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프마베팟 백일장
로그, 봄꽃, 세계가 릴레이로 100자 이상의 조각글을 쓴다! / 2020.07.09 업로드
:: 첫 번째 순서 ::
로그(@loooog143) - 봄꽃(@Blossom_IV) - 세계(@segae_jji)
그 손을 잡지 말걸 그랬지. 온기가 너무 간절해서 그랬다. 그때의 나는 너무 추워서, 얼음처럼 푸른 하늘을 못 견디겠어서, 문득 거울에 키스하고는 주저앉아 울었다. 그러니 네가 내민 한줌 친절은 사막의 방랑자가 마주친 오아시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게 환각인지 신기루인지 재간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모래 언덕 너머에는 또다른 오아시스가 있음을. 네가 아니더라도 나는 충분히 온기를 느낄 수 있음을... 물론 나는 아직 너를 그린다. 세상 만물 속에서 나는 너를 찾고는 한다. 심지어 길가에 나뒹구는 작은 조약돌에서조차 너를 찾는다. 언덕 너머에 오아시스가 있음을 알지만, 오르기는 여전히 고비인 탓이다. 그래서 나는, 그럴 때면 눈을 감고 생각한다. 내일은 무엇을 먹을까. 어떤 일을 하고 뭘 들을까... 마침내 생각이 뿌옇게 흐려지고 네가 붙인 한줌의 불마저 꺼지고 나면 나는 다시 언덕을 오른다. 너머의 오아시스를 향해, 그리고 그 다음 언덕을 향해.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얼마나 오래 걸었을까. 너는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그때처럼 손을 내밀고.
원망스럽지 않았다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제야 너를 뒤로하는 법을 배웠다. 내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너를 떠올릴지언정, 돌아오지 않을 네게 매달려 손과 발과 목에 자국을 내도록 울어버리지는 않았다. 아마 너는 그게 내심 못마땅했나 보다. 나를 일으켜놓고는 또 밀쳐낼 거면서, 혼자서 땅을 딛고 서려는 내가 그다지도 미웠나 보다. 내가 쥔 또 다른 삶이 사막의 모래처럼 틈으로 다 흘러버리기를 원해서, 그러면서도 아예 잡히지 않을 오아시스의 물인 채로 너는 그리 내 주위를 돌고 싶은가 보다. 그래, 어쩌면 나는 너다. 나는 내가 너 없이 사는 것을 꿈꾸지 않는다. 너를 붙들고 버티지 않는 생은 진정 나의 것이 아니다. 나는 네가 있지 않고서는 완성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데려가라. 내가 다른 오아시스에 잠기는 꼴을 보지 못하겠다면 이제라도 나를 거두어라. 나는 너다.
:: 두 번째 순서 ::
봄꽃(@Blossom_IV) - 세계(@segae_jji) - 로그(@loooog143)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나는 당신이 참 좋았어. '당신'이라는 두 글자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어. 세상의 모든 말이 너를 위한 것만 같았어. 너와 함께 있으면 꼭 마음에 샘이 흐르는 것처럼 하루종일 기쁘기만 했어. 그래서, 나. 이제 그만두려고. 머그컵을 두드리며 잔잔하게 웃던 그는 카페에 들어선 순간부터 오로지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두 눈이 가장 예쁘다며 치켜세우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나를 정면으로 부정하려는 사람이 내 앞에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볼을 어루만졌다. 만져서는 안 되었음에도, 이 순간 나는 우리의 약속을 일부러 깬 셈이다. 내게서 떠나던 두 눈이 이리 향할 때에서야, 드디어 나는 내가 너에게 무엇을 원했던 것인지를 깨달았다. 나를 사랑해. 나를 숭배해. 내게 속죄해. 나는 그러기 위해 존재해. 두 눈을 감아. 두 귀를 막아. 그리고서 내게 안겨서 모든 것을 잊어. 오로지 향으로만 나를 느끼면 되는 거야. 알겠지? 나의,
모든 것, 아니… .모든 것이었던 무언가. 나를 사랑했던 죄로 이제 나를 사랑해야만 하는 가엾은 배신자. 너의 시각과 청각과 추억을 뒤덮은 이 가녀린 손등 위로 이마를 맞대었다. 그리 생각하지 않니, 내 세계를 섣부르게 너로 채우는 바람에 남은 것이 없으니 너도 똑같이 해 주어야 마땅하지. 그리 말하며 웃었으나 어차피 눈을 잃은 너는 보지 못하였을 테니 이 원망과 애정은 종착지를 잃는다. 이제는. 그래. 이젠 되었다. 모든 것을 빼앗겨 내 것이 된 너는 내가 품어가도록 할게. 당신은 그대로 커피잔을 비우고, 자리를 나서, 등을 돌리고, 걸어나가면. 나는 당신이 버린 너를 끌어안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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