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델금랑] 금랑님은 용이 아니야? (2020.09.17)
퇴고X
너클시티의 수호룡, 수석관장, 드래곤스톰 그 모든 수식어가 한 사람을 가르키고 있었다. 인간보단 드래곤타입 포켓몬이 아니냐는 우스개소리까지 금랑은 자신을 가리키는 모든 말을 좋아했다. 정확히는 좋아했었다.
양손을 올리고 드래곤이 발톱을 세우는듯한 포즈는 금랑의 트레이드마크다. 너클시티의 공기가 한층 차가워질때면 후드를 입고 거리를 나온 아이들이 포켓몬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것을 보는것은 금랑의 큰 기쁨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확히는 기쁨이었다.
금랑은 큰 키 덕분에 멀리서도 쉬이 눈에 띄었다. 금랑을 발견한 아이들은 한달음 달려와 사나운 용을 흉내낸다. 그에 화답하듯 금랑은 후드를 한 번 써주고 잡아먹을 듯 아이들을 따라다녔다.
그러나 오늘 달랐다.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와 저를 흉내내는 모습을 기특하게 여기지 않고,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만히 있는 그의 모습은 누구나 이상하게 여길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손을 내리고 서로 눈치를 보다가 점점 멀어져갔지만 금랑은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눈에 담을뿐이다.
드래곤을 흉내 낼 수 없었다. '그야, 나님 인간이니까.'
금랑은 큰 손으로 목 뒤를 쓰다듬었다. 차갑고 까끌한 비늘이 손가락에 스치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는 후드를 더 깊게 눌러쓰고 집으로 향했다.
* * *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좋을까. 금랑은 자신의 일생이 전부 의심스러워졌다.
와일드 에리어 순찰 도중 야생 포켓몬의 공격에 휘말려서 갈비뼈 너댓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적이 있었다. 다행히 구조신호를 발견한 순무님덕에 병원에 빨리 도착해 입원했다. 처음에 입원하기 싫다던 금랑을 단호하게 꾸짖던 의사는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3일만에 퇴원을 허락해줄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끙끙거리던 금랑이 다음날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다시 사진을 찍었더니 뼈가 깨끗하게 붙어있었다. 의사는 연신 그럴리가 없다고 말했지만 금랑은 자신이 원래 '건강한 체질'이라고 그를 안심시켰다. 크고 작게 다치더라도 자신은 며칠 만에 다 나았다는 말을 하며. 금랑은 그게 당연한 줄로만 알고 살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몸으로 쉽게 떼우려 들었고 와일드 에리어에서 몇 번이고 크게 다치며 순무님에게 자주 혼이 났다. 지금은 요령이 생겨 그리 자주 다치진 않게 되었지만 순무님은 언제나 늘 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않는다.
트레이너와 시합을 하다가 크게 다친적도 있었다. 초보 트레이너가 무리를 하다보면 으레 그런 사고는 나기 마련이다. 금랑 또한 당시엔 초보 관장이었기 때문에 몇 초 늦어버린 판단으로 다치게 되었다. 무릎부터 발목까지 길게 이어진 상처에선 피가 계속 흘러내렸다. 의무반이 달려와 급히 지혈하고 들것에 실려갔으나 병원에 도착했을때 더는 지혈이 필요없었고 그리 깊은 상처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발로 걸어나왔다. 흉터는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팬이 준 음식을 먹었을 때의 이야기도 빠지면 섭하겠지. 당시 단델은 무패의 챔피언, 어린 트레이너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최강이었다. 단델의 팬을 표현하자면 하나의 종교가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정도였으니 얼마나 열광적이었는지 이야기하는건 무의미한 짓이다. 그러니 무서운 기세로 단델의 목을 노리는 금랑은 늘 언론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던 사람들은 그런 금랑을 마치 악처럼 표현해댔다. 그러한 이미지 때문인지 둘의 시합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았으므로 이를 이용하고자했던 리그에서 어느정도 눈 감아 준것도 한 몫했다.
