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회도전력 60분

"다녀왔다!"

"엇."

"엉?"

박력있게 문을 박차고 들어온 최재석은 도장 바닥에 신문지가 깔려있는 것과 뭔가 작고 덩어리 진 것이 툭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얼빠진 소리를 낸 양시백은 갑작스럽게 들린 소리에 방금까지 먹고 있던 찐 고구마를 놓친 채 출입구를 볼 뿐이었다.

"아, 관장님! 깜짝 놀랐잖아요! 간 떨어질 뻔했네!!"

"네 반응에 내가 애 떨어지겠다!"

"..너흰 매일 그런 식으로 다녀왔다고 하냐?"

둘의 쩌렁쩌렁한 대화를 모두 들은 유상일은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곤 들고 있던 종이봉투를 최재석에게 건넸다.

최재석 또한 종이봉투를 끼고 있었는데 유상일을 먼저 안으로 들여보내고 재빨리 문을 닫았다.

"뭐 사 온 거에요? 고기?"

"아니, 다같이 먹자고 붕어빵 종류별로 잔뜩 사 왔는데..양시 너는 고구마 쪄 먹었으니 못 먹겠구나."

"관장님,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런 농담도..무엇보다 고구마도 얼마 안 먹었거든요. 자, 신문지도 깔아놨고 우유도 있으니 어서 이쪽으로."

양시백의 손짓에 최재석은 검지로 코를 쓱 문지르며 그럼 그렇지, 하고 중얼거렸다. 누가 보면 꼭 미리 기다린 것처럼 짠 거 같다고 할 상황이이었는데, 두 사람의 찰떡같은 호흡을 하루이틀 본 것 아닌 유상일은 새삼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로 닮은 꼴이라고 생각했다. 최재석과 유상일은 오면서 사 온 방석을 깔고 앉았고, 양시백에게도 건넸다. 양시백은 방석은 제가 앉던 자리에 놓은 뒤 받아든 종이봉투의 한 부분을 북 찢어 봉투를 일자가 되게 펼치고 붕어빵을 한 곳에 모았다.

"그나저나..아까 종를별로 사 왔다고 하셨는데 요즘 붕어빵이 팥하고 슈크림뿐 아니에요?"

"에이, 그것도 아니더라. 요 앞에 새로 생긴데 상일이랑 자주 가서 사 먹어봤는데, 팥하고 슈크림은 물론이요 초코맛에, 피자맛에, 카스타드 크림까지 아주 별 게 다 있더라."

"엑, 저한텐 그런 말 없으셨잖아요! 치사하게 유상일이랑만 먹고!"

"나랑 같이 있을 때 발견했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지금 사 왔잖아, 도복."

"그래, 이거 상일이가 쏘는 거야, 양시!"

"앞으로도 계속 우리 관장님이랑 마음껏 돌아다니며 먹고 마셔주세요."

양시백은 공손하게 인사했고, 유상일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표면이 조금 불그스름하게 보이는 붕어빵을 하나 집어들었고 곧 한 입 물었다.

"내 건 피자맛이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맛 괜찮냐? 나중에 피자먹고 싶을 때 종종 이용해도 괜찮겠네."

"..궁상맞게."

"뭐가 궁상이야, 맛 좋으면 끝이지."

최재석도 붕어빵 하나를 집어서 합, 하고 크게 물었다.

"난 야채맛! 딱 기름기 적은 야채튀김 맛이야. 여기 단골 되어버릴 거 같은데? 양시, 넌 무슨 맛이냐?"

양시백은 바사삭하는 소리와 함께 맛보고 있었다.

꽤 빠르게 한 입을 베어문 탓에 갓 구워져 따끈하고 바삭한 반죽 안에 있던 뜨끈한 크림이 다물린 입에 가득 찼고...

"으 뜨거!"

"만들자마자 품에 꼭 안고 왔으니..잘못하다간 입천장 홀라당덴다?"

"하으, 뜨거...전 그 카스타드요. 봉지랑은 또 다른 맛인데 크림이 액체 같은 게 또 맛있고..."

목이 메어올 때 우유를 곁들인 셋은 한동안 뜨끈한 베이글 빵에 바른 것 같은 크림치즈 맛이나, 씁쓸한 듯 느끼하지 않은 녹차맛, 진득한 초코시럽이 가득한 초코맛 붕어빵 등 작은 품평회를 벌였다. 유상일은 적당히 먹고 손을 뗐으나 양시백과 최재석은 그 특출나고 가공할 식욕으로 거의 모듬식으로 잔뜩 사 왔던 붕어빵들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해치웠다.

"크아..오늘은 더 이상 못 먹어..."

"둘 다, 배부르면 좀 남긴 줄도 알아라."

"붕어빵은 식으면 맛 없어!"

"붕어빵은 식으면 맛 없어!"

"그래서 배가 만삭들이셔들."

"맛있으면 됐지 뭐. 그리고 상일이 네가 사 준건데 남길 순 없잖아."

"공짜 너무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 너."

"에이, 또 비꼰다."

"근데 진짜 맛있네요. 몇 개는 이름만 들으면 안 사 먹어볼 거 같았는데 예상외로 잘 어울리고..."

"그러게나 말야. 상일아, 언제 또 콜?"

유상일은 최재석의 물음에 작은 한숨을 쉬며 대답하지 않고 슬쩍 다른 곳을 보았다.

최재석은 곧 아랑곳않고 양시백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를 치우려고 몸을 일으켰다.

딸랑-

문 끝에 걸린 방울이 소리를 냈다.

열렸다 닫힌 문 안으로 코트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중년 남자, 양태수가 종이 봉투를 들고 서 있었다.

"아저씨!"

"아빠!"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일찍 왔대? 연말인데."

"연말이니까 일부러 짬 좀 내 봤지."

"근데 아빠, 손에 든 건?"

"아, 이건 빵인데."

아뿔싸. 바로 직전까지 붕어빵을 잔뜩 해치운 둘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시백이, 계란빵 좋아하지?"

"어, 응!"

"옷 좀 걸어두고 나올 테니 재석이랑 저 친구랑 같이 나눠먹어."

"자, 잘 먹을게, 아저씨!"

양태수는 양시백에게 종이봉투를 안겨주고 관장실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 자리를 치운 유상일이 한 마디를 던졌다.

"둘 다, 오늘 먹을 복이 제대로 터진 것 같은데."

"..계란빵은 어...간식, 간식이야! 사이드 디쉬!"

"그, 그래, 붕어빵은 붕어빵이고 계란빵은 계란빵이지! 붕어빵의 달콤바삭한 맛과 계란빵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은 또 다르다고."

"아빠가 기껏 사 줬는데 안 먹을 순 없잖아!"

그러나 곧 눈을 빛내며 계란빵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외치는 양시백과 최재석의 모습에 유상일은 멀찍히 떨어져 낡은 텔레비전 방송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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