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4

[FF14/로드톨라] 은화 한 닢

이 온기가 아니었으면 모를 경험이 또다시 슈톨라의 손에 은화 한 닢처럼 쥐어졌다.

원본 썰 :

* 툿친 제어님네 드림컾 로드X야 슈톨라입니다~. 제 탐라 은방울꽃 드림을 담당하고 계심()

* 이전하신 계정에서 핑-과 퐁-이 있었는데, 갑자기 계시를 받아 후다닥.

* 제 멋대로 설정을 낑겨넣은 것도 있을텐데, 제어님께서 어 아니에요 하면 바로 빠지고 수정됩니다

* 쓰다보니 배경적으로 6.0 효월 이후 어드메가 될 듯 합니다. 공간적인 배경은 자유롭게….

* 졔님께서 BGM을 추천주셔서 바로 낑겼습니다. 같이 들어주시면 6최고 품질9


마녀 마토야-지식의 갈구자는 호기심이 발 닿는 범위를 결코 가리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는 도서관 깊숙이 숨겨진 금서 정보만큼이나 저잣거리를 쉽게 휘젓고 다니는 유행이나 소문 따위에도 정통했다는 뜻이다. 전자야 슈톨라가 열렬히 반응하는 게 당연하고 후자는 종종 영웅님이나 위리앙제처럼 꽤 고지식한 구석이 있는 이들에게 장난칠 재료가 됐으니 그랬다.

지금은 오후 네 시. 조금 늦은 티 타임이 한창이다. 점심을 좀 깨작인 다음, 몽티셰뉴 학장님 편으로 받은 논문집에 코를 박고 있던 것이 한참. 어느샌가 돌아온 로드가 잠시 좀 쉬는 게 좋겠다며 슈톨라를 책상에서 끌어낸 거였다.

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을 느껴보면 시간이 꽤 지났다는 게 분명했다. 네 시간 조금 넘게 한 자리에서 꼼짝도 안 하고 활자를 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 그제서야 어깨며 눈이 뻐근하다. 이대로 해가 저물 때까지 앉아 있었으면 근육들이 좀 뻐근한 선에서 끝나지 않았겠지. 그래서 머리론 휴식을 취하는 게 맞는다고 알지만, 영 아쉽고 심통이 났다. 그야 한창 흥미로운 부분을 해체하던 중이었으니까.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뺏긴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잠깐 뾰족하게 솟았던 감정은, 그러나, 금세 보드라운 천으로 덮이듯 가라앉는다. 이 영웅님의 걱정은 언제나 이름 모를 작은 들꽃처럼 미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래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조금쯤은 심술부려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불쑥 치밀었고, 슈톨라는 그 충동을 거스르지 않기로 한다. 자, 이번 스코어는 어떻게 될까요. 요즈음 반응이 영 심심해졌다지만 때때로 그는 동작 뻣뻣하던 신출내기 시절의 잔상을 내비치곤 했다. 아예 덤덤해졌으면 모를까, 종종 튀어나오는 풋풋함이 귀엽기 마련이라 이 시도를 멈출 수가 없다.

견과류 가루를 섞었다는 고소한 버터 쿠키를 한 입, 과일잼 한 스푼을 탔다는 홍차(눈으로 색을 즐기지 못하게 된 이래, 로드는 홍차에 꼭 과일잼을 섞어줬다)를 한 모금 마신 후에 슈톨라는 여상스레 입을 열었다.

“상견례 프리패스 상이라는 게 있대요. 들어봤나요?”

“ㄴ,네?”

드물게도 로드의 목소리가 확 뒤집혀 나왔다. 평소에 언성을 높이지 않는 사람이라 월척이라도 낚은 기분이 되었다. 목구멍 안으로만 웃음을 삼키면서 슈톨라는 목소리 하나 흔들리지 않고 마저 말을 이었다.

“당신이 딱 상견례 프리패스 상이거든요. 미트라도 당신이면 환영이라고 했고요. 그럼 저는 어떨까 해서요? 당신의 가족을 만나 뵈면 저는 환영받을까요?”

에테르의 흐름을 시야로 대신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따르므로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면 에테르안을 쓰지 않았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었다. 표정을 알기 위해 에테르의 흐름을 세세히 읽을 필요도 없이, 기척을 숨길 여력도 없이 안절부절못하며 서성이는 기색이 짙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첩보 행동과 은신이 특기인 산크레드 못지않게 기척을 다 죽일 수 있으면서, 새벽에 막 들어왔던 무렵마냥 어쩔 줄을 몰라 하는 풋풋함이 귀엽기만 하다. 오랜만에 새내기 시절의 로드를 봤다며 유쾌해진 슈톨라는 슬슬 이 농담을 정리하려고 했다. 가족 화제가 길어지는 건 그에게 실례 아니던가. 가족을 비롯해 아주 많은 이들을 잃어온 로드에게 이 이상으로 관련 화제를 가지고 놀려선 안 될 것이다. 미안하다는 말로 운을 떼려고 하는데,

“…그, 있죠, 정말로 괜찮으면―,”

꼬리를 가만두지 못하고 초조하게 굴던 로드가 입을 연 것이 빨랐다. 거기서 이어진 로드의 말에 슈톨라는 무심코 쥐고 있던 찻잔을 툭 내려놓을 만큼 놀라고 말았다. 스코어는 결국 동점이네요. 그런 핀트 나간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리하여 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에는 별이 한가득 떠 있고,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을 머리에 인 언덕에 두 미코테가 나란히 누웠다. 별바다를 마주하기 위해서. 이 땅에서 스러진 이들의 혼이 돌아가, 다시 땅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는 그 별바다를 말이다. 로드의 부모님 역시 저곳에 잠들어 있으니 이것도 상견례라면 상견례일 거라고 슈톨라는 생각한다. 아니, 단순히 두 분을 마주하는 게 아니다. 로드를 소중히 여겼던 친구들까지도 저 자리에 있을 거다. 그렇게 여기면 갑자기 어깨며 손끝에 긴장으로 힘이 들어갔다. 철학자 의회에 기 하나 꺾이지 않고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맞섰던 적이 있는데도 오히려 물리적인 시선이 없는 지금이 더 떨리는가도 싶다.

물론 제가 어디 가서 흠 잡힐 사람이 아니라는 자신은 있다. 단순한 주관이 아니고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나. 그러나 소중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 앞에 서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일이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역시 모르는 법이네요. 바투 붙어도 과하게 밀착하지는 않은 거리감에서 오는 이 온기가 아니었으면 모를 경험이 또다시 슈톨라의 손에 은화 한 닢처럼 쥐어졌다. 그걸 한 손에 쥔 채로 곁에서 나직하게 속삭이듯 쌓이는 목소리를 듣는다. 태양처럼 뜨겁지는 않지만 분명한 온도를 가진 목소리가 밤의 서늘한 공기를 촛불처럼 밝혔다. 거기에 때때로 추임새를 넣으며 두 쌍의 목소리가 얽힌다.

서로가 서로를 잃은 줄만 알았던 순간을 겪고서야 미지의 장막을 벗어난 어떤 조각들이 그렇게 반질반질하게 잘 닦여 별처럼 총총 떠올랐다. 더는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라도 우리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오래도록 같이 걸어가자고. 두 사람이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위로 별들이 무언의 답을 주듯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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