허나 단델의 팬(당시의 기사에는 광신도라고 쓰였다)이 선물한 주스를 마시고 금랑이 쓰러졌으므로 이후 꽤나 적극적으로 선수 보호에 신경쓰게 되었고 팬이 준 음식들도 리그 스태프나 짐의 트레이너들이 한번더 확인하는 규정이 생겼다. 정작 하루만에 깨어난 금랑은 마치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개운한 표정으로 시합에 나갈거라고 고집을 부렸고 일주일 연기된 시합에 참가해 단델에게 패했다. 금랑은 자신의 상태가 괜찮았기 때문에 선처를 원했지만 본보기를 위해 리그차원에서 고소를 진행했다. 덕분에 기사는 많이 났지만 그때문인지 금랑은 아직까지도 단델의 팬에게서도, 자신의 팬에게서도 가장 많은 음식테러를 당하고있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보니 이상한게 한 둘이 아니었구나. 금랑은 안티들의 과격한 행동에 화가 날때면 머리가 욱신거렸던것도 떠올렸다. 나중에 집에 가서 확인해보면 작은 뿔이 양쪽으로 돋아나있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늘 사라져 있었기에 '스트레스로 혹이 날 수도 있던가?' 라는 한 문장으로 그 일들을 넘겨왔고 패션의 목적을 더해서 항상 반다나를 쓰게되었다.
가끔 몸에 비늘이 돋아났다가 사라지는것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소름 돋는다'는 상황에서만 일어났기에 금랑은 지금껏 소름 돋으면 모든 인간이 비늘이 생기는 줄 알았다.
"나님 이렇게 멍청한데 수석관장 해도 되는걸까?"
곁에서 위로해주는 파트너들을 끌어안으며 금랑은 한숨을 쉬었다.
최근 요리를 하다 실수로 얕게 칼에 베였지만 상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나았고, 사고로 분명 뼈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도 자신은 멀쩡했으며, 경계심 없이 팬이 준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다가 당황한 상대가 자신이 만든 것에 손을 대고 그대로 경련을 일으키며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을 보았을땐 무언가 잘 못 되어도 한참 잘 못되었다는 걸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트레이너들의 손에 이끌려 멍하니 병원에 끌려갔지만 상태 이상없음이라는 결과를 들었고, 트레이너들이 상대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화를 내며 의사에게 설명하는걸 말리느라 고생을 했다.
한 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이제는 소름돋지 않는 상황에도 자신의 몸에 시도때도 없이 비늘이 돋아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다 무심코 거울 속 얼굴마저 변해있었을땐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머리에는 뿔이 달려있고, 커다란 눈에 귀도 뾰족하고 주둥이는 튀어나와 커다란 입을 가진 괴물을 보고는 그대로 토악질을 한채 기절했다.
깨어났을때 침대였기 때문에 금랑은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곁에서 걱정이 가득한 표정의 포켓몬들과 엉망인 바닥 상태를 확인하자 눈물이 흘렀다. 다행히 다시 거울을 봤을땐 잘생긴 자신의 얼굴로 돌아와있어서 금랑은 몇 번이고 자신의 얼굴을 만져댔다.
"그건 누가봐도 용이었지."
금랑은 다시 그 괴물의 얼굴을 떠올리자 구토감이 올라와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런 자신의 트레이너를 걱정하는 울음소리를 들을때마다 금랑은 더욱 괴로워졌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렇다고 드래곤 포켓몬이 싫어진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금랑은 이질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자신이 혐오스러울 뿐이다.
"차라리 미친거면 좋겠다."
더는 자신을 흉내내는 아이들 앞에 나서서 드래곤 흉내도 내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남들 앞에서 또 그렇게 변해버릴까봐 매일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제 스스로도 이렇게나 혐오스러운데 남들이 본다면 어떻게 될까. 가라르에 더는 못 살지도 모르지. 그거면 다행이게? 실험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할지도 몰라. 그럼 나님의 파트너들은 어떻게해? 너클짐은? 트레이너 자격도 관장 자격도 보물고 관리인도 나같은 괴물에겐 절대 내주지 않겠지.
"왜 하필이면, 어째서 이 몸이 이럴 꼴을 당해야하는거야."
