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 첫 __

[큰세문대] 첫사랑

큰문의 첫사랑을 응원합니다

2열 by 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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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메랑 방은 날조입니다. (꾸벅)

"세진 씨랑 문대 씨는 첫사랑 있으셨나요?"

시발. 뭐라는 거야.

***

"큰 세진이랑 문대 토크쇼 예능 잡혔다."

놀랐지만 그렇지 않다는 듯 웃어 보이는 이세진이 보였다. 토크쇼 예능이 잡혔다는 것에 놀란 거겠지. 반면 나는, 토크쇼 예능이 아니라 내가 섭외됐다는 사실에 놀랐다. 왜 하필 나를? 멤버 중 이세진은 누가 봐도 예능 멤버다. 그런데 나는, ...아니지 않나.

대기실에 가자 작가님께서 대본을 나눠주셨다. 오늘 하루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설명해주시고, 대본에 있는 것 외 다른 질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아이돌이라 이거겠지.'

이세진도 옆에서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세진 씨랑 문대 씨는 첫사랑 있으셨나요?"

대본에도 없는 질문을 보란 듯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걱정은 하지 않았다. 뭐 나야 과거사가 있으니 없다고 해도 그러려니 넘어갈 것이고, 이세진은... 뭐, 걱정할 필요도 없지. 분명 '제 첫사랑은 팬분들이죠~'따위의 말로 넘어갈

"네, 있어요."

'??????'

..그 말이 왜 여기서 나와? MC, 패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붕 뜬 분위기였다. 놀라서 표정 관리도 잠시 잊고 이세진 쪽을 쳐다봤다. 평소처럼 촐싹거리는 모습이 아닌, 진중한 모습의 이세진이 보였다.

"오~ 테스타 세진 씨의 첫사랑. 안 들어볼 수가 없겠는데요? 얘기 좀 해주세요!"

"...그분은, 힘도 저보다 훨씬 세고. 똑똑하고, 다정한... 그런 사람이었어요."

"힘센? 세진 씨 이상형이 힘센 사람인가요?"

이세진은 MC의 물음에 크게 웃었다. 뭐가 웃긴데 이 새끼야.

"저는 어렸고, 그분은 고등학생이었거든요. 저보다 키도 곱절은 더 크고, 힘도 곱절은 더 셌죠. 당연하게도."

"아! 누나셨구나? 이상형이 연상이신가 보다!"

"에이~ 제 이상형은 러뷰어죠~ 그분은 그저, 첫사랑이었습니다. 아주 어렸던 9살의 한 아이가 했던."

생각보다 뜨거웠던 분위기는 9살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에 금세 가라앉았다. 그래도 이거... '테스타 이세진, 이상형은 연상', '테스타 이세진, 첫사랑은 연상의 누나였다' 이런 식의 헤드라인이 뽑혀 나갈 게 뻔했다. 내용보다는 이게 기억되겠지. ...뭐, 그래도... 9살의 어린 사랑이었다는 점은 그저 귀여운 일화 정도로 퍼지겠지. 팬분들한테도 큰 타격은 없을 것 같다.

....근데, 그저 첫사랑이라는 것치곤, 9살의 첫사랑치곤 ...너무 오래 기억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첫사랑이라지만... 얼마나 절절했기에? 아니, 평소 정치질의 귀재던 녀석이 그런 것도 못 하고 진중하게 답할 만큼 뭐 그런 사랑이었나?

"...이걸 내가 왜 생각해."

고개를 가볍게 젓고 차에 올라탔다.

"문대문대~ 기사 봤어? 다들 내 첫사랑 얘기가 귀엽대~"

뭐가 귀여워. 첫사랑이 있었다고만 말했지 뭐 어떤 얘기도 없었는데.

"뭐야 문대? 왜 반응이 없어~ 아, 같이 나갔는데 나만 이런 주목받아서 그래? 에이 문대문대~"

짜증 난다. 평소에는 짜증 나지 않았을 거였는데, ...아니 평소에도 짜증 났겠지만, 요즘엔 이세진이 이러면 더 짜증 난다. 특히.., 지금 내 어깨에 올리고 있는 이 팔이.

"하.."

신경질적으로 이세진의 팔을 치웠다. 평소 같았으면 뭐야 문대문대~ 세진이 상처야 따위의 말을 던지며 상처받은 척을 했을 텐데 조용했다. 놀란 눈치였다.

