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14

[FF14/로코클랴] 검은 장미

그 꽃말은,

* 옛날옛적에 썼던 자컾 연성, 살짝 손질해다가 여기로 재업(얼마나 옛날이냐면, 17.04.03에 썼었네요)

* 우리집 애들의 외관은 멀쩡한데 같이 두면 뭔가 어라?싶어지는 이 포인트가 너무 좋아…!


모험가들 사이에 올드로즈 키우기가 유행을 타고 있었다. 당장 부대 집에도 몇 개의 화분이 놓여있었고, 각자 개인실에 둘 거라며 자그마한 화분 한둘을 사서 들고 오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원래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을 즐기는 치들이라 여기까진 유행이라고 해야하나 싶지만, 길거리에서도 올드로즈 모종과 씨앗, 흙을 들고 종종걸음치는 모습이 꽤 흔하게 자리 잡은 걸 보면 유행 맞구나 싶어지는 거다. 림사 로민사만 해도 이런데, 에오르제아 전역을 놓고 보면 판이 정말 클 것이고 그러면 이번에 올드로즈를 마케팅한 상인은 정말 돈 좀 만졌겠구나, 하는 슴슴한 생각이나 들었다.

그래서 클라디야는 로코가 갑작스레 건네 온 검은 올드로즈 머리장식을 보고서도 그다지 놀라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말해서, 제 언약자가 올드로즈를 길렀다는 사실에만은 놀라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 외에는 놀라움 투성이다. 대체 언제 어디서 제 눈을 피해 이걸 길렀는지.

미신을 믿는 뱃사람들과 오래도록 지낸 클라디야도, 마찬가지로 같은 지역 토박이인 로코도 누군가는 풍문으로 듣곤 하는 우스갯소리에 남몰래 방점을 놓고는 했다. 그걸 철저하게 믿는 것과는 결이 달랐지만, 꽃말이며 점 같은 것들은 웃으며 넘기더라도 언제나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곤 하는 법이다. 서로가 그걸 잘 알았으므로 차라리 긁어 부스럼인 것은 건들지 말자는 암묵의 룰이 저희 둘 사이에는 통용됐다. 다시 말해, 어떤 미신에, 행위에, 상징에 은근슬쩍 무게를 싣곤 하는 이들이라는 거다.

오죽하면 발렌티온 데이에 운세를 보기 전에 말로는 “이거 장난삼아 보는 점이니까 뭐가 나와도 신경 쓰진 말자.”라던가 “저 사람들 도우려는 거니까, 맞아요. 결과가 뭐든 상관없지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가 애정운 결과가 최상으로 뜨자마자 “와!”하면서 누가 보더라도 안도했다는 티가 팍팍 나는 비명을 질렀으니까.

그러니 보석, 꽃, 별, 색깔. 그 모든 것에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검은 장미의 꽃말은, 분명―.’

클라디야는 제 머릿속에 몇 개 들지 않은 꽃말을 뒤적여본다. 답은 금방 나왔다. 로코는 제가 모를 말로 마음을 건네는 반쪽이 아니지 않은가. 꽃말을 꺼내 곱씹으면 머릿속이 향긋하다. 산호탑이 배출한 걸출한 전사는 드디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올리며 검은 장미 머리장식을 받아들고 바로 머리카락 틈에 꽂아 넣었다.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 낙인처럼 선명한 집착에서는 반들반들 윤이 났다. 유일무이한 저의 세상에게, 피와 상처로는 가둘 수 없는 이에게 무엇보다 가볍고 향기로운 구속을 채우는 소리가 경쾌했다.

제 목숨을 쥔 이가 만족한다면야 얼마든지, 몇 번이라도. 불로 새겨지지는 화인이라도 기꺼이 달게 받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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