왜, 대체 왜, 나님이 뭘 잘 못 했어? 금랑은 그 날 밤도 베개에 눈물을 적시고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 * *
자신의 괴로움이랑은 별개로 출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금랑은 트레이너들의 인사를 받으면서도 연신 자신의 얼굴을 계속 만져댔다. 혹시 뿔이 나지는 않았는지, 커다란 입과 날카로운 이빨이 생기진 않았는지, 인간의 피부라고 생각할 수 없는 비늘이 돋아난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인사를 하다가도 트레이너가 질문을 하면 고민하듯 턱을 매만졌고, 볼을 긁적이거나 피어싱을 만지는척하며 자신의 집무실까지 재빠른 걸음으로 향했다. 도착해 문을 닫고나서야 제 자리에 누군가 있다는걸 알았다.
"금랑!"
반갑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금랑은 몸이 굳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생각했다. 단델은 너를 놀래켜주려고 트레이너들한테 부탁해 자기가 여기서 기다리는걸 비밀로 해달랬다며 즐겁게 재잘댔다.
금랑은 커다란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고나서야 겨우 안심한채 단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다.
"오랜만이네. 타워 오픈 때문에 바쁜거 아니야?"
단델이 제게 전해주는 꽃다발을 기꺼이 받으며 금랑이 물었다. 바쁠테니 빨리 돌아가는게 어떻냐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지만 단델의 다음말에 죄책감이 들었다.
"큰 일들은 다 끝냈어. 애인도 못만나고 일만 했는걸. 역시 금랑 네 얼굴을 보니 기운이 나는구나."
금랑은 꽃다발을 쥐면서도 애인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게 그 사건 이후 단델은 챔피언에서 위원장이 되고 금랑에게 고백했더랬다. 내심 싫지 않았던 금랑은 고백에 승낙했지만, 단델은 로즈타워에서 배틀타워로 시스템을 다시 바꾸느라 바빴고, 금랑은 갑작스런 제 몸의 변화에 충격을 받아 단델을 신경쓰지 못했다. 만약 이런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금랑이 직접 단델을 찾아가든 메시지로 연락을 취하든 했을 것이다.
"미안, 나님 정신이 없었어."
"알고있어."
"알고있다고?"
"매스컴 때문에 정신 없지? 내가 좀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위원장으로써 전부 바로 잡을게."
아. 그거. 매스컴에 연신 두들겨 맞기는 했지. 그냥 맞는것도 아니고 욕이 나올정도로 맞았지. 조만간 청문회도 열릴지 모르지만, 금랑은 떳떳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며 일부의 사람이 떠드는 것처럼 전 위원장과 결탁하지 않았으니 증거따위 나올게 없었다. 뭐 책임문제라면 완전히 빗겨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현 위원장이 단델이기도하니까 아마 그렇게 큰 일은 없을거다.
그치만 스트레스를 안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어쨌거나 일은 일대로 늘어나고 집요하게 따라붙는 가십들과 평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악플들까지. 다 집어던지고 가라르를 떠나서 힐링여행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런게 다 무슨 상관이랴 싶다.
"게다가 트레이너들이 요즘 금랑 네가 이상한거 같다고 걱정하던데. 혹시 다른 문제라도 있는건가?"
단델이 손을 마주 잡으며 정말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금랑은 억지로 입꼬리만 말아 올렸다. 문제가 있냐고? 그걸 말이라고.
"없어. 전혀 없어."
제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나님 어쩌면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 칼에 찔려도 금방 낫고, 온몸엔 소름돋는 새파란 비늘이 생기고, 최근엔 더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외형으로 변했어. 조만간 포켓몬만큼이나 날카로운 손톱으로 누군가를 다치게할지도 몰라서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어떻게 고백하겠는가.
만약, 단델이 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지금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고 걱정해주는 목소리를 들려줄까? 음, 글쎄. 단델은 착하니까. 만약 나님이 이성을 유지하고, 가라르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선다면 그럴지도 모르지. 어쨌든 적어도 지금은, 절대로 말 할 수 없어. 절대로.
