라본 유민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저, 혹시 들꽃 출판사 담당자님이신가요?”
마주친 시선을 거두지 않으니 제가 작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작가는 성큼성큼 카페를 가로질러 유민에게 다가왔다. 훤칠한 키, 진한 이목구비, 웃을 때 시원하게 찢어지는 입매, 흑단 같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누가 보아도 잘생겼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법한 외모였다. 그러니 유민이 몇 번이나 죽었다 깨도 잊지 못한 얼굴이었다.
“아……, 네, 저는.”
말을 걸어오는 상대에 허둥지둥 테이블 위에 있던 명함을 찾아 내밀면서도 그의 얼굴 하나하나를 뜯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초면에 남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이라니. 이상하게 생각하겠지. 미친놈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유민은 명함과 함께 제 소개를 하려다가도,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목이 메었다. 그가 사랑하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그 자리에서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으니까.
“김유민 담당자님이시죠? 전(前) 담당자님께 얘기 들었습니다.”
“……네.”
“전 작가 주현성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현성이라고 하네. 잘 부탁하지.”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태도, 그러면서도 예의는 깍듯하게 차리는 모습이 제 기억 속 그와 너무나 닮아있어서. 필명 뒤에 숨어있던 본명마저 제가 사랑하던 그 남자의 것이라. 유민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현성이 내민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산 사람의 온기가, 맥박이 생생했다.
현성이 카운터로 가 제 몫의 음료를 주문하고, 현성과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그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농담과 아이스 브레이킹 토크를 멍하니 듣는 내내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정말 그가 환생해서 내 앞에 나타난 게 맞을까? 그저 같은 얼굴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전혀 다른 인물은 아닐까? 그 역시 나와 함께했던 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면 설마, 지금 그 역시 나를 알아본 걸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전 담당자님께서……, 작가님 차기작이 아직 작업 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혼란 가득한 고민 끝에 유민이 어렵사리 입을 연 것은 현성이 제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들이킨 후였다.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자신을 마주 보는 얼굴은 더이상 달 아래 있지도, 눈을 감고 있지도 않았다. 따사로운 봄날의 햇빛 아래 생기를 담은 두 눈은 총명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혹시 생각해두신 스토리가, 있으신가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아무렇지 않은 척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애써 입꼬리를 당겨 웃어 보이며 질문을 던져놓고도, 현성으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을 놓치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작가와 담당자로 만나 관련 업무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직업 정신만으로 이어가는 대화였다.
“그게, 요즘 딱 좋다고 할만한 소재를 찾기가 힘들어서요. 자료 조사도 하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듣고, 이것저것 생각해보고는 있는데…….”
유민은 현성의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글에 관련된 이야기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이제 와 다시 제 눈앞에서 움직이는 현성의 모습이나 침착하고 나긋하게 말하는 목소리 따위에 온 신경을 빼앗겨 다른 생각은 들지도 않았으니까.
“아, 담당자님도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네, 네?”
불쑥 제 앞에 들이밀어지는 현성의 얼굴에 유민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물렸다. 격한 반응이 재밌었는지, 현성은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재차 물어왔다.
“요즘 차기작 소재로 마땅한 걸 못 찾아서,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있거든요. 영감받을만한 거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아……, 네.”
“담당자님께도 여쭤보려고요. 요즘 관심사라든가,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라든가.”
뭐, 사랑 이야기도 좋고요. 현성이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그의 입에서 먼저 언급되는 제 사랑 이야기라니. 맥이 탁 풀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 말고 또 누가 있겠냐고.
“제 사랑 이야기요…….”
유민이 중얼거렸다. 유민이 입을 열자 현성의 새카만 두 눈이 단번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 앞에 놓인 투명한 유리잔 겉으로 송골송골 물방울들이 맺혔다.
“첫사랑이 있었어요.”
“첫사랑이라.”
