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글

집들이/도장에서 같이 사는 유상일

"...요리하는 것보다 그냥 어...시켜먹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집들이 음식을 배달음식으로 때운다고?"

"그, 그렇게 볼 것까진 없잖아!"

유상일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신문지를 깐 뒤 전을 굽고 있었고, 최재석은 투덜거리면서도 상을 차리고 이런 저런 반찬들을 그릇에 담아 올리고 있었다. 도장을 막 신장개업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집들이를 한다고 하니 이해되지 않았지만 유상일이 하고 싶어 한 것이니만큼 입을 다물고 도왔다. 유상일은 뭘 도와야 하나 갈팡질팡하는 눈으로 서성거리는 양시백에게 손짓했다.

"도복, 이리와서 맛 좀 봐 봐라."

"그래!"

"..맛만 보는 거다. 맛만."

"그럼 맛만 보지, 딴 걸 봐?"

"튀겨놓은 전 열심히 집어먹는 거 다 봤다. 내가 아까부터 왜 계속 전을 굽고 있다고 생각하지?"

"거짓말, 난 네가 등 돌리고 있을 때만 집어먹었는데 어떻게..헉!"

양시백은 제풀에 범행을 자백한 꼴이 되어서 딴청을 피웠고, 양시백이 먹은 분만큼 다시 전을 굽고 뒤집던 유상일은 지긋이 양시백의 얼굴을 보다가 젓가락으로 하나 집어올린 전을 입에다가 그대로 넣어주었다.

"아 흐허!"

"맛 그만 보고 주변 정리를 하던가 해라. 정 할 거 없으면 나가."

"아하허!"

양시백은 후하후하 거리다가 결국 자기가 도울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에 얌전히 도장을 나갔다.

최재석은 픽 웃다가 준비를 끝마치고 유상일의 옆으로 다가갔다.

"준비 끝났어. 뭐 다른 거 도와줄 건 없고?"

"너도 쉬어. 고생했다. 아침부터 대청소 하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도왔으니."

"어허, 이 도장 그래도 내 건데 어떻게 집주인이 집들이 준비를 안 해?"

"그럼 내 옆에 앉아서 있어."

"어, 그래도 돼?"

"기름 튀어도 모르지만."

"그런 게 대수.....앗 뜨!!"

***

동그랑땡이며, 동태전, 구운 생선에 콩나물 무침, 삼겹살까지 꽤 힘을 쓴 상이었다.

초대된 사람들은 집들이 선물이라며 휴지 등을 비롯한 생필품들이나 선물 세트, 꽃다발 등을 갖고 양지 태권도장을 방문했다.

"이거 다 상일이가 준비한 겁니다. 맛있게 드시고 칭찬 한 방씩!"

"..부끄럽다, 그만해."

"하긴, 상일 형님, 예전에도 요리 실력은 괜찮으셨었죠. 도시락 싸 오는 날이면 반찬 뺏어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저도 상일이 녀석이 가끔 숨 돌린답시고 요리하면 옆에서 종종 뺏어먹곤 했어요."

"몰랐는데, 확실히 유상일 요리 실력이 아주 그냥..."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은 뒤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서재호와 최재석, 양시백과 권혜연은 유상일의 요리 실력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유상일은 딴청을 부렸다.

"준비하느라 고생하셨겠어요."

"말도 마세요. 제가 도울 일이 없었다니까요."

"양시 너는 집어먹기 바빴으니까 그렇지."

"정말 맛있어요, 아저씨. 정말 아저씨가 다 하신 거에요?"

"재석이도 도와줬어."

"관장님..매일 라면만 드시는 줄 알았는데."

"저 녀석도 할 때는 해. 많이 먹으렴, 설희야."

유상일은 작은 손으로 젓가락질 하는 홍설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조용히 자리를 지키기만 했던 배준혁이 불쑥 말했다.

"잘 지내는 거 같아 보여서 다행입니다, 상일 선배."

"..준혁이, 너도."

"저야 일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요즘은 일도 쉬고 있고요."

"종종 놀러와. 아마, 재석이 녀석이랑 여기에 쭉 있을 테니."

"근처에 오면 꼭 들르겠습니다."

유상일은 아직도 한창 이야기 중인 최재석에게 시선을 주었다.

처음 알았을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바보 같은 녀석이었다.

-만약 네가 언제 곤경에 처한다면, 나한테 말해. 내가 널 도울 테니까.

바보 같아서 그 말을 가볍게 생각했고, 바보 같아서 염두에 두지도 않았었다.

그런데도 최재석은 갈피를 잡지 못 하던 유상일에게 다가와주었고, 텅 비었던 자리를 채워주려고 부던히도 노력했다.

그 한결같음에 유상일은.

그 한결같음에 유상일은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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