영 미심쩍어하면서도 단델은 자신이 연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무슨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찾아달라는 말을 끝으로 더는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그를 아머까오 정류장까지 데려다주며 금랑은 다짐했다. 단델에게 들키기 전에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노라고.
* * *
금랑은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전설이나 신화, 포켓몬이랑 관련이 없는지, 보물고의 유물을 잘 못 건드린건 아닌지, 자신처럼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버렸다는 괴담이나 저주까지 모을 수 있는 자료란 자료는 전부 읽고 분석했다. 요 며칠 일과 병행하며 찾은 결과물이 영 진전이 없자 타 지방의 자료까지 살펴보았지만 그럴듯한거조차 나오지 않았다. 만약 가족이라도 있었으면 이 고민을 나눌 수 있었을까. 혹시 제 조상 중에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이 없었는지 물어볼 수 라도 있었을텐데. 금랑은 괜히 자신이 더 혼자라는 사실만 상기한 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금랑은 밤마다 시름시름 앓았다. 매일 밤 꿈 속에서 금랑은 용으로 변했다. 뿔이난 머리부터 길쭉한 꼬리가 있는 모습을 확인할때마다 울부짖으며 깨어났다. 꿈 속에서 금랑을 말리던 단델이 손톱에 찢겨져 나가 축 늘어진채 움직이지 않았다. 새빨간 피가 있던 손은 그저 땀에 젖은거란걸 확인하고서도 다시 잠들지 못했다. 그런 날이 계속 이어졌다.
금랑의 상태는 누가봐도 괜찮지 않았다.
- 금랑. 이번주에 같이 캠핑에 갈래?
"미안, 나님 피곤해서."
- 그럼 오랜만에 집에서 데이트라도…
"미안해."
금랑은 곧바로 통화를 종료했다. 캠핑이니 데이트니 분명 제대로 신경 써주지 못할테니 거절하는게 맞았다. 다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걸 눈치 못 챌 만큼 금랑의 상태가 나빴다.
최근엔 너클짐 안에서도 후드와 마스크를 쓰고, 레깅스까지 챙겨 입는다. 인터뷰 요청도 전부 거절. 식사도 혼자서. 금랑은 정말 죽고싶었다. 여전히 원인은 알아내지 못한채 어제 밤에는 등의 뼈가 괴이하게 자라나 얇은 옷을 찢기도 했다. '죽는다면 인간인채로가 좋아.' 금랑이 두 손 모아 기도했다.
* * *
단델도 죽고싶었다. 회의가 아닌 이상은 제 애인 얼굴도 못보는 신세니 속이 타들어 죽을거 같았다. 보통이라면 내게 벌써 질린건 아닌지 걱정할테지만, 그 잠깐동안 본 금랑이 더 죽을거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투정도 못 부렸다. 게다가 얼굴보기는 힘들어도 금랑이 문자나 통화만큼은 거절하지 않으니 분명 질린건 아닐거다. 그래, 아닐거야. 아니어야해.
좀 더 신경 써줄걸. 금랑이 그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두다니. 내가 믿음을 주지 못했으니 내게 힘든걸 얘기 못 하는건 당연해. 단델은 금랑을 폄하하는 기사나 덧글들을 찾아내며 이를 갈았다.
"좋아. 오늘은 직접 찾아가보자."
너클짐 트레이너들은 종종 금랑의 상태를 단델에게 보고해준다. 물론 사적으로. 그들의 정보에 따르면 금랑은 최근 자처해서 야근을 하고 가장 늦게 너클짐을 나온다고한다. 단델은 일찍 서류를 마무리하고 금랑이 좋아할만한 간식을 챙기고 몰래 너클짐을 방문할 생각을 했다. 트레이너들이 알려준 금랑이 좋아할만한 취향을 전해들은 단델은 챔피언이던 시절, 그러니까 사귀기 전에는 트레이너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단델을 노려보던 일이 떠올라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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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타워 오픈 이래로 단델은 처음으로 정시퇴근이란걸 해보았다. 슛시티 제과점에서 미리 예약해둔 케이크를 챙기고 아머까오 정류장까지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배틀하느라 수고한 리자몽을 쉬게해주고 싶은 생각과 케이크의 형태를 유지한채 리자몽을 타고 너클시티까지 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똑같은 건물을 두 번 보았을 때쯤 몬스터볼이 흔들렸고, 결국 10번 도로로 빠져나오자 안에 있던 리자몽이 콧김을 내뿜으며 튀어나왔다. 시간은 예상했던것보다 더 지체된 상태였다.
