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게이트3 / 섀하타브
키워드 : 질투
글자수 : 3,100자
맹세컨대 ‘샤리스의 포옹’에 들어선 것은 순전히 조사 탓이었다. 그곳이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알아차린 것은 마담과 대화한 이후였다. 그렇다 해도 타브가 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 자리에 있는 온갖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좋은 정보는 턱없이 모자랐고, 대부분 정신 나간 사람들뿐이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남자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자기에게는 남편이 있다고 설명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타브는 그 어느 때보다 선한 미소를 지으며 정말 힘들었겠다고, 나는 그저 나쁜 일에 휘말린 가엾은 이를 도와주러 온 것뿐이라며 능숙하게 그를 달랬다. 좋은 정보를 얻고 만족스럽게 주방을 빠져나오자, 섀도하트가 다소 삐딱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이런 장소가 익숙한가 봐?”
타브가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아스타리온이 연극이라도 하듯 과장된 태도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야 타브는 너처럼 신성한 통제광을 모시는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야. 솔직하게 말해도 좋아.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막으며 자유롭게 사랑을 탐닉해왔지? 오, 나는 그런 거 정말 좋아하거든. 자세히 들려줄래?”
섀도하트는 짙은 눈썹을 삐뚜름하게 세우고는 타브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타브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두 눈을 깜박거렸다.
‘내가 섀도하트에게 그런 사람으로 보였나?’
타브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상냥한 설득, 과격한 협박, 은밀한 기만을 가리지 않고 행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언행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척박한 환경에서 먹고살려면 그 정도 비난은 감수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그러나 그 상대가 섀도하트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타브가 고민하는 새, 섀도하트는 이미 결론을 내렸는지 코끝을 찌푸리고는 툭 뱉듯이 말했다.
“됐어. 시답잖은 소리 할 시간 없어.”
섀도하트는 아스타리온의 어깨를 툭 치며 앞으로 지나갔다. 타브는 아스타리온이 비틀거리는 모습도 채 보지 못하고 섀도하트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타브의 머릿속으로 두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오해가 더 깊어지기 전에 바로 잡아야겠는데?’
‘근데 지금 질투하는 건가?’
섀도하트와 연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사랑에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자신의 사랑을 내어줄 때는 쑥스러워도 솔직한 반면, 타브가 사랑을 속삭일 때는 자신 없는 면모를 보일 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타브가 누군가와 거리감 없이 굴면 신경 쓰는 것이 뻔히 보이는 데도 불편한 티 한 번 내지 않았다. 기껏 연인이 되었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말해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것이 바로 엊그제인데 곧바로 이런 삐딱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 타브로서는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타브는 어떻게 하면 섀도하트에게 네가 하고 있는 것이 질투라는 걸 알려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그녀의 얼굴을 새빨간 사과처럼 만들 수 있을지 골몰하며 싱글벙글한 낯으로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다.
“도대체 왜 그래? 뭐 잘못 먹었어? 그런 거면 빨리 말해. 고쳐줄 테니까.”
“아니, 나 멀쩡해.”
섀도하트의 빈정거림 섞인 걱정도 어찌나 달던지, 타브는 짓궂은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1층의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자 아름다운 무희가 몸매를 완전히 드러낸 채 춤을 추는 것이 보였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 수는 없어 고개를 돌리니 마담이 자신 있게 소개했던 드로우 남매가 매력적인 모습을 뽐내며 눈을 찡긋거렸다.
이거다.
타브는 섀도하트를 슬쩍 돌아보고는 난생처음 드로우 남매에게 두 사람의 하룻밤을 빌릴 수 있는지 물었다. 한 번도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멘트가 제대로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파티원 중에 알아차릴 만한 사람도 아스타리온뿐이리라. 타브는 이 순간 섀도하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궁금해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가 기대한 것과 달리 섀도하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왜? 내가 질투라도 해야 해?”
삐딱한 반응이긴 했지만 이러거나 저러거나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타브는 떡하니 벌어졌던 턱을 다시 집어넣으며 섀도하트에게 한 걸음 바짝 다가갔다. 타브는 언제 그렇게 신이 나고 짓궂었는지 모를 정도로 시무룩한 낯이었다.
“왜?”
“뭐가 왜?”
“아까 했던 거 다시 안 해주는 거야?”
타브는 두 손으로 섀도하트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러자 섀도하트는 그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만 이리저리 굴려댔다. 옆에 서 있는 아스타리온만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섀도하트는 그런 아스타리온을 날카롭게 노려보더니,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운, 그러나 여전히 당황스러운 눈으로 타브를 응시했다.
“내가 아까 뭘 했는데 그래?”
그건 뭘 해줄까? 라는 물음과 다르지 않아서 타브의 서운했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타브는 여전히 섀도하트의 어깨를 쥔 채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두 사람의 거리는 이제 반걸음보다도 더 가까웠다. 타브는 고개를 꺾어 섀도하트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질투.”
타브가 조금 쑥스럽다는 얼굴로 물러나자 섀도하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의 얼굴이 말 그대로 활활 타오르는 노을처럼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타브가 팔짱을 낀 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섀도하트는 입술을 뻐끔거리며 응수했다.
“내가 언제 질투했다고 그래? 나는 그저 네가 우리 파티의 리더니까, 이런 곳에 드나드는 건 본보기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물론 지금은 정보 때문에 방문했을 뿐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능숙한 것도 사실이라 누가 오해하기 전에 바로 잡아줬으면 하고……. 그런데 네가 대답을 못 하니까, 나는, 그래서, 오해, 아니, 진짜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섀도하트가 점차 말을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휘파람을 불었으며, 누군가는 그녀의 서투름에 고개를 돌렸다.
반면 타브는 그런 연인이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섀도하트의 턱을 쥐고 쪽 소리가 나도록 가벼운 키스를 했다. 뒤를 돌아보자 드로우 남매는 킥킥거리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타브는 두 사람에게 눈을 찡긋거리곤 섀도하트의 손목을 잡아챘다.
“그럼 실례할게.”
“타브, 우리도 좀 쉬고 있을 테니 좋은 시간 보내라고.”
섀도하트는 여전히 경악한 표정이었지만 타브의 손을 내치지는 않았다. 방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은 차고 넘치는 게 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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