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글

종이접기

"...쪼그리고 뭐하세요?"

집 안으로 들어오니 경감님이 바닥에 무언가를 잔뜩 늘어놓은 채로 끙끙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종이접기. 같이 할래?"

종이를 접어서 어디다가 쓰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린 시절에도 그런 한가로운 취미에 관심을 둘 만큼의 여유가 없었던지라, 솔직한 호기심이 들어 작은 책을 펼쳐두고 종이를 이리접고 저리접는 경감님에게 다가갔다. 경감님의 앞에는 양면 색종이와 고운 무늬의 학종이들이 널려있었다. 펼쳐진 책을 들어 표지를 보니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종이접기 책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모양인지 약간의 너덜거림이나 닳은 것이 눈에 띄었다.

"뭐 접으시는데요?"

"열대어. 예전엔 분명 접는 거 알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아리까리 하네."

경감님은 책을 보면서 접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하다가 다시 책을 보고 다시 접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아마 실선이 접는 것이고, 점선이 접었다 펴는 걸 의미하는 듯 했다. 경감님이 들고 있는 색종이의 모습을 보다가 한 번 해 보자 싶어서 손을 뻗었다.

"그거요, 제가 한 번 해 볼게요."

"응? 내가 접던 거라서 많이 너덜거릴 텐데?"

"괜찮아요."

"여기."

확실히 경감님의 손에 있던 것은 내가 오기 전부터 오랫동안 한 과정에서 머무른 듯, 반듯한 종이의 느낌이 많이 가셔있었다.

"이 부분을, 이렇게..."

커다란 네모 안, 세모꼴로 만들어진 체크 무늬같은 접힘을 보다가 그대로 책에서 가르쳐주는 대로 뒤집어 아마도 꼬리 부분일 곳에 집중했다.

접었다가 펼쳐서 꼬리 또한 세모꼴이 되도록 접었다. 앞으로 뒤집어 보니 몸체와 겹쳐져 꼬리가 뒤에서 겹쳐진 것이 과연 보이지 않았다. 근데 대체 이게 어딜 봐서 열대어라는 건지 모르겠다. 열대어라는 물고기는 몸에 체크 무늬가 있는 건가?

"이야, 잘하는데, 정은창."

"경감님이 요령이 없으신 거 아니에요?"

"요령이 없긴 누가 없다 그래? 그럼 같이 다른 거 접어볼래? 꽃도 있고, 새도 있고., 접을만한 종류는 많으니까."

경감님은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씩 천천히 넘겼고, 옆에서 그것을 별 감흥없이 보던 나는 그 중한 페이지가 눈에 띠어 막 다음 장으로 넘기려는 손을 잡았다.

"이거 접죠."

"꽤 어려운데, 망치는 거 아냐?"

"한 번 해 보죠 뭐."

딱히 자연물에 관심은 없었지만 내가 고른 건 장미였다.

그것도 꽤 간단하지 않은 접기 방법의. 방금의 경감님이 몰랐기 때문에 종이가 너덜거릴 정도로 접었던 거라면, 이번에는 몰라서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접기 전의 기반을 위해서 무던히도 접었다 폈다를 반복해야 했다. 경감님은 색종이가 든 비닐 봉지에서 반짝거리는 색종이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금색, 하나는 은색으로 반짝거렸고, 뒷면은 붉은색으로 되어있는 것이 색종이 치고는 꽤 고급스러운 것이라 척 봐도 1, 200원 하는 색종이는 아닌 것 같았다.

"자, 이거 500원이나 하는 색종이 주제에 한 장씩 밖에 없는 거니까 망치면 안돼, 정은창."

"...처음인데 너무 부담스러운 거 아니에요? 경감님도 잘 못 접으시면서."

"잘 접는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망칠 생각은 하덜들 말라는 거야."

"망치면 또 사다 드릴게요."

세모 모양으로 접고, 네모 모양으로도 접고, 반의 반으로도 접고 접고 또 접는 것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한 번 접은 다음 반대로 접어서 손톱으로 샥 그어주면 선이 반듯하게 남아서 완성했을 때 각이 설 거야."

"종이접기, 좋아하시나 봐요?"

"음, 싫어하지는 않았지.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그냥 종이가 있으면 심심할 때 아는 걸 접어보기도 했고, 종이가 없으면 이면지를 정사각형 모양으로 잘라다가 접곤 했었지. 혜연이도 종이접기 하는 걸 곧잘 좋아하기도 했거든."

그렇게 접었다 폈다 하기를 반복하다 겨우 장미를 입체적으로 꼬투리부터 접어나가는 데에 이를 수 있었다.

"어린애들 읽는 책에 어른도 접기 힘든 걸 넣어놓다니, 정말 얄밉지 않아?"

"여기 이름 밑에 보니까 어른과 함께 접어보세요, 라고 써 있는데요."

"......"

"......"

"그 어른도 못 접으면 민망하잖아."

"..아, 네...."

종이접기 책과 손에 든 반짝거리는 색종이들을 겹쳐보며 겨우 1시간 여 끝에 장미를 완성할 수 있었다. 각각 금색과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것이 학종이가 아닌 보통의 색종이로 만들었음에도 접힌 부분이 많아 크기가 퍽 줄어있었다. 단순히 종이로 만든 장미꽃이었고 조금씩 뒷면의 붉은색이 보였지만 처음치고는 성공적인 완성이었다.

"예쁘네요."

"쓸데없을지 모르지만 기분전환으로도 괜찮고, 꽃 같은 건 두고두고 봐도 괜찮은 것 같아."

"색종이, 많이 남은 거 같은데.."

"응?"

"다른 꽃도 같이 접어보죠."

경감님은 내 쪽을 보며 눈을 깜빡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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