"케이크 말고 귀여운 쿠키도 사길 잘했네."
리자몽은 정확히 너클짐 앞에 단델을 내려주었다. 단델은 다른 제과점이라도 찾아볼까하다가 리자몽의 눈빛에 순순히 너클짐 입구로 향했다. 어차피 시간도 늦었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너클시티에서 살 걸. 조금 늦은 후회를 하며 발걸음을 옮겼을때 안에서 굵직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 시간에 금랑 말고 다른 사람이? 단델이 미심쩍어하며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 누구 있습니까?"
어두컴컴한 복도를 거닐자 안쪽에서 절뚝거리며 한 남성이 걸어나왔다. 단델의 스마트 로토무는 인영을 향해 불빛을 비추었다. 거기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의 남자가 어깨를 감싸쥐고 있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깨 주변의 옷이 다 찢어져있고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거 같았다.
"단델님? 단델님이세요?"
그리고 마치 구원이라도 되는듯 그의 안색이 갑자기 환해졌다.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다급하게 단델의 근처로 다가왔다. 그리고 연신 뒤를 흘긋거리며 다급하게 침을 튀겼다.
"단델님! 세상에, 왜 여기에? 아, 혹시 아까 그 괴물 때문에 오신건가요? 다행이다. 저 정말 죽을뻔했어요. 금랑님이, 아니 그 새끼가 그런 괴물일줄이야! 이 상처 좀 보세요! 저 정말 죽을뻔했다니까요! 그 괴물이 갑자기 저를 공격했다구요! 빨리 그 새끼를 죽여주세요! 젠장, 내가, 내가 죽였어야했는데! 하지만 단델님이 오셨으니 정말 안심이에요. 이제 가라르는 괜찮은거죠? 하하, 세상에 우리 모두 그런 괴물에게 속고 있었다니. 역시 금랑이 가라르를 멸망시키려 했단 소문이 사실이었어. 금랑 그 새끼가 이번 사건과 아무 혐의가 없다니 저는 정말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거든요. 그치만 이렇게 진실이 밝혀질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이 사실을 알게되면 정말 난리나겠죠? 아, 그런데 구급차 좀 불러주시겠어요? 제 스마트폰이 부서져서. 그리고 도망치다가 발목을 삐었거든요. 진짜 죽는줄 알았는데 단델님을 만나다니 저는 행운이네요. 단델님? 왜그러세요?"
"너는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지?"
"예? 지금 그게 중요한가요? 그보다 저 다쳤다니까요? 이것보세요! 피라구요! 상처 안보이세요? 젠장, 이게 다 금랑때문이야. 그 새끼가 단델님까지 이상하게 만든거야! 당신은 지금까지 그 녀석한테 속은거라구요! 그 자식은 괴물이에요! 괴물! 인간이 아니라구요!"
그는 혼자 울분을 토하더니 기침을 하며 지친 기색을 보였지만 단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욕을 내뱉으며 그대로 단델을 지나쳐 가려고 했으나 단델이 손을 뻗어 그의 후드를 잡아당겨 뒤로 내팽겨쳤다. 그가 어깨를 부여잡으며 바닥을 뒹굴며 신음을 흘렸다. "대체 내게 왜이러는거야!" 정말 억울한듯 행동하는 꼴이 단델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델이 한걸음씩 천천히 다가가자 남자는 기어가듯 몸을 뒤로 빼며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단델이 혀를 차며 몸을 숙였다.
"이래서 그 때 죽여버려야 한다고 했던건데. 기껏 리그에서 목숨을 붙여놨더니."
"단델님? 진짜 왜그러세요. 제가 뭘 잘 못 했다고..."
"몇 년 지났다고 내가 잊을 거 같았나? 목숨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음료를 금랑에게 마시게했던걸?"
