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글

김주황+허건오

김주황은 제 집 위에 딸린 옥상에서 종종 담배를 피곤 했다. (그 점은 건물 거주자 중 김주황만 해당하는 것도 아니었다.) 원래 담배를 피우지 않았었지만 언제부턴가 입에 달게 된 것이었는데, 그 계기가 제 동생이 자살하면서부터였다는 것을 깨닫곤 혀를 찼다. 그리 의 좋은 형제도 아닌 평범한 형제였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떠안고 울던 동생을 때려주고 싶을 만큼 미워한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하나뿐인 가족이라고 측은함이 먼저였다. 둘이서 갚아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격려하기도 수차례, 그 격려조차도 부담의 하나로 받아들였는지 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담배 연기가 훑은 사진속에서는 머리를 깎지 않은 김주황도, 그의 동생도 웃고 있었다. 함께 찍은 사진이 한참 치기 묻어날 때의 것뿐이라니. 김주황은 입가를 찡그리며 쓰게 웃었다.

덜컹, 쿵.

옥상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김주황은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반사적으로 등을 돌렸으나 걸어들어온 건 허건오였다.

"뭐야, 집에 없어서 어딨나 해서 왔더니 담배 태우고 있었어?"

"왜, 하태성 형씨가 과외를 째기라도 했냐?"

"할머니가 몸이 안 좋은 거 같대서 같이 병원 다녀온다길래 미룬 거거든? 진짜 고릴라, 말을 해도 예쁘게를 못 해."

"...그래서, 몸 좀 녹이고 간다 이거냐?"

김주황은 사진을 점퍼 안주머니에 구겨지지 않게끔 넣으며 물었다.

눈을 가늘게 뜬 허건오는 김주황에게 다가가며 제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뭐, 여기도 없으면 담배 좀 태우고 딴 데 갈까 했지."

일회용 라이터로 담배 불을 붙인 허건오가 씩 웃는 것에 김주황은 말을 잠시 아꼈다.

"그래서, 뭐하고 있었길래 내가 오니까 바로 숨겨?"

"알 거 없어."

"아, 이거 재미없게 왜 이러실까. 우리 이미 알 거 모를 거 다 아는 사이 아니었어? 계속 그러면 더 알고 싶잖아. 내가 수고스럽게 뒤져보는 거보다 그냥 지금 알려주는 게 기분 덜 나쁘고 좋지 않겠어?"

망할 애송이.

김주황은 그게 빈말이 아니라 진담임을 깨닫고 중얼거렸다. 하태성과 더불어 허건오와도 어느 선 이상으로 친해지긴 했으나 꿀리는 건 꿀리는 거라는 성격은 여전해서 언제 제가 없을 때 알아본답시고 뒤집을 가능성이 충분히, 넘칠 만큼 있었기 때문에 결국 패배를 시인했다.

"아유, 우리 고릴라. 탁월한 선택이야!"

"...빨리 보고 내놔."

"여자친구 사진이라도 돼?"

킥킥거리며 사진을 받아든 허건오는 웃음기도 잠시, 곧 입을 다물었다. 사진 속에는 형제가 찍혀있었고, 그 형제가 제 앞의 김주황과 '자살했다던 동생' 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쳇. 하고 가볍게 투덜거린 허건오는 얌전히 사진을 돌려주었다.

"고릴라가 빡빡이 아닌 때도 다 있었네."

"이쪽이 더 낫지 않냐?"

"뭐..깔끔한 게 좀 나을지도."

분위기를 환기해보려는 허건오의 시도에 김주황은 맞장구를 쳐줬고, 다시 침묵이었다. 그저 서로 담배가 타들어가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주황은 어쩐지 머쓱한 기분에 한 개피를 더 꺼냈다. 허건오 역시 하나를 더 물고 불을 붙이고 있었다.

"나도 형이라는 작자가 있었지."

허건오의 말에 김주황은 흘끗 시선을 줬다.

가족의 ㄱ만 나와도 왁왁하던 허건오가 제 가족사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 동생 타입이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 형은 뭐하는 사람인데?"

"뭐하고 먹고 사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여튼 밥벌이는 잘 되나 보지."

"웬일로 가족 얘길 꺼내나 했다."

김주황은 습관적으로 머리를 흐트리려다 멈칫했다. 잊은 줄 알았던 오랜 습관이 멋대로 비집고 나와서였다.

허건오는 갑자기 무슨 정색이냐며 손바닥을 휘저어댔다. 타오르는 담배 연기가 휘휘 흩어졌다.

"..못 써먹겠구만."

"고릴라, 정신 나갔어?"

"안 나갔다, 애송이."

"어우, 난 또 담배 태우다 정신머리도 태운 줄 알았지."

"까불래?"

"담배 다 피면 핫바나 먹으러 가자고."

"오, 고릴라가 사는 거?"

"......"

김주황은 반쯤 타 들어간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비벼 끄고는 문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휙 던졌다.

"그래, 내가 산다."

"좋았어, 사 준다는데 거절은 안 될 말씀이지."

"..말이나 못 하면."

"뭐? 귀엽다고?"

"알았으니, 입 좀 다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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