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들에겐 언제나 사랑의 조언이 필요하다
아줄 아셴그로토 드림
* 24년도 아줄 생일 기념 연성
* 선배 생일 축하해요 사랑해요 오늘도 잘생기셨습니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며, 출입문에 달아둔 작은 종이 맑은 소리로 손님을 반긴다.
아줄이 열어준 문으로 고개부터 살짝 들이민 아이렌은 드넓은 가게 내부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에 탄성을 내뱉었다.
“와!”
마치 아이 같은 아이렌의 반응에 아줄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하루. 제 생일을 맞이해 가장 완벽한 데이트를 하기 위해 일주일 내내 계획을 짠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렌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매대 위, 빈티지한 매력이 있는 액세서리들을 구경하며 물었다.
“이런 가게는 어떻게 알고 계세요?”
“관심이 가서 찾아봤습니다. 마침 근처에 있어서, 아이렌 씨와 함께 방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명한 가게에서는 뭐든 배울 게 있다. 그게 음식점이든, 편집숍이든, 옷 가게든. 좋은 게 있으면 보고 배워야지. 게다가 이곳은 빈티지한 물건부터 최근 유행하는 물건까지 다 모인 곳이니, 한 번쯤 들러 볼 가치가 있었고.
여러모로 관심이 있던 가게였는데, 마침 오늘 데이트를 여기서 하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무엇보다 아이렌도 관심을 보이는 게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아줄은 두 눈을 빛내며 물건을 구경하는 아이렌을 느긋하게 쫓아가며 자신도 나름대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유명한 가게라서 그런지, 드넓은 가게 여기저기에는 손님이 오가고 있었다.
“뭔가 마음에 드는 게 있으십니까?”
“으음, 글쎄요. 선배는 뭔가 마음에 드는 거 없으세요?”
“저는 아직은 눈에 들어오는 게 없네요.”
“흐음.”
어쩌면 물건 보다는 인테리어나 물건 배치 같은 걸 더 눈여겨 봐서 그런 걸까. 아니면, 마음에 드는 게 있다고 하면 제가 생일 선물로 사주려고 하는 걸 들킨 걸지도 모른다.
아줄의 대답에 이런저런 추측을 한 아이렌은 다시 매대로 주의를 돌렸다. 머리핀이 잔뜩 있는 곳을 지나 브로치가 있는 곳을 둘러보던 그는, 어떤 물건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이렌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인어와 조개 장식이 있는 브로치였다. 보통 옷보다는 가방 같은 곳에 다는 동전 크기 정도의 브로치는, 같은 디자인으로 다양한 색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드십니까?”
상대의 시선이 멈춘 걸 귀신같이 눈치챈 아줄은 슬그머니 물었다.
아이렌은 보라색 조개가 있는 브로치를 만지작거리며 두루뭉술하게 답했다.
“예쁘네요.”
“하나 사드릴까요?”
“괜찮아요. 그리고 오늘은 선배 생일인데 제가 사드리진 못할망정 선물을 받을 수는…….”
“그건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가 아이렌 씨에게 선물해 드리고 싶어서 묻는 거니까요. 그리고 생일 선물이라면 이미 받았으니까요.”
말해 무엇하겠나. 그가 받은 생일 선물은, 단 둘이서 하는 종일 데이트였다. 점심시간에 맞춰 나와 식사를 하고, 카페에 들린 후 아이쇼핑을 하고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는.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데이트 말이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선물을 받는 건 아줄인데 계획도 아줄이 짰다는 것 정도일까. 하지만 그는 이 점을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완벽한 계획을 짜서 아이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며, 적극적으로 제게 맡겨달라고 했을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그 데이트 계획안에는, 쇼핑 중 아이렌에게 자잘한 선물을 해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모쪼록 아이렌이 자신과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낸다면, 그것이 제겐 가장 큰 선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아줄다운 계획이었다.
“제가 점수 따고 싶어 묻는 거니, 정말 마음에 드신다면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그는 혹 아이렌이 본심을 감추고 사양하지 않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시원시원한 아줄의 태도에 잠깐 고민하던 아이렌은, 이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두 개 살래요.”
“예?”
“하나는 저 하고, 하나는 선배가 가지세요. 커플 아이템인 거죠. 어때요?”
아, 이렇게 나오겠다는 건가.
아줄은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이렌과의 시간을 기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는 건데, 제가 대체 이걸 왜 거절하겠나?
다양한 색의 브로치 중, 파란색 조개가 있는 브로치를 집어 든 그는 아이렌이 들고 있는 브로치도 받아 갔다.
“좋습니다. 그럼, 계산하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사실 좀 더 비싼 걸 요구해도 들어 줄 생각이었지만, 아이렌이 이게 마음에 든 것 같으니 괘념치 않아도 되겠지.
손 안의 브로치를 만지작거린 그는 실루엣 뿐인 긴 머리의 인어 형상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런 건 산호의 바다에선 오히려 크게 경쟁력이 없을 텐데 말이지.’
인어나 요정 같은 건 인간들에게야 신비롭고 특이하지, 당사자들에겐 일상일 뿐이니까. 물론 사람도 인형을 좋아하는 걸 보면 인어라고 인어 형상의 물건을 싫어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래도 특별함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생각해 보면 아이렌 씨는 인간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산호의 바다에 전해져 오는 어느 인어 공주와는 반대로, 제 여자는 오히려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었다. 자신도 인어가 되고 싶다고,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까지 했으니까.
그렇다면 이 브로치를 고른 것도, 일종의 동경 같은 걸까. 아니면 그냥 예뻐서 고른 물건에, 제가 너무 의미 부여를 하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아줄은 계산대의 줄이 사라지자마자 지갑을 챙겨 들고 앞으로 나섰다.
고개를 끄덕여 인사한 젊은 여성 직원은 아줄의 얼굴을 보더니, 대뜸 이렇게 물었다.
“손님, 생일이세요?”
“예?”
“아까 대화를 우연히 들어서요.”
이런. 그렇게 자신들의 대화 소리가 컸던가.
아줄은 굳이 거짓말 할 이유는 없다 생각해, 카드를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원은 계산을 마친 후, 브로치들을 개별 포장하면서 카운터에서 무언가를 챙겨 봉투에 같이 넣어주었다.
“이거, 저희 가게에서만 파는 섬유 향수 샘플인데 드릴게요. 남자분들에게 인기가 많답니다. ‘이성을 매혹하는 향’으로요.”
“아……, 감사합니다.”
데이트라고 이런 걸 챙겨주다니. 제법 센스있는 직원이지 않나.
이 와중에도 사업가적인 생각부터 한 아줄은 묘하게 밀려오는 쑥스러움을 꾸며낸 미소로 감추었다.
“생일 축하드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손님. 후후.”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의례적인 인사를 한 아줄은 물건을 챙겨 아이렌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 와중 덤을 받은 걸 감추고 싶어 슬쩍 봉투를 열어 향수 샘플을 챙긴 그는 저도 모르게 한숨 쉬었다.
‘이성을 매혹하는 향이라.’
이런 걸 쓴다고 아이렌이 자신을 더 매력적으로 봐줄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이 가만히 있어도, 아이렌은 자신에게 칭찬과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으니까.
무엇보다, 어차피 매혹한다 해도 제가 뭘 어쩌겠나. 너무나도 우습게도, 아이렌의 손이 닿기만 해도 긴장하는 자신인데.
하지만 이 향수는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아줄은 그리 생각하며 주머니 속에서 향수병만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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