단델의 말에 남자가 몸을 떨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남자가 변명을 내놓기 전에 단델이 말을 가로챘다.
"왜? 그때처럼 또 '나를 위해서'라고 말하려고?"
잊을 수가 없다. 금랑이 쓰러졌던 그 날을. 음료를 조사해보니 치사량의 약물이 들어있었다며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단델은 그 범인을 죽이려고 했다. 화면에서 범인은 연신 단델을 위해서 한 행동이라며 당당하게 말을 내뱉었다. 금랑이 무사히 깨어나고 선처를 원했지만, 리그는 본보기를 보여줘야한다며 이 남자를 고소하고 결국 감옥에 보냈다. 단델이 이를 갈자 로즈는 웃으며 '챔피언에게 살인이라는 오점을 남길 수 없다'며 제게 감사하게 될 거라고 대답했다. 로즈는 그 범인을 단델에게서 도망가게 해주었지만 후에 단델은 (감사까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 결정을 납득했다. 그 남자를 죽이지 않았으니 단델은 챔피언의 자리에서 금랑의 라이벌로 남을 수 있었으니까. 뭐, 지금은 챔피언이 아니니까.
"여기에는 금랑을 죽이러 왔나? 금랑이 이 시간에 혼자 있는걸 알고있다는건 제법 오래 미행을 했겠지? 파파라치들은 자네를 찍었을지도 모르겠군. 그나저나 저번에 실패했던 방법을 썼을리는 없을테고, 흉기를 가지고 왔을텐데 여기에 없는걸 보니 도망가다 떨어뜨렸나보군. 이미 과거에도 금랑을 죽이려고 했으니 동기도 충분하고, 증거도 있고, 금랑이 괴물이니 뭐니 미친소리를 떠들어봤자 아무도 자네 편이 되어줄리 없으니 그냥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남자의 안색은 이제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는 숨만 가빠르게 헐떡이며 단델의 말을 듣고는 괴로운듯 앓을 뿐이었다. 단델이 멀쩡한 반대쪽 발을 밟아 부러뜨리자 남자는 비명도 못지른채 그대로 기절한듯 보였다. 리자몽에게 남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지켜달라는 말을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안쪽으로 향했다. 금랑이야 워낙 튼튼하고 건강하고 저런 남자에게 당하지 않을만큼 실력있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걱정되지 않을리 없었다.
"금랑! 어딨어? 금랑!"
단델이 금랑의 이름을 외치며 너클짐 안을 뛰어다니다가 문이 열려있는 곳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뛰어들었다. 훈련실의 천장은 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어서 달빛이 쉬이 스며들었다. 그 빛이 향하는 배틀코트 한 가운데 웅크린 무언가를 보았을땐 숨이 덜컥 막혔다.
크기는 2m보다 큰, 아마 웅크린 몸을 풀면 망나뇽보다 조금 더 커보일것이다. 피부는 비늘로 덮여 있었고, 더 밝은 곳에서 봤으면 하늘과 닮은 색일테다. 머리에는 뿔이 세 개, 그와 비슷한 모양으로 등에도 무언가 자라나 있었다. 꼬리가 몸을 웅크리며 위협적인 발톱을 가려주었다. 단델은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보았다. 와일드 에리어에서 너클시티로 향하는 입구에서 본 그 형상이 그대로 있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위 아래로 튀어나온 거 까지 꼭 닮았다. 흔히 용의 입구라고 불렀던 그 모습 그대로 용이 여기에 있었다.
"금랑."
만약 그 남자가 단델에게 괴물이니 뭐니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곧바로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마주쳤을때 괴물이란 말은 평생 납득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머금고 있는 아마 금랑일 그 용은 그대로 몸을 돌려 단델을 등졌다.
"애인이 왔는데 얼굴도 안보여주는거야? 이거 서운한데."
혹시 말을 못하는 건가? 단델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앳된 목소리가 들렸다. 용은 계속 몸을 돌리고 있었지만 이제 훌쩍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애인이라는 소리가 나와. 나님 괴물이라구. 이 흉측한 꼴을 보고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와!"
