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더스게이트3

[아스타브] 우화(羽化)

승천 아스타리온 엔딩 후기 연성

연성창고 by 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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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내 타브 2호의 설정을 읽고 오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먼씹 날조 설정 多 근데 2차가 다 그렇잖아요. 받아들여요.


아스타리온이 힘을 얻었을 때,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더는 그 누구도 그를 쥐어잡고 흔들 수 없는 자유! 그때의 감미로움을 아스타리온은 잊지 않았다.

자르 성을 안쿠닌 성으로 재단장하고, 그의 연인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연회를 즐길 무렵이었다. 하루하루 자신도 상상도 못한 새로운 힘이 솟아오르고, 그것을 손을 흔들 듯이 가볍게 다룰 수 있어보이자 라이샌더는 그제야 안심한 눈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의 힘에 대해서 파악이 끝날 무렵 아스타리온은 그를 온전한 뱀파이어로 만들었다. 아주 특별한 그만의 뱀파이어 그룸으로. 이걸로 그의 연인은 더는 햇빛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며, 피를 향한 갈증과 허기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아직도 제 목에 이빨을 박고 피를 빨던 그날 밤을 아스타리온은 잊지 못한다. 서툴게 제 피를 빨던 입질은 마치 어머니의 젖을 빠는 아기처럼 사랑스러웠다. 무엇보다 제 목에 덧씌워진 이빨 자국이 거울에 비칠때마다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좋은 시간이란 짧은 법이다. 그것은 뱀파이어 초월체가 된 아스타리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 날인가부터, 라이샌더의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신호로 보였다. 라이샌더는 야생마법을 그 몸안에 지닌 소서러였고, 그는 자신의 눈과 함께 다룰 수 없는 마법을 간신히 형태를 빚어 방출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가 뱀파이어 그룸이 되고 난 지 몇년 후, 라이샌더는 그 힘을 조금씩 제어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스타리온은 그가 그의 눈만큼이나 자신의 마법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알았기 때문에 그가 힘을 다룰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해주었다. 그의 소년은 그 축하에 수줍게 웃어보이며 이렇게 된 것을 모두 아스타리온의 덕이라고 해주었다. 그가 온전한 뱀파이어가 되고 난 후 힘을 통제하기 쉬워졌다며. 아스타리온은 그 감사의 인사를 키스로 답해주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어느날 부터, 라이샌더가 잠에 빠져드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신호는 딱히 긍정적인 신호로 보이지 않았다. 짧게는 이틀, 길면 이주 넘게 라이샌더는 잠에 빠져 살았다. 억지로 깨우려고 해도 깨울수 없었는데, 정작 당사자인 라이샌더는 자신의 비정상적인 수면시간에 의문을 갖지 않고 아주 평온한 상태였다. 그는 긴 잠에서 깨어나면 날짜를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하루일과를 보내고 다시금 긴 잠에 빠지는 생활을 보냈다. 오로지 그의 반려인 아스타리온만이 불안과 혼란 휩싸였을 뿐이었다. 뱀파이어 초월체가 되면서 두번 다시 느끼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감정은 아스타리온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는 옛 동료를 안쿠닌 성으로 초대해 제 반려의 상태를 확인하게 했다.

“이건, 확실히 놀라운데.”

옛 동료인 게일은 안경을 밀어올리며 감탄했다. 아스타리온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아내며 물었다.

“그래서, 뭔가 좀 알아낸게 있나?”

“미안하지만 아직 확답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네. 언제부터 이랬다고?”

“반년 전부터. 내가 확인할 때는 아무 이상도 없었고.”

아스타리온은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짓씹었다. 그의 여름이, 그의 소년이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 원인을 강력한 뱀파이어 초월체인 자신조차 모르는게 답답하고 불안했다. 라이샌더를 진찰한 게일은 제 턱수염을 쓰다듬고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고는 말했다.