...짜증이 나는 걸 어떡해. 그 사람한테도 나한테 한 것처럼 막 치대고 그랬겠지. 아니다 9살짜리가 뭐 어떻게 했겠어. ...뭐야,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해.

그 뒤로 이세진을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피해 다닌다기보단 일방적인 무시의 느낌이랄까. 다행히 활동도 끝났기 때문에 남들 눈에 보일 일도 없어 편하게 무시했다. 처음엔 평소처럼 껴안고, 기대오고 치대더니 점차 이세진 또한 거리를 두는 게 보였다.

"......"

먼저 무시하기 시작한 건 나면서, 괜히 서운했다. 대체 왜?

왜 자꾸 그 어린 애가 좋아했다는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지? 많이 좋아했을까, 그 사람한테는 어떻게 했을까 왜 자꾸 그런 걸 생각해? 고작 어린 애가 했던 첫사랑이 뭐라고? 아니, 그게 왜 신경 쓰여? 이세진 첫사랑 그게 뭐라고... 아.

'이거, 첫사랑이다.'

***

때는 내가 9살일 때의 여름이었다. 그날은 비가 왔다. 초등학교 교문을 빠져나가던 형형색색의 우산이 기억난다. 그날 내가 썼던 우산 색이 파란색이었다는 것도 기억할 정도로 기억이 생생한 날이었다. 하굣길만이었지만.

평소 가던 길로 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려왔다.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이 호기심 가득했던 어린 나는 살짝 들여다봤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무지갯빛 우산이 담벼락 앞에 모여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은

"어?"

작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신기하고 귀여운 마음에 둘러싸서 구경하고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괴롭히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보고만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괴롭히면 안 되지."

그 목소리에 나도, 담벼락 앞 아이들도 뒤돌아 그 목소리의 주인을 쳐다봤다. 키가 곱절은 큰 탓에 고개가 하염없이 뒤로 꺾였다. 그 사람은 성큼성큼 걸어 아이들에게 향했다.

"귀여우면 사랑만 줘. 이렇게 괴롭히지 말고."

굳이 크게 뭐라 하지 않았음에도 자신들보다 키가 곱절은 더 큰 탓인지 그 아이들은 투덜대며 자리를 떴다. 아이들이 다 가자 그 사람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이 쓰고 있던 투명한 우산을 고양이에게 씌워줬다. 우산 손잡이를 주변에 있던 큰 돌 하나로 고정하고는 바로 일어나 가방을 쓰고 뛰어갔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그 사람은 다시 안 오나, 오늘은 없나 생각했다. 그 사람은 고등학생이라 늦게 끝나서 마주치기 어렵다는 것도 모른 채.

그러다 어느 날 주말, 집 앞 편의점 앞에서 그 사람을 마주쳤다. 재빨리 뛰어가 그 사람 앞에 섰다.

"형!"

나를 아냐는 눈빛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면서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뭐 그리 신이 났는지, 나는 종알거렸다.

"제 이름은 이세진이고요, 저기 있는 초등학교 다녀요! 2학년 5반이고 ...또, 아! 저는 18번이에요! 그리고 또,"

한참을 종알대는 나를 가만 바라보며 내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었다.

"형은, 저기 고등학교 다녀. 2학년."

"어! 형도 2학년이에요? 나랑 같네?"

뭐 좋다고 신나서 방방 뛰는 나를 보며 그 사람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아, 미안. 형 알바 갈 시간 됐다. 이만 갈게. 다음에 보자."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그 손길이 떨어지고 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이름도 못 들었는데...! 하며 고개를 들자 그 사람의 가슴팍에 매달려있는 세 글자가 보였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선명히 보였다.

"류건우 형...이구나."

아쉽게도 그 뒤로 그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나도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람의 존재를 잊어갔다.

"이세진! 가자!"

친구들이 부르는 곳으로 가려는데, 저 멀리에서 익숙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때와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건우 형.'

"야 뭐 해! 가자니까?"

"어? 어! 가!"

친구들의 목소리에 답하고 다시 돌아보니 그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갔네..'

이것이 9살 눈에는 한없이 멋져 보였던, 순수했기에 반했던, 이세진의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박문대 아니, 류건우는 기억하지 못하는 9살의 이세진이었다.