“정말 사랑했거든요. 정말, 내 모든 걸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저를 향해 웃는 얼굴을, 저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를, 조심스레 저를 예쁘다 어루만져 주던 손길 그 모든 것들을 사랑했다. 함께 있으면 그저 행복하던,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해마지않는 정인이었다.
“나름 예쁘게 사귀고 있었어요. 거기서 만족하면 됐을 텐데, 제가……, 사고를 쳐버린 거죠.”
궁 내에서 고위직을 지내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현성과 그 아비를 노린 경쟁 세력이 현성네 가문을 멸하려 했다. 말이 멸문이지, 왕을 시해하려 했다는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운다면 현성은 보나 마나 처절하게 죽어갈 게 뻔했으므로. 유민은 그 꼴을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그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그들의 뒤를 캐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운 나쁘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고 말았다. 그러나 천운이 따라 얼굴은 들키지 않았으니, 그저 그곳에서 목숨을 걸고 가지고 나온 국왕 시해 계획 가담자 명부만 잘 보관해두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일이었는데.
“그런 짓 하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형님을 두고 내가 어떻게 그럽니까.”
“명부는 어디 두었고?”
“걱정 마시오, 내 옷장 속 함 안에 고이 넣어두었으니.”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에게 그 말만큼은 하지 않을 텐데. 현성을 위해 행했던 많은 일 중 가장 후회되는 일은, 명부의 위치를 현성에게 곧이곧대로 털어놓은 것이라 단언할 수 있었다.
“뭐, 제가 친 사고니 제가 알아서 수습하게 두었으면 됐을 텐데.”
“도련님 방에 있던 작은 함은, 일각 전 현성 도련님이 가져가셨습니다.”
“저 대신 상황을 수습하려고 하다가……, 영영 만날 수 없게 되었죠.”
유민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명부를 가지고 간 게 유민임을 의심하던 이들은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 그 누구보다 한발 빨랐던 현성의 뒤를 쫓게 되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함을 가지고 있던 것이 자신이라는 의심을 한 몸에 받은 채 쫓기던 현성은, 커다란 보름달이 뜬 날 밤, 들꽃이 만개한 들판 한가운데서 칼을 맞고 숨을 거두었다.
“음……, 유감이네요.”
그 상대 본인을 눈앞에 두고 회상하는 옛이야기라니. 저 스스로 생각해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그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느낄지 알 수 없었다. 그를 다시 만나길 고대했어도, 정작 그와 재회한다면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생각해본 기억조차 전무 했으니까. 그것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유민은,
‘……사실, 나 때문에 죽었으니까. 형님은 날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하고. 여태 외면해왔던 현성의 마음을 뒤늦게 헤아리려고 들었다.
테이블 위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카페 안에 울려 퍼지는 요란한 커피 그라인더 소리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곡도, 손님들의 수다 소리도 여전했다. 창밖에서는 따스한 햇살이 흐드러지는 벚꽃잎과 함께 봄날이 만연했음을 알리는 중이었다.
“다시 만나긴 어려운가요? 그 첫사랑.”
“뭐, 글쎄요. 지금 생각해보니 나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을 당했으니까……, 저라면 몰라도 그쪽에선 절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유민이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래, 저렇게 꽃이 예쁘게 핀 봄날이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눈을 감은 얼굴은 여전히 눈만 감으면 악몽처럼 떠올랐다. 턱 끝까지 찬 숨도, 그저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 엉엉 울고 싶던 심박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후들거리던 사지도 조금 전의 것처럼 생생했다. 이번에도 당신 곁에 있게 된다면 난, 또다시 멍청한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당신을 위험하게 할지도 모르지.
“그래도……, 옆에 있게 해주기만 해도.”
이 오랜 기다림과 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그저 당신 하나만을 바라보고 숨을 쉬었으니까.
“그것만 허락해주셔도 전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작가님.”
형님, 부디 그것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시오. 유민이 쓰게 웃었다.
코끝이 시큰거리고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원망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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