금랑 옆으로 간 단델이 금랑의 목을 크게 끌어안자 금랑이 움찔 놀라긴 했지만 단델을 밀치거나 도망가진 않았다. 단델은 몰랐겠지만 금랑은 자신의 손톱이 단델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단델이 소매로 눈물을 닦아주며 리자몽에게 그러하듯 까끄러운 비늘을 조심스레 쓰다듬어주었다.
"어떤 모습이든 너는 항상 멋있어. 그리고 나는 그런 너를 언제나 좋아해. 더 정확히는 사랑하고 있다."
쓰다듬어주면서 금랑의 꼬리 상태를 확인하자 끝부분이 살짝 움직이더니 살짝 안으로 말리고 있었다. 금랑이 연신 훌쩍거리며 몸을 떨었다.
"그래? 그치만 이건 모를걸! 나님 이 손톱으로 누군가를 다치게했어! 그리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지! 그 사람 어쩌면 죽었을지도 몰라! 살인자라고!"
금랑은 서러운듯 아까보다 더 크게 울었다. 단델이 눈물을 훔쳐 줄 수 없을 만큼 흐느꼈다. '가라르를 사랑하는 단델이, 시민을 다치게 한 제 행동을 용서할 리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물론 먼저 칼을 들고 덤빈건 상대였지만! 칼을 들고 나타났을 때 하필이면 나님이 이런 몰골로 변해버렸고 놀라 도망가려던 상대를 붙잡으려다가 다치게 만든거지만! 이걸 다 설명하는건 변명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상대는 다쳤고,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고, 자신은 괴물이며, 단델은, 단델은!
"걱정마! 아까 나와 마주칠때까진 멀쩡히 살아있었으니까! 내가 다리를 부러뜨린채 버리고 왔으니 설령 죽더라도 내 책임이 더 크지! 물론 살아있어도 그녀석이 먼저 잘못한거니까 금랑 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감옥이든 정신병원이든 확실하게 눈 앞에서 치워버릴게!"
"응?"
눈물이 쏙 들어간 금랑에게 웃어보이며 단델이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내가 위원장이 된 건 너를 지킬 수 있는 권력이 필요했으니까. 사사건건 간섭하며 압박을 주고, 너를 의심하고, 비하하는 녀석들한테서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러니 어떤 모습이라도 걱정할 필요 없어. 금랑 네게 방해된다면 내가 전부 치워줄게."
"으응?"
금랑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방금 단델이 무슨 말을 한거지? 혹시 이 눈은 보고 싶은 환상만을 보여주고, 이 귀는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건 아닐까? 이미 나님 미쳐버린거 아니야?
제 눈을, 제 귀를, 제 머리를 의심하며 금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단델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단델이 훈련실 외곽에 있던 잠겨있는 캐비넷을 힘으로 뜯자 예상대로 여벌의 옷이 있었다. 그걸 가지고 제대로 금랑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단델의 손길에 맡긴채 조금 꽉 맞는 사이즈의 유니폼을 입은 금랑은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단델에게 안겨있었다.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는 머리로는 자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을때 알몸이었단 사실마저 눈치채지 못했다.
"어? 아? 나님 다시 돌아왔네. 언제? 어떻게? 왜?"
"금랑 네 발에 맞는 신발은 지금 구할 수 없으니까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아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 그딴게 중요하냐고? 나님 모습 징그럽지 않았어? 무섭지 않았냐구?"
"전혀! 놀라기는 했지만! 네가 지금까지 크게 다치지 않았던건 그 힘 덕분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고마울 정도인걸!"
금랑은 주먹을 쥐었다펴며 제 손이 단델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걸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겨우 이해하고 나서야, 조금 떨리는 손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단델의 옆머리를 쓸어넘겨 주었다. 그러자 단델이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아. 분명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는 거짓은 없겠지만 무섭지 않았을리는 없겠지.
"미안. 소름끼쳤지?"
"아니, 그런게 아니라..."
"단델. 무리 안해도 네가 이 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알겠어."
조금 울컥한 금랑을, 단델이 이를 꽉 깨물고 안아올렸다. 고개를 숙이자 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안아든 금랑을 커튼처럼 덮어씌웠다. 단델이 낮게 속삭였다.