***

'첫사랑 있냐는 질문에 갑자기 건우 형이 떠오를 건 뭐람. 잊고 있었는데. 새삼 궁금해지네~'

그러고 보니 문대 첫사랑 얘기는 듣지도 못했네. 물어볼까. 옆 좌석에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듯한 문대를 바라봤다.

'미쳤지,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게.'

내리자는 매니저 형의 말에 고개를 젓고 차에서 내렸다.

요즘 문대가 이상하다. 정확하게는 토크쇼 녹화를 하고 난 후부터. 원래도 내가 치대면 좋아하지 않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싫어한 적은 없었는데. 요즘엔 싫어하다 못해 나를 무시하기까지 하고 있다.

'뭐지. 나 뭐 잘못했나. ...아닌데..'

평소의 나였다면 나를 무시하면 뭐 그런가 보다~ 하고 나도 신경 안 썼을 테고, 이 상황이 답답했다면 바로 풀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문대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 괜히 더 위축되고, 조심스러워졌다.

"좋아하는 거 들켰나..."

에이 아니야 하고 고개를 저었지만 두려웠다. 만약 정말로,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징그러워서 거리 두는 거라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차이더라도 이렇게는 싫었다. 차라리 오늘 얘기를 해야겠다 다짐했다. 하지만 문대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나를 무시해도 방에 들어오지 않지는 않았는데.

이상해서 방 밖으로 나가자 부엌에서 물을 마시는 청우 형이 보였다.

"형."

"아, 맞아. 세진아, 문대 오늘 내 방에서 자기로 했어."

"네?"

다른 멤버랑 방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청우 형 방에서 같이 잔다고? 왜? 청우 형 침대에서 같이 자겠다는 거야? 대체 왜? 나는 안 되고 청우 형은 되는 거야? 생각이 이상한 곳까지 번졌다. 당장 청우 형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그, 방 바꾼 의미가 없네."

방에 들어가자 청우 형 침대에 누워있는 문대가 보였다.

"형? 왜 다시 오셨... 이세진."

방에 들어온 게 청우 형이 아닌 나인 걸 발견한 문대는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그렇게까지 싫어?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뭐야, 너 왜 울어?"

문대는 눈물에 놀란 것인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 내가 그렇게 싫어? 내가, 나는 싫은데 청우 형이랑은 왜,"

"뭐라는 거야."

"내가 너 좋아하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그렇게 싫어? 상종하고 싶지도 않고 막 그래?"

"...뭐?"

뭐라고 내뱉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 차이더라도 제대로 고백하고 차이고 싶었는데, 다 망했다.

"야."

"미안해. 내가, 내가 그러니까.."

"조용히 좀."

입술을 말아 다물었다. 욕하려나..

"키스할래?"

"어?"

어버버 거리고 있자 목을 확 잡아끌더니 입술을 갖다 대었다. 바로 앞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입을 맞추는 문대가 보였다. 놀라서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동그랗게 뜨고 있을 뿐이었다.

"야. 입 벌려."

눈을 살짝 뜨고, 입술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괜히 너무 야해 보여서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입술 사이를 가르고 문대의 혀가 들어왔다. 문대문대... 왜 능숙해?

한참을 입술이 부드럽게 맞닿았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마지막으로 쵹 가볍게 입을 맞추는 소리를 끝으로 문대의 입술이 완전히 떨어졌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으니까 문대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나도 너 좋아하거든."

"어?"

근데 너 나한테 왜 그랬어? 나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왜 나 무시했어? 그럼, 왜 오늘 방 바꾼 거야? 청우 형이랑 같이 자려고 했어? 왜? 근데 나를 좋아해? 그게 무슨 소리야? 키스는 왜 했어? 아, 나 좋아한다고 했지... 아니 그러니까... 네가 나를 좋아해? 왜? 언제부터? 쉼 없이 종알대는 나를 가만 바라보며 끝까지 내 말을 다 들어주었다. 마지막엔 살짝 눈을 질끈 감는 것도 같았지만.

"이제 끝났어?"

문대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내 첫사랑을 신경 쓴다는 점이 짜증 나서 나를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나를 좋아하게 됐다는 것도. 내가, 문대의 첫사랑이라는 것도.

"그러니까... 문대가 질투했던 거네?"

"...내가 얘를 왜 좋아해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문대를 잡아 침대에 눕혔다. 꽉 끌어안자 빠져나가려는 듯했지만, 그것도 곧 포기한 듯 가만히 안겨 왔다.

너무 좋다 진짜. 절대 놓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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