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떡볶이 먹으러 가자."

"떡볶이요?"

"엉. 어때? 혹시 딴 거 먹고 싶으면 말해줘."

"먹으러 가죠. 떡볶이."

"잘 아는 집 있는데 거기로 가자."

휴일에 도장을 찾아왔다가 느닷없이 떡볶이를 먹게 생겼다. 양시백은 식사 때 사람을 그냥 보내지 않았고 이번에도 그랬다. 매번 거절하기도 그래서 하태성은 이번엔 받아들이기로 했다. 양시백은 씩 웃으며 멀지 않다고 말한 뒤 하태성의 손을 잡고 도장을 나서며 길을 안내했다.

떡볶이도 종류가 많지 않은가. 포차에서 으레 파는 국물 떡볶이, 둘러앉아 끓여먹는 즉석 떡볶이, 치즈나 카레, 짜장 떡볶이 등 전문적으로 떡볶이만 파는 곳도 생겨난지라 하태성은 셋 중 어디일지 궁금해했다. 길을 건너고 상가 쪽을 지나 주택가 입구에 마련되어 있는 포차가 있었다. 도장 근처에도 학교가 하나 있었고 당연하게 분식집도 있었다. 학교 앞 분식집은 맛이 없을 수 없어 조금 멀리 돌아서 온 게 의아했지만 굳이 멀리 온 이유가 있을 터였다.

"아이고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총각 왔어?"

"네~ 오늘은 친구랑 같이 왔어요!"

"그래? 많이 퍼줘야겠네~"

포차 안에 있던 아주머니는 양시백이 익숙한 듯 웃으며 맞았고 양시백도 썩 친근하게 굴었다.

단골 정도는 아니더라도 꽤 자주 와서 먹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

"여기, 화요일마다 열거든. 여기 떡볶이 정말 맛있어."

"입소문 좀 내줘, 호호..."

"아 그럼요~ 아, 떡볶이에다가 튀김 섞어서 해주세요."

포차 아주머니가 튀김을 골라 튀기는 동안 양시백은 아주 자연스레 그 옆에 딸려있던 플라스틱 의자 두 개를 끌어다 놓았다.

"앉자고."

"네."

"근데...떡볶이, 좋아하지?"

너무 늦게 물어봤다. 응했으니 상관은 없었지만 하태성이 미묘하게 웃었다.

"못 먹지 않습니다. 너무 매우면 힘들지만."

"다행이다. 여기 그렇게 안 매워. 맛있게 맵지."

떡볶이며 순대, 떡꼬치 같은 것이 자아내는 온기 섞인 냄새. 잘 튀겨진 튀김 냄새도 질 수 없다는 듯 고소하게 코끝을 간질였다. 양시백은 흐으음, 하고 냄새를 킁킁 맡았고 하태성은 입밖으로 내지 않았으나 개, 그러니까 강아지 같다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좋은 의미로. 그러나 킁킁거려도 흠이 되지 않을 만큼 맛있는 냄새가 났다.

"자, 총각들, 많이 먹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양시백은 떡볶이와 튀김이 든 접시를 포차 앞 식탁으로 쓰이는 접이식 턱에 내려놓고는 종이컵에 오뎅 국물을 한 컵씩 담은 뒤 재빠르게 요지를 하태성에게 내밀었다. 하태성은 정말 '이 떡볶이를 어서 맛보여주고 싶다!' 는 의지에 활활 불타는 양시백의 모습에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언제봐도 먹을 거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잘 먹겠습니다~"

"저도요."

요지로 말캉한 떡을 푹 찔러 들어올리자 포차의 황색 등에 매콤하게 버무려진 떡볶이 떡이 간드러지게도 빛났다. 국물을 흘리지 않게 한입에 쏙 집어넣는데 매콤하면서도 매캐한 듯한 끝맛 없이 깔끔했다. 잘 씹어 삼킨 다음에는 반은 바삭바삭하고 반은 떡볶이 국물에 버무려진 오징어 튀김의 차례였다. 느끼하면서도 쫀득한 맛을 매콤함이 잡아주었다.

"맛있네요. 정말로."

"이래봬도 음식 추천하는 건 제대로라고."

"다른 부분도 늘 제대로였어요."

"뭐지? 떡볶이 맛있어서 아부하는 거?"

"네, 맛있네요."

맵단의 고구마튀김, 친숙한 야채튀김, 오징어와는 또 다르게 야들야들한 새우튀김, 살짝 질깃하면서도 노른자가 산개하지 않도록 꽉 잡아주는 계란튀김까지. 떡볶이만으로도 충분히 맛있었으나 각각의 튀김들도 맛있어서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떡볶이에 버무리지 않고도 먹어보고 싶었다. 튀김 외에도 순대와 간도 조금 섞어준 덕에 하태성은 양시백과 함께 떡튀순을 모두 맛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허기가 졌던 건지, 맛있어서 순식간에 먹어치운 것인지는 몰라도 한가득 담겨있던 접시는 이제 떡볶이 국물만 조금 남아있었다. 진한 오뎅 국물로 매콤한 입을 달랜 하태성이 말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네요."

"그치? 거리만 안 멀면 포장해가도 좋은데."

"포장해 갈 수도 있죠.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포장해서요."

"하긴, 지하철 잘 타면 별로 안 걸릴지도 몰라."

"잘 먹었어들?"

"네. 아 여기 계산할게요 아주머니."

"오백원 깎아줄게."

"아유 오백원은요. 저 그러면 다음에 못 와요."

날카로운 눈매. 부리부리한 인상. 사람들은 양시백에게 사납게 생겼다느니 무섭게 생겼다느니 했지만 하태성은 아주머니에게 나름 살갑게 구는 양시백을 보면서 그런 첫인상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양시백은 계산을 마치고 먼저 포차 밖으로 나갔다.

"잘 먹었습니다 아주머니. 많이 파세요."

"그래, 고마워."

하태성도 얼른 포차를 나왔다.

***

"아~잘 먹었다...나 원래 안 비벼먹는데 저기 포차 떡볶이는 비벼먹어도 맛있더라."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가끔 이쪽 들를 때 있으면 가서 먹어줘야겠어요."

"그치? 맛있지?"

"네."

"그럼 이제 일하러 가나?"

"아뇨. 휴일이니까요."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돼? 집에 가?"

"일단 양시백 씨를 데려다 드려야죠."

"여기 우리 동네인데."

"그래도요."

희한한 놈일세. 양시백은 혼잣말처럼 툭 말했다.

"밥 먹고 데려다준다니 꼭 데이트 같지 않냐? 막 이래."

양시백이 농담을 던지거나 말거나,

하태성은 미묘한 표정으로 도장에 도착할 때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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