“일단 우리가 아는 사실을 하나씩 되짚어 보자고. 첫째, 라이샌더는 야생마법 소서러고, 요정들의 축복과 사랑을 받고 있었다. 둘째, 라이샌더는 히르삼과의 내기를 포기한 대가로 워락 계약이 파기 되었음에도 그의 눈에 걸린 축복은 사라지지 않았다. 셋째, 몇 년전 라이샌더는 너로 인해서 아주 특별한 뱀파이어가 되었다. 솔직히 이 ‘특별한’ 뱀파이어가 정확히 어떤 건지 궁금하지만 그걸 일일히 탐구했다가는 끝이 없을테니 일단 넘어가자고. 넷째, 너의 특별한 뱀파이어가 된 뒤 라이샌더는 자신의 마법을 통제하기 쉬워졌다고 했다. 다섯째, 반년 전부터 라이샌더의 수면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고, 당사자는 수면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자신의 상태에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고 있다.”

아스타리온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는 눈짓으로 물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게일은 팔짱을 끼고 답변했다.

“라이샌더는 너로 인해 뱀파이어가 되기전부터 기본적으로 특수한 상태였어. 소서러들도 다루기 힘들다는 야생마법, 히르삼의 축복, 히르삼을 찾기 위해 페이와일드를 떠돌아다닌 10년의 시간, 그 곳에서 다른 요정들에게 받은 자잘한 축복들. 이 특수한 요인들에 한 가지 더 특수한 요인이 끼얹어졌지. 뱀파이어, 그것도 네가 만든 특수한 뱀파이어라는 상태 말이야. 앞서 말한 이 요인들 중 어느 것이 그의 상태에 크게 영향을 끼친건지는 나도 확신할 수 없어. 그 중 하나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전부 다 일수도 있지.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너의 특별한 뱀파이어가 됨으로써 이 모든 일이 시작됐다는 거지.”

“그를 나의 뱀파이어로 만든게 잘못됐다고 하고 싶은건가?”

게일의 대답에 아스타리온이 으르렁 댔다. 그 반응에 게일은 진정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양손을 펼쳐 보였다.

“워, 워, 진정해 친구. 널 비난하려는게 아니야. 단지 사실을 되짚은거지. 중요한건 이부분이야. 너의 특별한 뱀파이어가 된 후로부터 라이샌더는 자신의 야생마법을 제어하기 쉬워졌다고 했어.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자신의 수면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는데도 라이샌더는 이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는다고 했고.”

“……그래, 오히려 너무 당연하다듯이 굴더군.”

아스타리온은 욱하고 올라온 성질머리를 누르고 애써 대답했다. 게일은 손가락을 딱 튕기며 대답했다.

“그 부분이 나는 힌트라고 봐. 내 진찰 결과에 따르면 그의 위브는 아주 특수하게 변형되고 있어. 이 물질계의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형식으로 말이야. 그의 비정상적인 수면시간은 위브의 변형에 따른 것이고, 라이샌더 본인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변이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때문에 당연하게 구는 거라고?”

“혹은 변태나 진화라고 표현해도 괜찮겠지. 아무튼, 내 추측은 이래. 본래 특수한 상태에 있는 라이샌더가, 너의 특별한 뱀파이어가 된 걸 계기로 새로운 존재로서 거듭나고 있는 것 같아.”

“새로운 존재…….”

아스타리온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반려를 바라보았다. 그가 새로운 존재가 된다는 것은 어떤 뜻이지? 자신이 뱀파이어 로드가 되었던 처럼 새로운 힘을 갖는다는 뜻인가? 스쳐지나간 가능성에 그는 잠든 반려의 손을 잡아 올리고는 그 손등에 입술을 맞추고 진하게 웃었다.

“그래……그렇다면, 그건 아주 기대되겠군.”


과거 아스타리온이 승천 의식을 치룬 성의 지하 예배당은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 되었다. 방치되어 백골화 된 시체들과, 우리와 관들을 치우고, 지하 천장에는 햇빛이 들어오도록 구멍을 뚫었다. 칙칙하고 싸늘한 의식의 장은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아닌 따뜻한 흙이 쌓였으며, 그 위로 갖가지 색상의 꽂들이 심겨졌다. 그리고 햇살이 내리쬐는 빛줄기 속, 사람 크기만한 둥근 고치가 빛을 받아 맥동하고 있었다.

“안녕, 리스.”

두사람만의 애칭을 부르며 아스타리온이 고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그 고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귀를 가져다 대었다. 더는 언어가 들리지 않았지만, 고치가 자신을 환영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전해져왔다.

그는 어떤 존재로 거듭날까. 우화한 반려를 상상하며, 아스타리온은 부드럽게 고치를 어루어 만지며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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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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