"알몸인 모습도 봐버렸고, 지금 꽉 끼는 유니폼을 입은 네 모습도 상당히 자극적이라서 네가 나를 징그럽게 보거나 소름끼쳐하거나 무서워 하기 전에 빨리 수습하고 돌아가야 할 거 같은데."
금랑은 눈을 껌뻑거리며 다물지 못하는 입에서 침이 흐를때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아까 그 모습을 보고도 선다고?' 금랑이 두 손을 모은채 중얼거렸다. "진짜 징그러워. 소름끼쳐. 무서워!"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본심에 놀라 제 양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팔뚝엔 비늘이 돋았다.
보라빛 하늘에 달빛만 진득히 지상을 향했다.
* * *
"다시 이야기하지만 나님은 인간이야."
뉴스에서 금랑을 해친 범인이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이미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이 범행을 저질렀기에 큰 논란이 일었다. 가라르 사람들은 분노했고, 아무도 그의 헛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몸이 회복되면 곧바로 재판을 받을 것이고, 아마 감옥에서 죽든, 정신병원에서 영원히 살든 금랑의 앞에 나타날 수 없을 것이다. 단델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
"물론이다!"
단델이 제 무릎에 엎드려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금랑의 턱과 목 뒤를 간질여주었다. 주로 리자몽에게 자주 하던 행동인걸 알기 때문에 금랑이 볼멘 소리를 했다.
"하여튼 대답만 잘한다니까."
이후로 금랑은 여전히 화가 나면 작은 뿔이 이마에 생기고, 소름이 끼치면 비늘이 돋아났다. 물론 금방 사라지지만. 그 이상의 변화는 없었다. 그저 이전과 같았다.
금랑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증상은 감정이나 금랑의 몸 상태의 변화에 반응하는 거 같았다. 어쨌든 신체적인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고 단델은 이 능력을 유지했으면 하지만 금랑은 언제나 없앨 방법을 찾곤했다. 전처럼 필사적이진 않지만.
자신이 챔피언에서 내려온 것도 충격이 클 텐데 평소에 받던 악플로 모자라 이번에 로즈위원장이 벌인 사건으로 인해 의심받고 조롱받으며 스트레스가 한계치까지 온 거 겠지. 제 몸이 평범하지 않다는걸 알고부터는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던 정신력까지 무너지게 만들었다. 그 상황에 칼을 든 안티팬까지 나타나는 최악의 상황에서 단델의 추측으로는 금랑의 무의식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런 모습이 된 게 아닐까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델의 생각일 뿐이다. 오히려 정신력이 견디지 못해서 생긴 모습이면 그게 더 약점이 아닌가? 스스로 역린을 드러낸것과 다름이 없으니 단델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쪽이든 좋지만.
단델은 그 날 이후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시작한 빈 마스터볼을 떠올렸다. 들키는 날에는 진짜 역린이 들어날지도. 그치만 진짜로 잡혀주면 좋을텐데.
"금랑! 지금 당장 결혼 발표 하자!"
"우리 연애사실도 발표 안했거든? 그리고 데이트든 결혼식이든 나님이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변하면 어쩔건데?"
"퍼포먼스라고하지 뭐."
"그런거에 속을리가 없잖아. 너는 가라르 사람들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금랑이 진지하게 생각하라며 단델의 머리를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지금까지 금랑이 받은 악플을 생각한다면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때 그 찢어죽어도 시원찮을 그 놈이 괴물이라고 반응한것도 한 몫 할테니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단델은 동네방네 금랑과의 연애를 자랑하고 당당하게 제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내 생각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네가 용이라는 사실을 좋아할 거 같아. 다들 그럴 줄 알았다며 넘어갈 지도 모르고, 어쩌면 금랑 네가 용이라고 떠들어도 아무도 안믿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일단 부딪혀보자! 책임은 내가 질게!"
단델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반지를 품은, 몬스터볼 모양을 하고 있는 상자를 전해주려고 자신있게 손바닥을 펼쳤다.
"…주머니 착각했다."
빈 마스터볼이 트레이너 손에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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